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천은 무서워

새벽 5시에 일어나 달리기

by 여름타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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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 50분쯤 알람이 울렸다.

다름이 아니라 운동을 나가야 한다는 알람이다.

나는 눈을 비비고 알람을 끄고는 일단 아무 생각없이 운동복을 몸에 꿰어 넣는다.

(그렇지 않으면 도저히 일어나 나갈 수 없다.)


새벽 5시 집 앞 탄천은 사람이 없다.

딱 30분 차이로 5시 반쯤에는 러너들이 속속 보이기 시작하는데 말이다.

그래서일까, 널찍하고 탁 트인 공간이긴 하지만 가끔 만나는 다리나 어두 컴컴한 건너편 미루나무 숲을 보면

무섭다.


그렇지만 5시 반으로 달리기 시간을 늦추면 6시 줌 운동레슨과 겹치게 되어 시간이 맞지 않다.

이럴 경우 예전 같으면 먼저 달리기를 포기했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삼일에 한 번은 달리기로 마음을 먹었기에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 5시에는 달릴 수 있는 조건을 구축하기로 해본다.


여전히 탄천이 무섭지만 일단 옷을 입고 나가본다.

세상천지가 아직 깜깜하다.

머릿 속으로 아 그냥 들어갈까 잠깐 생각을 하다 일단 그냥 탄천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우리 아파트는 주차난이 심해서 차들이 주차장 이외의 공간에도 빼곡하게 늘어서 있다.

평소라면 보기 싫었을 그 광경이, 캄캄한 새벽에는 뭐라도 가득 차 있는 것이 친구처럼 그리고

사람들이 바글바글 대는 시장 풍경처럼 정겹게 느껴진다.


아! 그렇지 아파트 안을 5시 30분까지 뛰면 되겠구나.

아파트 안에는 경비초소도 있고, 무슨 일이 일어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평지이고 차도 많이 다니지 않으니 달리기에는 안성맞춤 트랙인 셈이다.


그래서 나는 탄천의 무서움이 조금 가시는 5시 30분까지 아파트 안을 열심히 뛰었다.

그리고 다시 다섯 시 반이 되어 탄천으로 향했다.

사실 아파트보다 탄천이 더 뛸 맛이 나긴한다.

물이 흘러가는 모습,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양 그리고 바람의 움직임까지

모든 것이 더 역동적이다.

게다가 탁 트인 공간과 시냇물, 그리고 간간이 보이는 러너들의 모습까지 더 정겹게 느껴진다.


그러면서 든 생각.

만일 내가 남자였더라도 오늘 같은 고민을 했을까?

새벽 5시가 아니라 새벽 4시였어도 남자였다면 그냥 뛸 수도 있지 않았을까?

이 문제는 조만간 가까운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결론을 짓기로 한다.



여하간 새벽 5시 러닝이 두려운 문제는 일찍 일어나 정겨운 아파트를 뛰다 탄천으로 가는 것으로 해결되었다.

새벽 바람이 춥지만 뛰고 나니 몸이 더워졌다. 집에 돌아와 따뜻한 물 한잔을 나에게 대접한다.

밖은 춥지만 몸과 마음은 유난히 따뜻한 오늘이다. (26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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