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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우성 Apr 03. 2023

디지털 타임스와의 인터뷰

나와 브랜딩에 대한 이야기 

부끄럽지만 디지털 타임스와 브랜딩 관련해서 인터뷰를 했습니다. 


기사는 지면 관계상 내용을 줄여서 기자님이 잘 요약해 주셨는데요. 인터뷰 원본도 이곳에 함께 공유합니다. (긴 글 주의) 




이사님의 이야기를 들려주십시오, 어떤 어린 시절, 학창 시절을 보내셨고, 회사 생활은 어떠셨는지요.  


저의 학창 시절은 평범했습니다. 그다지 우울하다거나 마냥 밝았다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TV 보고 음악 듣는 것을 좋아했는데 다른 아이들과 조금 달랐던 것은 TV 광고 보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렇게 학창 시절을 보내고 (고등학교에서 이과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공대에 진학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지금의 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곳이죠. 대학생활도 무난했어요. 그러다 삼성전자에 엔지니어로 입사를 하게 돼요. 정확히는 엔지니어라기보다는 엔지니어의 타이틀로 신입사원에 합격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실제 일할 부서 배치 전에 신입사원 교육이 길었어요. 그때 신입사원을 담당하는 인사과 대리분이 저에게 갑자기 마케팅을 해보는 것이 없냐고 물었습니다. 조금 혼란스러웠죠. 전혀 예상 못한 제안이었으니까요. 앞서 TV 광고 보는 것을 좋아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마케팅이 그런 것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편으로 고민해 보니 엔지니어로 연구 개발하는 업무는 저와는 그리 맞지 않는다고 생각도 했고요. 그래서 그 대리님의 제안을 결국 수락하고 맙니다. 그렇게 삼성전자의 마케팅센터에 배치를 받았고 그것으로 저의 커리어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렇게 삼성전자에서 2년을 보내다 보니 문뜩 마케팅에 대해서 공부가 하고 싶어 졌어요. 제 커리어를 이것으로 정했으니 학문적 지식이 필요하겠다고 느꼈거든요. 그래서 잘 다니던 삼성전자를 퇴사하고 영국 유학길에 오릅니다. 그리고 런던에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석사 과정을 마치게 됩니다.   


어떤 계기로 브랜드 전문가가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영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고민을 했습니다. 이곳에 남아서 직장을 구해야 하는지 아니면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는지를 말이죠. 고민 끝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결정을 하게 돼요. 그리고 제가 입사한 곳이 바로 네이버였습니다. (당시의 nhn) 거기서 다시 마케팅 커리어를 밟게 되는데요. 브랜드와 브랜딩에 대해서 눈 뜬 곳도 바로 그곳이었습니다. 당시 네이버는 브랜드의 이미지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어요. (여러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브랜드란 무엇이고 또 그것을 위한 브랜딩 활동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되고 실제 많은 것들을 집행했어요. 그러면서 브랜딩에 대해서 매력을 느꼈고 당시 몇 없었던 브랜딩 관련 서적들도 닥치는 대로 보았습니다. 그렇게 네이버에서 브랜딩에 대한 제 커리어가 다시 시작된 거죠. 그 후 네이버를 퇴사하고 29CM로 입사하면서 브랜딩 디렉터라는 타이틀을 달게 되었고요. 이때부터 더욱 공격적으로 브랜딩을 진행하게 됩니다. 네이버에서는 제가 책임자가 아니기 때문에 제 마음대로(?) 브랜딩을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29CM에서는 달랐어요. 당시 대표님께서 저에게 브랜딩에 대한 모든 것을 위임하셨거든요. 그래서 책임감을 가지고 많은 브랜딩 활동을 진행했어요. 이벤트 프로모션부터 시작해서 새로운 서비스 론칭까지도 경험해 보았고 그러면서 다양한 성공사례를 만들어 냈습니다. 29CM의 인지도와 호감도 역시 함께 성장했고요. 이때부터 사람들이 저를 브랜드, 아니 정확히 얘기하면 브랜딩 전문가라고 부르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 후 스타일쉐어 브랜딩 디렉터를 거쳐 지금의 라운즈에서 브랜딩 총괄이사로 근무 중입니다.   


