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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성 Nov 11. 2024

스타트업일수록 PR이 필요한 이유

이 글은 스왈로우즈 공식 브런치를 통해서 발행된 글입니다. 이곳을 통해서 재발행합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토스는 유니콘과 데카콘을 넘어 글로벌 핀테크 기업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나스닥 상장 추진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죠. 작은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토스는 어떻게 금융권의 강자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혁신적인 서비스가 근간이지만, 출시 초기부터 '금융의 수수료를 없애겠다'는 미션을 꾸준히 알린 PR 전략도 주효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금융 수수료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을 정확히 짚어내고, 이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하면서 시장의 신뢰를 얻었던 거죠.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의 문제


그동안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PR 리더로서, 또 다양한 스타트업의 PR 업무를 수행하며 느낀 것은 실제 활약하고 계신 바에 비해 회자가 되지 않고 있는 곳들이 정말 많았다는 점입니다. 많은 스타트업, 특히 초중기 단계 기업들이 뛰어난 기술과 서비스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시장에 제대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만나 뵈면 “기술력은 자신 있는데 고객들이 우리 존재를 모른다”라고 말씀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언론 PR은 안 하시는지 여쭤보기도 합니다. 그럼 대부분 "여력이 없다", "기자 문의가 들어올 때만 대응한다", "마케팅 담당자가 겸직한다", "보도자료 배포만 한다", "PR이 마케팅 아닌가요?" 같은 답변들을 듣곤 합니다.


대다수의 스타트업은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론칭하는 데 주력하기 때문에 홍보는 가장 마지막에 수행하는 일 정도로 생각하고 미뤄놓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가 됐다고 판단하면, 글 좀 쓰거나 SNS를 다뤄본 직원에게 홍보를 맡깁니다. 담당자로 지정된 직원은 뭘 해야 좋을지 모르니 일단 자신이 아는 선에서 시작해 봅니다. 블로그도 만들어보고 SNS도 개설하고 보도자료도 써보는 거죠. 그러다 보니 마케팅과 언론홍보, 광고 등이 마구 뒤섞이게 됩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마케팅도 콘텐츠, 퍼포먼스, 데이터, 디지털 등 세분화되고 있고, 브랜딩이라는 개념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사실은 각각의 영역이 있는 전문 분야들입니다.


PR, 대중과의 관계를 잇는 다리


PR은 Public Relation의 약어로, '대중과의 관계'를 의미합니다. 조직이나 개인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대중의 지지를 유도하는 활동 전반을 아우르죠. 지금이야 다양한 소통 수단이 있지만,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만 소식을 접하고 퍼트려야 했습니다. 그보다 훨씬 이전에는 이야기꾼들이 있었죠. 정보와 서사에는 힘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니까요.


하지만 만약 이런 정보와 서사에 틀린 내용이 담기거나 누락되면 어떻게 될까요? 오해와 불신이 쌓일 겁니다. 관계는 틀어지고 일이 안 풀리겠죠. 그래서 이 정보와 서사를 전하는 이들의 역할이 중요해졌습니다. 내가 하는 말을 오해 없이, 더 흥미롭게 전해주는. 이들의 말과 글을 통해 전달된 정보와 서사는 '검증'된 것으로 신뢰도가 높아졌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기자들이 하는 역할이자 언론의 핵심가치입니다. 기자들은 팩트에 근거해 취재하고 이를 통해 확보한 정보와 서사를 대중에게 전달합니다. 그런데 기자들이 모든 이슈를 하나하나 세심히 취재하기에 우리가 사는 세상은 너무나 복잡하고 사건사고가 넘쳐납니다. 우리 기업이 세상에 혁신을 일으킬 자신이 있고 비즈니스도 잘하고 있다 해도 어느 누구도 관심이 없습니다. 초중기 알려지지 않은 기업이라면 두말할 것 없는 잔소리죠. 


그래서 ‘대중과의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기자와 관계 맺기’를 통해 우리의 이야기가 신뢰성 있게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 필요합니다. 이를 언론홍보라고 합니다. 즉, 요즘 기업이나 조직에서 ‘대중과의 관계’를 맺기 위해 하는 PR 활동은 대개 언론홍보를 의미합니다.


홍보의 네 가지 방식


통상적으로 시장에서 PR은 언론홍보를 의미하지만, ‘기업이 시장과 소통하는 방식’을 PR이라고 볼 때 마케팅, 광고 등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들도 계실 겁니다. 크게 네 가지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


마케팅: 시장의 수요를 파악하고 분석해 제품이나 서비스 개발에 기여하는 일. 소비자의 니즈를 발견하고 이를 충족시키는 것이 핵심 과제


광고: 만들어진 제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 직접적으로 메시지나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 원하는 메시지를 마음껏 표현할 수 있지만, 신뢰도 측면에서 부정적 요소도 발생


언론홍보: 신문과 방송 등 기존 매체를 통해 기업이나 조직에 대한 대중 인식을 지속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평판을 유지하고 인지도를 올려나가는 활동. 제3자의 검증을 거치기에 신뢰도가 높음


디지털홍보: SNS, 블로그, 뉴스레터 등 자체 채널을 통해 브랜드 스토리를 직접 전달하고 고객과 소통. 즉각적인 소통이 가능하지만, 지속적인 콘텐츠 관리가 필요


