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대를 경험하며 느낀 점
[교대에 진학하게 된 과정]
고3 때 잠깐동안 초등학교 교사가 되고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생각이 오래가지는 않았다. 초등학생 보다는 중고등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학생을 가르치는 일보다 교육행정쪽이 더 흥미로울 것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다 수능을 봤고, 막연히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던 SKY대학에 진학이 어려워진 나는 고민하다가 서울교육대학교에 지원했다.
당시 서울교대는 정원 20%를 남성 TO로 할당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덕분에 여성보다 경쟁률이나 커트라인이 다소 낮았다. 다만 정시임에도 내신이 꽤 중요했고, 논술과 면접전형까지 응시해야하는 까다로운 전형을 갖고있는 학교였다.
수능점수로도 무난하게 입학할 수준이기는 했지만 뭔가 잘 맞는게 있었는지 논술시험에서 읽고 있던 책과 연관된 주제로 문제가 나왔었고, 면접도 뭔가 망쳤다는 느낌없이 무난하게 합격할 수 있었다.
고등학교 선생님들은 교대진학을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았었는데, 나는 입학해서 내가 몸소 체험하기 전까지는 그게 어떤 의미인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하지만 교대를 다니면서 어떤 이유에서 그런 이야기들을 하셨는지 어렴풋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교대에서의 짧은 경험과 느낀 점]
서울교대에서의 1학년 생활이 그렇게 유쾌하지는 않았다.
일단 커리큘럼이 단조로운 편이었다. 들어야하는 과목들이 대부분 정해져있어 운신의 폭이 좁았다. 제2외국어와 사회과목 분반 수업 중에서 어떤 과목을 들을지 정하는 정도였고, 그 외 대부분의 수업은 같은 과 학생들과 같은 과목을 들어야했다.
제일 마음에 안들었던 부분은 선후배 관계가 경직적이었다는 점이다.
학과행사의 잡일들을 남자 신입생이 도맡아 해야하는 구조부터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남자 선배들은 남자끼리 운동하는 모임을 갖는다던지, 학과 대표에 자원해 영향력을 펼치기를 원한다던지, 남학생 사회에 참여할 것을 강요하는 문화가 있었다.
여초사회에서 남자가 희생되고 불편함을 겪는 만큼, 남자끼리 뭉쳐서 서로를 북돋아주고 뭔가 보상받을 수 있는 급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싶다. 무슨 생각인지 이해는 됐지만 나는 같은 신입생인데 남학생만 잡일을 도맡아서 시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남학생 사회에 특별히 참여하고 싶지도 않았다. 적당히 외면하면 편한 측면도 있으니 굳이 나서지 않는 여자 선배들의 모습도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초등학교 교직 사회에도 이런 분위기나 문화가 연결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자로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일 외에도 행정업무를 처리하고 교직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해야 할텐데 교직사회가 이런 분위기라면 나는 별로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짧은 기간동안 이런저런 일을 겪게 되면서 종합대학에 다시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이를 실천에 옮기게 됐다.
[교대 생활을 통해 얻은 것]
일단 초등학교 교사를 꿈꾸는 사람들의 모임인 만큼 내가 느끼기에 뭔가 아기자기하고 착한 친구들이 많았다. 교대역 자체가 집에서 멀어서 그렇지, 교대역에서 학교가 가까운 것도 장점이었다. 학생 수가 적은 만큼, 마음만 먹으면 학교나 학과에서 주어지는 여러가지 기회들을 누리기도 쉬웠고, 과외 시장에서 선호도도 높고, 심지어 학교에서 과외를 연결해주는 시스템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심적으로 의지가 되는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쩌다보니 장수생이 많은 신입생 모임에 들어갔었는데 덕분에 아무 것도 몰랐던 스무 살인 내가 다른학교는 어떤 분위기에서 어떻게 생활을 하는지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었다. 학교 밖에는 다른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대신 감수해야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미리 생각해볼 수 있었다.
입학하자마자 나가고 싶어하는 나를 응원해주고, 또 한 학기 만에 학교를 떠났음에도 십 년이 넘는 시간동안 관계를 유지하며 만나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좋은 인연을 만났다는 것은 서울교대를 다니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교대를 떠나지 않았거나, 혹은 떠나지 못했더라도 이 모임 덕택에 그럭저럭 잘 다녔을 것이라 생각한다.
교대를 떠나기는 했지만, 십 년이 넘는 시간동안 이 모임에서 4년의 교대 생활과 수험생활, 또 교직생활이 어떤 지 항상 듣고 있기 때문에 간접적으로 초등학교에서 일하는 것이 어떤지를 느끼고 있다. 그리고 그것이 그럭저럭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많은 스트레스를 토로할 때도 있지만 간접적인 체험을 통해 보면 초등학교 교사라는 직업이 종합적인 측면에서 좋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에필로그]
결국 나는 이렇게 한 학기만 다니고 다른 대학에 입학하게 되면서 교대를 자퇴했다. 내가 가지 않은 길, 아니면 가지 못한 길, 그리고 가려고 했던 길이었기 때문에 종종 내가 교대를 졸업해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다. 다 지나간 일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