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타자기 Oct 21. 2022

출퇴근 여행 일기 5.

His favorite number.


출근길 차 시동을 걸자마자 핸드폰에 켜두었던 넘버블럭스 영상이 자동 플레이 되면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숫자와 아주 상관없는 삶을 살아온 내가 요새 매일 숫자 송, 숫자 관련 완구에 둘러싸여 살고 있다.


bbc 넘버블럭스에 빠져버린 어여쁜 우리 다섯 살짜리 녀석 덕분이다.


아빠에 대한 다음 질문은 바로 이 '숫자'와 관련이 있다.








'아빠가 가장 좋아하는 숫자는?'





이것이 바로 내 두 번째 질문.


어찌 보면 너무 간단한 물음이라고 수 있겠지만


일흔이 넘으신 나이라, 각 잡고 진지하게 질문을 하면 애써 대답을 피하시기 일쑤이니,


블로그 인친 인터뷰하듯 재미있고 편안하게 접근해야만 한다.



퇴근을 하고, 아빠의 지나간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근처 오리백숙 집에 들렀다.


한 번도 백숙을 먹어본 적이 없는 우리 가족.


요사이 아이로부터 시작한 감기 돌림노래가 두 바퀴를 돌아 한 달을 가더니


기어코, 백숙으로 마무리되는구나.


생일 축하 노래가 끝나고 나는 이때다 싶어 질문을 던졌다.



아빠. 제일 좋아하는 숫자가 뭐예요?


아빠는 내 질문에 아이 뭐 그런 거. 하시더니


갑자기 '8!'이라고 대답하셨다.


'왜?'


우리는 망설임 없는 그의 대답에 이유가 궁금해졌다.


아빠는 말했다.


'팔팔하잖아! 으하하하하.'


아빠의 대답에 우리도 으하하하 웃어버렸다.


과연 아빠다운 대답이다.


나는 아빠가 나와 제일 비슷하면서도 가장 먼 존재라고 생각한다.


어떤 점은 끔찍하리만큼 비슷하면서도


어떤 면은 가족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다르다.



영화와 노래를 좋아하는 점,


역사와 우주 관련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빠 판박이다.


그러나 이과인 아빠와 뼈 속부터 문과인 나.


좋게 말해서 짠돌이인 아빠와, 역시 좋게 말해 씀씀이가 대인배인 나는


참으로, 참으로 다르다.



팔팔해서 8이 좋다는 아빠.


뭐든 간단 명쾌하고, 세상의 중심이 자기 자신인 울 아부지.


아빠의 기억이 점차로 옅어지는 것도


'편한 게 더 많다.'로 퉁치는 우리 아버지.




그런 아버지가 좋아하는 숫자 8은 넘버블럭스에서 8은 hero를 담당하는 octoblock(옥토 블록)이다.


우연일까.


아이에게 가장 좋아하는 숫자를 물으니


OCTOBLOCK!!이라고 답한다.





"너 8이 왜 제일 좋아?" 

"음~크냥!!"


출처 : bbc numberblocks


그래. 팔팔해서 좋고,


그냥 좋고!


이렇게 닮은 손자와 할아버지.


숫자 하나로 세대를 넘어선 이야기 하나가 또 기록된다.



#공감에세이 #부모님기록 #일화기록 #에세이 #워킹맘 #육아 #글쓰기 #수필 #단상 #출퇴근일기 #공감






매거진의 이전글 출퇴근 여행 일기 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