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여름타자기 Sep 28. 2024

03. 초보자의 험난한 촬영과 편집

쉽게 봤다 큰 코 다치다!

7월말부터 집 근처 미디어센터에서 다큐멘터리 워크샵 과정을 수강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아빠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기 위해 나름 열심히

영상을 남겼다.




다큐 속 스틸 컷 한장.





       

촬영본은 일자별로 나누어 폴더로 정리했다.




sony zv90과 아이폰13 미니를 이용하여 촬영을 했는데, 무작위 촬영을 하기도 했고

구성안을 가지고 만든 얼개에 따라 셋팅된 장소에서 인터뷰의 형식으로 혹은 유도된 방식으로 촬영을 하기도 했다. 시나리오는 써본적이 있으나 실제로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해 본 것은 처음이었다.




기획안으로 밑그림을 그린다.





'다글로' AI로 촬영본 음성파일을 추출 해 스크립트 화를 했다.




감독님의 지도 하에 촬영 영상은 '다글로'나 '클로바' 같은 ai 툴의 도움을 받아

스크립트화 했다. 나는 이 스크립트 중 내가 미리 짠 '구성안'에 잘 맞는 것을 선별해

해당 영상의 시간대를 기록해두었다가 편집구성안을 다시 만들었다. 그리고 편집구성안에 기초하여 영상 조각들을 모아 이야기를 짜 나갔다.





나름의 틀을 만들어 편집구성안을 만들었다.







신기했다.

보통의 극영화나 시나리오 쓰기는 이야기 '구조'를 가장 먼저 그리고 세심하고 자세하게 만든다. 그러나 다큐멘터리는 화두와 개략적 구조를 개략적으로 짜서 현장으로 뛰어든다. 그리고 그 안에서 찍힌 결과물들을 가지고 영상을 가지고 좀 더 자세하게 퍼즐조각 맞추듯 시나리오를 만들어 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성안은 희미한 밑그림이 그려져 있으나, 촬영기간 동안 대부분은 바뀌기 마련이고 촬영 과정에서 내가 얼마나 집요하게 다가섰느냐, 혹은 어떤 상황을 만나느냐에 따라 이야기 전체가 휘청거리고, 뒤집어진다.


찍은 내용을 가지고 편집구성안을 겨우 완성했다. 그리고  이것에 따라 순서편집본(가편집본)을 얼기설기 25분 가량 만들었다. 프리미어 프로는 처음 다루어보는 것이라 컷 단축키도 몰라 검색에 검색을 거듭했다.(아직도 잘 다루지 못한다. 어렵다. ) 편집은 감각과 논리를 함께 다루어야 하는 초 멀티 작업이라 실력도 센스도 부족한 나는 어려움이 많았다.



           



난도질된 프리미어 프로 창...





그리고 1차 피드백을 받았다.

첫 피드백은 꽤 괜찮았다.

감독님은 가편집본에서 살릴 수 있는 클립이 많으니 그걸 토대로 2차 구성

(제대로 된)을 하자고 하셨다.

나는 현생의 파도에 떠밀려, 결국 나레이션 정도만 수정하여 2차 피드백을 받았다.




          



사진은 늘 다정하다.





편집본 피드백 결과는 좋지 못했다.

2차 편집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여 생긴 공백도 컸다. 또한 나는 영상이 찍힌 시간적 순서에 너무 얽매여있었다.

감독님은 '시간적' 순서에 따른 편집이 아닌 '논리적' 순서가 필요하다고 하셨는데 난 그 차이조차도 알지 못했었다.


나는 이야기를 덩어리로 보는 법, 감각적으로 묶는 법 그리고 자르는 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역시 영화는 '편집'의 예술이었다.


감독님은 줌미팅에서 '실시간 프리미어 프로 편집과정'을 보여주셨다.

예술의 경지였다. 같은 촬영본은 전혀 다른 의미와 결을 갖게 되었다.

나는 그 피드백을 부여잡고, 다시 구성안을 써서 3차 편집을 했다.



그 와중에 현생의 일이 점차 목을 죄어오기 시작했다.

물리적, 심적 여유 모두 동이 나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프로젝트를 일 때문에 포기한다면 그것만큼 억울한 일도 없을 것 같아 겨우 정신줄을 부여잡았다.









3차 편집본에서는 '징검다리 가족'에서 '아빠의 속마음'으로 제목이 바뀌었다.

여전히 음악과 자막은 넣지 못했으나 나름 열심히 나레이션을 했다.

(개똥도 약에 쓴다고, 계륵 취급을 받던 녹음 장비가 요긴하게 쓰였다.)


사실 나는 이 버전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마지막 수업에서 감독님은 긍정적인 피드백과 함께

한 번 더 추가분을 넣어 편집할 것을 독려하셨다.

나는 약간의 절망을 했고, 감독님의 집요함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나는 10월이 되기 전 추가 촬영분을 넣어 4차 편집을 해보려 한다.

그 와중 작품의 제목은 '아빠의 기억'으로 바꾸려 한다.








돌이켜보면 나는 더 열심히 아빠에게 다가가서 찍을 수 있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여기까지가 최선인 것도 같다.

촬영 과정에서 아빠와 나의 관계 자체에 대한 한계가 보이기도 했으니까.

내 인간적인 한계가 느껴지기도 했는데,

다큐멘터리 완성을 위해 아빠를 기능적으로 대한 건 아닌가 싶은 반성도 했다.



그러나 분명 나는 아빠의 병과 현재 상황에 대한 이해,

그리고 나의 자세를 한 번 점검해보게 된 것만은 분명하다.

그리고 아빠와 나의 과거를 한 번 돌아보며

늘 으르렁 대던 아빠와 엄마가 사실은 무척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러번의 편집을 거치며

사실은 이 이야기가 나와 아빠의 이야기가 아닌

엄마와 아빠의 '사랑 이야기'로 읽히기 시작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이 과정을 나크작에 공유하는 것은,

촬영의 ㅊ도 몰랐던 내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에 도전하게 된 것이

나크작 글벗들 덕분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서이다.


나크작을 시작하면서

예전 꿈을 다시 생각해냈고,

웃으며 때론 울면서도

어떻게든 창작의 방향으로 우리는 서로를 독려했다.



지금 나는 내 인생이 어떤 항로에,

어떤 기점에 와 있는지 모른다.

아마 글벗들도 비슷하지 않을까.

아마 인생의 끝자락에 다다랐을 때에야

우리의 항해 경로가 살짝은  보이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는 세상의 기준에는 무용하지만,

자신과 누군가에게는 서로 유용하고,

의미있는 것들을 만드려고

노력하고 소통하며

애를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 애씀은 아주 진하게 내 안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다.

나크작 멤버들을 봐도 그러하다.

지금 잠시 어두운 밤길을 걷든,

설국의 한 대목처럼 잠시 밤의 하얀 끝자락을 맞이했든,

터널 밖 환한 대로로 향하고 있든,

자신과 글벗들 안의 등불을

지켜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우리의 발자취가

안쓰러울만큼 소중하단 생각을 한다.




최인아 대표의 말이 맞았으면 좋겠다.



"애쓰고 애쓴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우리의 애씀이 소중하다.

그 소중함은 쉬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서로의 기억이 든든한 밧줄이 되어 줄 것이다.





#나크작 #성미센

이전 02화 소재 찾아 삼만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