브랜딩과 마케팅은 다르다고 하셨는데요. 쉽게 설명을 해주신다면요? 


네 쉽게 설명을 드려볼게요.  


저는 마케팅은 판매고를 높이기 위한 직접적인 모든 행위를 말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소셜 미디어에서 자주 보는 제품 광고가 여기에 해당하죠. 우리 제품이 왜 좋은지 어떤 혜택이 있는지 혹은 타사 대비 얼마나 가격이 저렴한지를 직접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혹은 잠재고객에게 보여주어 판매를 유도하는 것이에요. 그렇다면 브랜딩은? 제가 생각하는 브랜딩은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는 팬을 만드는 모든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게 어떻게 다른지 하나의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누군가 침대 하나를 구매하려 한다고 가정해 보죠. 그래서 백화점에 갔다고 생각해 보세요. 다양한 침대 브랜드의 매장들이 있을 거예요. 그중 어떤 침대를 골라야 할까요? 마침 한 침대 브랜드에서 오늘 하루만 파격가로 세일을 한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어요. 그래서 그것에 관심이 우선 가게 되어 그 매장에 방문하게 됩니다. (이렇게 고객을 자사의 영역으로 들어오게 한 것이죠). 침대를 둘러보는데 점원이 나와 이 침대가 얼마나 좋은 소재를 썼고 얼마나 과학적인지 설명해요. 호기심이 가겠죠. 왠지 지금 안사면 다시는 이 가격에 못 살 것 같은 느낌도 들겠고요. 하지만 아직 다른 제품을 충분히 보지 못했으니 조금 고민이 되어 매장을 나가려고 하는 순간 직원이 본인 재량으로 특별히 나에게만 추가 5% 할인을 제시했어요. 그렇게 그 사람은 침대를 구매했습니다. 이게 일반적인 마케팅의 방식이라고 생각해요.(다소 클래식하기도 하지만 사실 형태만 다를 뿐 많은 곳에서 보이는 온라인 광고도 같은 프로세스를 밟습니다) 이 사람이 다음에 침대를 구매할 때도 이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할까요? 모를 일이죠. 제품을 써보니 기대 이상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경험을 받았다면 그럴 테지만 그렇지 않다면 다시 침대를 구매할 경우에는 구매의 순간 특가 세일을 하는 브랜드를 선택할 확률이 더 높을지 몰라요.   


또 다른 침대 브랜드가 있습니다. 이 브랜드는 젊은 사람들에게 밀집해 있는 서울 중심가에 팝업 스토어를 열었어요. 그런데 가보니 예상외로 그곳엔 침대가 진열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 브랜드가 지양하는 모습, 즉 그 브랜드가 가지고 싶은 이미지의 인테리어를 갖춘 매장과 함께 그 연결선 상에서 다양한 굿즈들을 진열, 판매했죠.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그들의 개성 넘치는 팝업 스토어에 흥미를 느꼈고 이 브랜드에 대한 호감이 올라가기 시작해요.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이곳을 방문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 매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이 브랜드의 이런 모습을 담아 그들의 소셜미디어에 올렸어요. 소문은 금세 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팝업스토어에 방문해 이 브랜드의 취향과 개성을 흠뻑 느끼고 돌아갔습니다. 

