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 강박

by 전우성

기업은 이윤 추구가 목적인 만큼, 비용 대비 효율을 따지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문제는 효율 그 자체가 아니라 모든 의사결정을 오직 효율의 잣대로만 판단하려는 효율 강박이다.


효율 강박은 적은 시간과 적은 노력으로 최대의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을 만들고, 비효율처럼 보이는 모든 시도를 낭비이자 결함으로 취급하게 만든다. 이 강박의 가장 큰 문제는 과감한 무언가를 아예 시작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효율을 지나치게 의식하면 행동보다 판단이 앞선다. 더 비용을 줄일 방법은 없는지, 지금 시작하는 것이 과연 수지타산에 맞는지를 끊임없이 계산한다. 그 사이 도전은 미뤄지고, 가능성은 사라진다.


효율은 본래 '결과'의 언어다. 직접 해보고, 부딪히고, 실패를 겪은 뒤에야 비로소 보이는 것이 효율이다. 하지만 효율 강박은 이 순서를 뒤집는다. 해보기 전에 효율을 따지고, 겪기 전에 정답을 찾으며, 실패하기 전에 성공을 확보하려 한다. 이런 구조 안에서는 모험도, 직관도 자랄 수 없다. 모든 가능성은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시작 단계에서 잘려 나간다.


하지만 대부분 새로운 시도는 비효율의 영역에서 출발한다. 글쓰기, 브랜딩, 커리어, 사업 모두 그렇다. 처음부터 빠르고 매끄럽게 성과가 나는 경우는 드물다. 서툴게 돌아가며, 시간 대비 성과가 없어 보이는 ‘삽질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젠틀몬스터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들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에 비용을 쓰고, 효율의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들을 반복해왔다. 성수동 템버린즈 매장에서처럼, 매장은 최소한으로 두고 건물의 상당 부분을 비워두는 결정은 효율 기준으로 보면 아마도 0점짜리 기획에 가깝다. 하지만 바로 그 비효율적인 선택들이 모여 대체 불가능한 브랜드의 아우라와 경험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그 비효율은, 그들의 브랜딩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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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 강박은 이런 시도들을 쓸데없는 짓, 불필요한 낭비로 분류해버린다. 그리고 그렇게 새로운 가능성은 조용히 사라진다. 그래서 어쩌면 효율 강박은 실패를 피하려다 결국 더 큰 성장을 포기하게 만드는 강박인지도 모른다.


브랜딩이든 인생이든, 초반의 비효율을 견디지 못하면 끝내 나만의 형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지금 당장은 비효율적으로 보일지라도, 그 시간 속에서만 쌓이는 단단한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그것이 쌓이고 쌓여, 훗날 누군가에게는 압도적인 효율로 보이게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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