이처럼 언론홍보는 제3자의 검증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추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특히 시장에 내 가치를 인정받아야 하는 초기 스타트업일수록 PR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전략적인 PR의 시작

기자들은 끊임없이 확인과 검증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PR 담당자는 이런 검증 작업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돕고, 기자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을 발굴해 전달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는 광고나 마케팅과 달리, PR은 누군가의 검증을 거쳐야 하니 불편하고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검증 때문에 믿을 수 있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신뢰 구축은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우선 3개월 정도는 기업의 스토리와 핵심 가치를 정리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좋습니다. 무조건적인 보도자료 배포나 기자 미팅보다는, 우리가 어떤 문제를 발견했고 이를 어떻게 해결하고자 하는지, 왜 우리여야 하는지를 명확히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향후 모든 PR 활동의 근간이 됩니다.


다음 3개월은 관계 구축기입니다. 정리된 스토리를 바탕으로 우리 기업을 가장 잘 이해하고 관심을 가질 만한 미디어와 기자를 찾아 소통을 시작하세요. 처음부터 많은 기자를 만나려 하기보다, 2-3명의 기자와 신뢰 관계를 쌓고 이후 점차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기자들도 각자의 관심사와 전문 분야가 있습니다. 우리 산업이나 경쟁사를 다루는 기자를 찾아 꾸준히 소통해 보세요. 이때 중요한 것은 당장의 보도와 효과를 기대하지 않는 것입니다. 미디어 관계 구축은 투자유치와 마찬가지로 꾸준한 노력과 인내가 필요합니다. 기자 몇 명을 만난다고 해서 당장의 효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최소 6개월~1년 이상 꾸준히 미디어와 관계 구축을 해 나간다면 기사화되는 횟수도 늘고, 자연스럽게 시장의 신뢰도 체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PR이 만드는 기회


언론을 통해 얻은 신뢰는 스타트업의 IR과 HR에 강력한 힘이 됩니다. 투자자든 채용 후보자든 기업을 신뢰해야 투자와 입사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기사는 까다로운 기자들의 검증 작업을 마친 결과물입니다. 그것도 함축적으로 유의미한 내용들만 반영되어 있죠. 실제로 많은 스타트업들에게서 대표 인터뷰나 주요 매체 보도 이후 투자사 미팅이나 연락이 늘었고, 채용 지원자가 급증했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모 대표님은 6개월간 홍보 후 이력서 접수가 10배는 늘어난 것 같다며 매우 만족해하시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신뢰 관계는 위기 상황에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서비스 장애나 고객 불만과 같은 위기는 어느 기업에나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한창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초-중기 기업은 위기 대응 경험이 부족해 파장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이때 평소 쌓아온 신뢰 관계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부정기사가 나더라도, 신속하고 투명한 소통을 통해 문제를 개선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주면 오히려 기업의 신뢰도를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AI 시대의 PR


요즘은 AI 기술의 발전으로 PR 환경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ChatGPT로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AI 툴로 미디어 모니터링을 하는 시대입니다. 기업 블로그나 뉴스레터, SNS, 유튜브 등 다양한 채널이 발전하면서 꼭 언론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신뢰의 가치입니다. 오히려 AI가 만들어내는 수많은 콘텐츠 속에서 검증된 정보의 가치는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스타트업은 초기부터 목표와 전략에 맞는 체계적인 PR 접근이 필요합니다. 언론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둔 전문 에이전시의 힘을 빌려도 좋고 담당자를 영입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비즈니스에 가장 이해도가 높은 대표님들이 직접 적극적으로 나서면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언제든 PR의 본질은 신뢰 구축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당장의 보도나 노출보다는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인식을 심는 것이 중요합니다.


모든 스타트업은 고유의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목표는 문제 해결을 위한 비전이거나 달성하고자 하는 KPI일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의 성장과 생존은 이러한 목표가 시장에서 인정받는 속도와 규모에 달려 있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제품과 서비스, 충분한 비전과 역량을 갖췄더라도 이를 알아주는 이가 없다면 의미가 없기에, 스타트업일수록 PR을 통해 자신의 목표를 세상에 알리고 검증받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시장의 신뢰야말로 스타트업의 가장 강력한 성장 동력이니까요.
















필자 : 강도연   

스왈로우즈 부스터스 


음악 프로그램 PD를 꿈꾸며 방송국 생활을 먼저 경험하고자 KBS2TV 추적 60분에서 막내작가로 시작해 1년 반을 일했습니다. 이후 음악 홍보 분야로 전향해 파스텔뮤직, 빅히트엔터테인먼트(현 하이브), SM엔터테인먼트에서 다양한 홍보 경력을 쌓으며 리스크 관리부터 글로벌 홍보 전략까지 폭넓은 역량을 키웠습니다. 특히, 빅히트 시절에는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신기록을, SM에서는 K팝의 글로벌 무대 확장을 경험했습니다. 이후 스타트업 분야로 발길을 돌려 에이전시, 기업, 협단체에서 약 4년간 활동하며, 스타트업 성장과 창업가 정신, 규제와 문제 해결에 대한 깊은 이해를 쌓았습니다. 최근 코스포(코리아 스타트업 포럼) 생활을 마치고, Peak Road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독립적인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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