이건 단지 설정이 아니고요. 얼마 전 열린 시몬스 팝업 스토어 얘기입니다. 침대가 없는 팝업스토어. 이들은 여기서 침대를 파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습니다.(아니 관심이 없었다기보다는 철저히 이것을 배제했다는 표현이 맞겠네요) 단 그 브랜드가 가지고 싶어 하는 모습을, 조금 더 정확히 얘기하면 그 브랜드가 추구하는 개성과 스타일을 보여주었을 뿐이었습니다. 방문한 사람들은 그들이 파는 굿즈를 마구 사갔고 그것을 통해 시몬스 팝업스토어의 느낌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고 또 다른 시몬스 팝업스토어가 열리면 다시 이곳을 방문할 수 있겠죠. (실제로 시몬스는 몇 개의 다른 콘셉트의 팝업 스토어를 서울의 핫 플레이스에 순차적으로 열었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이 매장에서 즐거운 경험을 한 사람이 침대가 필요해서 백화점에 방문했다고 가정해 볼까요? 그들에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매장은 무엇일까요? 물론 모르죠. 하지만 시몬스는 그들의 머릿속에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렇다면 이것을 통해서 그들은 시몬스를 샀을까요?  이 역시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시몬스의 전국의 매장을 대폭 줄였음에도 불구하고 매출과 영업이익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고 해요. 그리고 더 공격적으로 브랜딩을 진행하고 있죠.(그들의 TV광고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역시 침대가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작동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마케팅과 브랜딩의 차이에 대한 하나의 단편적인 예시예요. 마케팅과 다르게 브랜딩은 자기만의 개성 있는 모습을 단단히 만들어 끊임없이 고객에게 전달하고 (브랜드의 인지도를 넘어) 그들의 팬을 만드는 행위인 거죠. 거기에 반드시 그들의 제품이 있어야 할 필요는 없어요. 그 이미지를 갖기 위한 도구이자 매개체가 그 브랜드의 제품(혹은 서비스)인 것이죠. 나이키를 보세요. 누가 나이키를 단지 퀄리티가 다른 곳보다 좋다고 혹은 다른 곳보다 더 저렴하다고 사나요? 아니죠. 정확히는 신발을 통해서 나이키의 이미지를 사는 것이죠. 나이키가 오랫동안 ‘Just Do It’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도 다 이런 목적일 것입니다. 다른 컴퓨터나 노트북을 사지 않고 애플의 제품을 구매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애플의 제품을 사기 이전에 애플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구매하기 위해 내 지갑을 여는 것이죠. 이것이 브랜딩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비즈니스가 그렇듯 정답은 없습니다. 안목과 투자 그리고 밸런스와 시너지가 중요할 뿐입니다.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셨는데, 기억나는 성공사례와 실패 사례를 알려주세요.


다양한 성공 사례가 떠오르지만 그나마 최근 사례를 하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현재 몸담고 있는 라운즈(ROUNZ)라는 안경 쇼핑몰의 리브랜딩 프로젝트입니다. 


제가 라운즈에 합류하기 전 대표님으로부터 아래와 같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우리도 브랜딩이 필요해요." 그래서 저는 물었습니다. 왜 브랜딩이 필요하신지. 라운즈는 2017년 아이웨어 커머스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매년 2배 이상씩 성장할 수 있었죠. 국내 안경시장의 규모는 3조가 넘고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된 요즘 안경과 선글라스 역시도 온라인을 통해 구매하는 수요가 점점 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성장을 유지하던 라운즈는 예상 못한 국면을 만났는데 바로 코로나가 강타한 것이다. 이는 라운즈의 성장세에도 물론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렇기에 라운즈는 이 시기일수록 기존에 집중하지 못했던 브랜딩, 즉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쪽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죠. 코로나가 끝난 이후를 생각해 보면 지금 라운즈의 브랜딩을 강화하는 것이 라운즈의 성장을 다시 견인하는 역할이 될 것이란 판단이었습니다.  


그렇게 브랜딩에 집중하기로 하고 당시 라운즈의 현재 브랜드 인지도를 생각해 보았는데요. 안타깝게도 인지도는 "0"이라는 과감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제 주변에 라운즈를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죠. 그래서 다시 이 브랜드를 새롭게 만들기로 했습니다. 다시 브랜드로 새롭게 시작하기, 즉 리브랜딩 전략을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죠. 


