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29CM 재직 당시 미니쿠퍼 이벤트라는 앱 다운로드 이벤트를 진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제 첫 책에도 언급했고 아직도 많은 분들이 기억하시는 이벤트죠.) 이 이벤트는 여러 차별성 때문에 당시 큰 화재가 되었고 그렇게 29CM라는 새롭게 등장한 온라인 편집샵의 존재를 널리 알리는데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29CM의 스타일로 커스터마이징 한 차 한 대를 오직 한 명에게 주는 이벤트에 무려 10만 명이 참여했죠. 내부에서는 예상 못한 대단한 숫자였습니다. 모두가 놀랐죠. 이 이벤트를 진행하기 위해서 쓴 비용은 1억 원이었습니다. (차값 등을 모두 포함한 가격) 산술적으로 계산해본다면 CPI 1,000원이 나오죠. 꽤 괜찮은 효율이라 판단했습니다. 여기서부터 실수(?)가 발생하는데요. 사람들이 왜 이 이벤트에 반응하고 열광했으며 많은 바이럴이 만들어졌을까를 간과하고 오로지 숫자로만 이것을 바라본 것이죠. CPI 1,000원을 달성했으니 다음에는 CPI 800원에 도전해 보자고 말이죠. 직원이 자신의 KPI를 숫자로만 잡았을 때는 예상 못한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숫자가 KPI가 되는 순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숫자를 달성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그 사람의 평가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죠) 그렇게 저는 CPI 800원을 달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결국 앱 다운로드를 하면 많은 사람에게 비타민 음료를 주는 정말 평범하고 부끄럽기 그지없는 이벤트를 했습니다. 그리고 처참하게 망했죠. 가장 안타까운 점은 이것을 통해서 디브랜딩이 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과거 그렇게 멋진 이미지를 쌓아온 곳이 고작 평범하기 그지없는 이벤트를 진행했고 그것이 저희의 이미지를 깎아먹은 것이죠. 참 부끄러웠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소속된 브랜드를 위해서 말이죠.
숫자는 모든 행위에 항상 따라옵니다. 그것으로 이 행동이 얼마나 반응이 있었는지, 없었다면 왜 없었는지, 어디에서 반응이 좋았고 반응이 없었는지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죠. 우리의 다음 행동에 좋은 지침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전 저처럼 이 숫자만을 목표로 하는 순간 우리 다운 모습도, 우리 브랜딩의 방향도 모두 무너질 수 있습니다. 그보다 개인은 자신의 성과 달성에(이것을 자신의 KPI로 잡았다면) 더 집작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전의 경험처럼 위험한 현상이 발생하기도 하죠. 그리니 숫자에만 너무 집작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같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지, 우리만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지, 그리고 무언가를 새롭게 시도하는 것에 더 비중을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숫자에 집작 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회사에서는 오직 숫자로 나 자신을 평가할 수 있으니까요. 그리니 이러한 기업 문화 역시도 상황에 따라서 유동성을 가져야 할 필요도 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