한정판 활판 인쇄 전집과 훈민정음해례본을 사다
노벨라 33 전집과 훈민정음해례본 전통 사침본을 샀다. 보통의 책들과 달리 각별한 애정을 갖고 손에 들게 되는 특별한 책이다. 단시간에 쏟아져 나오는 책들과 비교하며 책이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노벨라 33>은 도서출판 다빈치에서 중편소설 33편을 활판인쇄로 1000부 한정으로 찍어낸 33권 세트이다. 노벨라는 중편소설을 이르는 말이다. 분량 때문에 상업 출판에서 소외되어 온 중편소설을 한 편씩 한 권에 담았는데 6개월 동안 수지 활판 6000개를 만들어서 팔만대장경을 찍어낸 것처럼 인쇄했다고 한다. 실제로 종이를 쓸어 보면 글자가 우툴두툴하게 만져진다. 와 하고 탄성이 절로 나온다. 만든 수지판은 모두 해체하여 전집 구입자에게 하나씩 나누어 주었는데 잉크의 흔적이 남아있는 활자판이 한 개 들어 있었다.
책이란 무엇인가를 떠올리며 드는 생각은 책의 내용 전달이 물론 가장 중요하고 원하는 사람들이 쉽게 구입할 수 있어야 하겠지만 한 편으로는 이렇게 느리게 만들어진 책도 함께 소장하고 싶다. 마치 스트리밍 방식으로 음악을 듣게 되었지만 LP판을 찍어 내는 것과 같은 일이다. 사라져 가던 LP가 다시 신곡 발표의 매체로 등장한 것은 흥미롭다.
예전에 단원 풍속도첩을 옛 책을 만들듯이 끈으로 묶어서 민음사에서 나온 적이 있다. 끈으로 묶기만 했는데도 약간은 다른 기분으로 넘기게 된다.
훈민정음해례본은 간송미술관을 다녀와서 주문했는데 전통 사침제본이어서 가격이 나가지만 세종대왕 시대로 날아간 기분이 들어서 만족스럽다. 읽게 될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뿌듯하다. 요새는 서예에 관심이 생겨서 벼루에 먹을 갈아 붓을 들게 될지도 모른다. 책을 갖게 되니 삶이 바뀐다. 읽는 것은 양장 해설본이 되겠지만 함께 산 언해본과 해례본을 들여다보는 일도 종종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