그것을 위해서 백지상태에서 다시 라운즈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나의 결론을 내리는데 그것은 라운즈라는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단 하나의 무엇을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그것이 바로 브랜드의 "핵심 경험"이라는 것입니다. 핵심 경험이라고 하는 것은 브랜드가 고객에게 전달해야 하는 단 하나의 경험이자 고객이 이 브랜드를 사용했을 때 반드시 느껴야 하는 단 하나의 경험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이는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우리만이 줄 수 있는 핵심 가치이며 남들이 쉽게 카피할 수 없는 브랜드만의 강점을 의미하기도 하죠. 그렇다면 라운즈만의 핵심 경험은 무엇일까? 안경 쇼핑몰일까? 이것은 업의 형태이지 핵심 경험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죠. 그렇다면 4천 개의 안경과 선글라스일까? 그렇다고 말할 수도 없었습니다. 라운즈뿐 아니라 종합몰, 패션몰에도 수많은 안경과 선글라스가 존재하니까요. 그렇다면 오프라인 대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일까? 가격은 언제든지 경쟁자들이 낮출 수 있는 항목이므로 이 역시 핵심경험이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라운즈앱에서만 제공하고 있는 '실시간 가상 피팅' 기술은 온라인 안경 쇼핑에서 발생하는 고객의 다양한 페인 포인트(예를 들어 직접 써볼 수 없다는 것 등)를 말끔히 해결할 수 있는 기능이었습니다. 인공지능이 정확히 내 얼굴을 측정할 수 있고 그것을 기준으로 증강현실 기술을 통해 실제 안경과 거의 차이가 없는 라운즈만의 기술로 모델링 된 안경을 착용해 볼 수 있기 때문이었죠. 또한 라운즈의 이런 기술은 최고의 퀄리티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브랜드의 핵심경험으로 설정(이라기 보단 선언에 가깝습니다)하고 라운즈를 알리기 시작했죠. 우선 앱에서의 첫 경험을 일반 쇼핑몰의 전형적인 홈의 모습에서 탈피, 첫 화면을 가상피팅 기능으로 바꾸고 라운즈의 시각적인 아이덴티티도 새롭게 바꿨습니다. 브랜드의 로고부터 컬러, 폰트 그 외의 디자인적인 모든 것들을 새롭게 바꿨습니다. 브랜드의 핵심경험으로 가상피팅을 정하였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완전히 바꿨습니다. 기존에 제품과 할인만을 고객에게 전달하였다면 리브랜딩 이후부터는 실제 라운즈 앱을 통해서 실시간 가상피팅을 써보는 다양한 고객들의 모습과 함께 실제 착용과 가상 착용이 얼마나 비슷한지 등을 영상에 담아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타깃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전달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가상피팅을 중심으로 한 브랜드 필름도 제작하여 유튜브를 중심으로 릴리즈 하기도 하였죠.

 

그렇다면 결과는 어땠을까요? 우선 타깃 고객들이 적극적으로 반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저도 조금 놀란 반응이긴 한데 앱 설치수가 증가하기 시작하더니 매달 새로운 기록을 경신해 갔습니다. 이와 함께 앱 활동성 수치(MAU)와 가상 착용 활동 수치, 즉 사람들이 실시간 가상 착용을 경험하는 수치 역시 매달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에서 앱 리뷰수 역시도 크게 증가했죠. 특히 앱스토어의 경우 지난 3년간 1천 개가 채 안되던 앱 리뷰수는 현재 3천 개 이상으로 큰 폭으로 증가하기도 했고요 유저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의 리뷰들을 남겼고 자연스럽게 앱 평점 역시 4.7점까지 상승했습니다. 이런 반응들은 결국 앱스토어 내 라운즈라는 브랜드를 노출하는데 큰 시너지를 발휘했고요. 점점 쇼핑 앱 내 인기차트에 라운즈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번 주 주목해야 할 앱’이라던지, ‘쇼핑의 달인’, ‘이번 주 추천 앱’에 라운즈가 노출되기 시작더라고요. 이는 결국 앱스토어 투데이에 '오늘의 앱'으로 소개되는 결과를 낳았고 이와 함께 종합몰, 패션몰, 식품몰이 점령하다시피 하는 쇼핑앱 순위 내 전문몰로는 유일하게 15위까지 상승하는 경험을 만들어 내기도 했죠. 그리고 애플이 선정한 ‘대한민국 대표 앱 스타트업 앱’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그 외 주변에서 라운즈가 요즘 핫하다는 정성적인 반응들도 정량적 수치만큼이나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라운즈 리브랜딩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것이죠.  


실패 사례 또한 많아서 어떤 것을 말씀드릴까 고민이 되는데요. 특정 사례를 말씀드리기보다 대부분 실패했던 사례는 브랜드를 중심에 놓지 않고 즉 우리 브랜드의 어떤 모습을 고객들에게 알릴지, 혹은 우리 브랜드의 매력을 어떻게 보여줄지를 고민하기보다는 단지 숫자 달성에만 집중했을 때 발생했던 것 같습니다. 즉 숫자에 매몰되어 나오는 실수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숫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브랜드다운 모습을 고객들에게 잘 전달하는 것이니까 말이죠. 그럴 때의 결과를 숫자로 나타낼 수는 있겠지만 단지 숫자만을 보고 무언가를 기획하면 우리 브랜드다운 모습도, 진성 유저의 확보도 결국 만들어지기 어렵더라고요.  


평소에 감각을 벼르고 참신한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실 것 같은데요. 어떤 것들이 도움이 되나요? 


특정 경험이 다른 경험보다 중요하다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경험들이 아이디어를 얻는데 도움을 줍니다. 영화를 보던 음악을 듣던 전시회에 가던 아니면 요즘  사람들에게 핫한 공간 혹은 샵에 가든 무엇이든 좋습니다. 그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 새로운 영감 혹은 아이디어를 줄 때가 있거든요. 하지만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내가 아이디어를 뽑아내야 하는 주제 혹은 대상에 대한 생각은 다양한 경험 중에도 제 머릿속에 있어야 해요. 그래야 무엇을 보고 느끼고 경험하든 제가 고민하는 부분과 연결이 될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어떤 것이 도움이 되냐고 물어보시면 다양한 문화생활이 도움이 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경험할 때의 나의 생각과 태도입니다. 그리니 주말에 집에 있지 마시고 다양한 경험을 위해 밖으로 나가세요. 요즘은 날씨도 좋아서 외출하기 너무 좋더라고요.   


가장 브랜딩에 성공한 기업은 어디라고 보시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을 많이 받곤 하는데요. 저는 하나의 기업만 뽑으라고 하면 젠틀몬스터를 우선 얘기합니다. 젠틀몬스터의 플래그십 스토어에 가보셨나요? 정말 입이 딱 벌어지죠. 여기가 정녕 안경을 파는 곳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안경 브랜드가 운영하는 매장보다는 마치 무슨 멋진 전시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잖아요. 그 안에는 그들의 예술혼과 실험정신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물론 그런 이미지는 제품에도 고스란히 녹여져 있겠죠. 제가 젠틀몬스터가 브랜딩을 정말 잘한다고 느낀 부분은 그들이 전개하는 전혀 다른 카테고리의 브랜드인 누데이크와 탬버린즈 플래그십 매장을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젠틀몬스터의 예술혼과 실험정신이 그 매장에도 심지어 누데이크의 디저트에까지 그대로 들어가 있더라고요. 이들은 정말 브랜딩을 잘한다고 느끼게끔 하는 포인트가 이 지점에서 폭발한 것이죠.  예전에 한 기사에서 읽는 내용인데요. 실제 젠틀몬스터의 김한국 대표는 자신의 브랜드의 업의 정의를 안경제조업이 아닌 브랜딩업으로 정의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젠틀몬스터가 왜 그렇게 큰 비용을 들여서 스토어를  만들고 또 왜 일반적인 안경이 아닌 실험적인 선글라스를 내놓으며, 다양한 브랜들과도 공격적으로 콜라보를 하는지 이해가 갔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그렇게 브랜딩에 진심인가 봅니다.   


최근 주목하시는 브랜딩 트렌드가 있나요? 인플루언서나 SNS 등 브랜딩 채널의 변화라던가 하는? 


네 다양한 브랜드들의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 진출입니다. 굉장히 다양한 분야의 브랜드들이 그들의 원래의 스토어 형태가 아닌 전혀 다른 형태로 팝업 스토어를 오픈하는 것들이 마치 트렌드처럼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오뚜기에서는 OTTOGI Y100, 소주 브랜드 진로는 두껍상회라는 스토어를 연다거나 LG 전자에서 금성 오락실이라는 스토어를 오픈하는 것도 비슷한 현상입니다. 이들의 공통점이 있는데요. 기존의 고객보다는 요즘 젊은 층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서 재미있는 시도를 한다는 것입니다.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그들의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을 이용해서 젊은 층에게 확산시키고 또 한 번 즈음 방문하고 싶은 곳이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이고요. 앞서 시몬스의 사례를 말씀드렸던 것처럼 그것을 통해서 브랜드 이미지를 더 젊고 세련되게 혹은 친근하게 만들고 싶은 것이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반드시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이 브랜딩에 도움이 되느냐는 질문에 있습니다. 사실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위의 사례처럼 너도 나도 팝업 스토어를 낸다면 그것의 희소성이나 매력도, 그리고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겠죠. 사람들의 그것에 대한 생각과 인상도 예전에 비해 많이 고루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저기서 많이 보이니깐 말이죠. 즉 관심도가 예전만 못한 것이 되는 것이죠. 또한 이제는 그런 방식이 업계에서도 신선한 브랜딩 혹은 마케팅 시도로 인정받기도 힘들고요. 그래서 중요한 것은 트렌드를 따라가는 브랜드가 아닌 트렌드를 만드는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애써 남들이 하는 트렌드를 굳이 따라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늘 어떤 브랜드의 뒤를 쫓는 팔로워로 남을 수밖에 없으니까요. 잘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궁극적으로, 이사님 자신은 어떤 브랜드로 남고 싶으신가요? 


저는 저 자신이 어떤 브랜드로 남기보다는 저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서 그 안에 제 이름을 남기고 싶습니다. 브랜딩 하는 분들은 많이 공감을 하실 거예요. 즉 본인의 브랜드를 만들어서 마음껏 펼쳐보는 것이죠. 기업에서 브랜딩을 전개하면 너무 당연하겠지만 많은 제약들이 발생해요. 그리고 다양한 의견에 대해서 때로는 충돌하고 한편으론 수렴하게 되기도 하죠. 그래서 100% 제 의지대로만 브랜딩을 전개할 수는 없어요. 이는 어찌 보면 당연합니다. 기업의 생존과 비즈니스가 브랜딩만으로 성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내 브랜드라면 저런 방식을 선택할 테고 또 이런 것들을 이렇게 풀어볼 텐데..라는 생각 말이죠. 그래서 저의 의지와 생각만으로 전개되는 그래서 기존의 공식(?)을 깰 수 있는 그런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늘 머릿속으로 다양한 브랜드를 만들어 보는 상상을 하기도 합니다. 결국 제 브랜드가 세상에 나올 수 있을까요?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그랬으면 좋겠네요. 아니 그런 순간을 만들기 위해서 한편으로 끊임없이 고민해야겠죠.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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