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치
어버이날 아이들 오기 전 침대에 뒹굴거리며 쉬고 있었다. 그때 경쾌한 현관문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들렸다. 둘째는 신이 난 얼굴로 나를 찾았다.
"엄마~ 있어요?"
"응~ 여기 있어~"
"엄마, 보여줄 것이 있어요!!"
"뭔데?"
"어버이날 주려고 샀어요~ 짠!!"
귀여운 둘째 아이가 보여준 건 반짝이는 카네이션 브로치였다.
"엄마한테 잘 어울릴 거 같아서 샀어요!!"
"어머~ 너무 이쁘다~"
둘째가 남자아이인데 예쁜 걸 유독 좋아한다. 감성적이기도 하고 세심한 둘째가 고른 선물이었다. 그 외 다양한 선물들을 하나씩 사서 모으고 있다고 했지만, 이 브로치가 가장 비싸다고 가장 이뻤다고 하나 남은 걸 사 왔다며 행복해하는 얼굴이었다.
"엄마, 이거 사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어요. 엄마에게 줄 생각에 행복했는데, 돈 많이 썼다고 혼날까 봐 겁도 났어요"
아이의 이야기 중 엄마에게 줄 생각에 행복해하며 샀다는 말이 너무 마음이 와닿았다. 누군가 행복해할 것을 생각하며 누군가를 위해 고르는 선물에 대한 마음을 나도 겪어봤기에 말이다.
어버이날이니 아이 둘과 외식을 하기로 했는데 둘째 아이에게 이야기했다.
"엄마 이거 옷에 달고 외식하러 갈까? 오늘이 어버이날이잖아??"
"알았어요. 그럼 조심해서 달아요. 뒤에 날카로운 거 있어서 엄마 다칠까 봐 걱정되니까요"
정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둘째를 보니 너무나 고마웠다.
"근데, 이거 너무 예쁘다~ 어쩜 이렇게 예쁜 걸 사 왔어~ 고마워~"
"그렇죠~? 이쁘죠?"
"엄마, 오늘 달고 다시 주세요. 이따가 선물상자에 넣어서 다른 선물하고 같이 줄게요~"
옷에 브로치를 달고나니, 나도 부모였구나 싶었다. 오늘 아침 지하철 타러 가는 길에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었다. 지금까지 예쁘게 잘 키워 주셔서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이 죽고 사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사건사고가 많은 요즘을 보면 나이와 상관없이 죽고 사는 것은 언제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유독 많이 들었다. 살아 있는 동안 고맙고 소중한 사람에게 많이 표현을 하고 살아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 생겨도 후회하지 않도록 말이다.
첫째와 둘째가 외식 후 집에 돌아와 각자의 선물을 꺼냈다.
용돈을 탈탈 털어 내 선물을 산 둘째, 둘 다 돈을 너무 많이 썼는데 혼낼 수가 없었다. 그 마음을 알아서 말이다. 아이들의 편지를 읽고 마음에 잘 담아두고 잘 보관을 하는데, 그중 둘째의 편지 중 마음에 남는 말들이 있었다.
[엄마, 꿈을 이루길 바라요]
[엄마, 힘든 일이 있어도 힘내세요]
맞춤법이 틀리건 글씨가 삐뚤빼뚤하건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가 엄마에게 이런 진심을 담아 표현하는 것이 너무 고맙고 감동스러웠다.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너무 많이 느껴져서 따뜻한 날이었다.
주말 어버이날을 맞이해서 부모님을 찾아뵙기로 했다.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을 가득 담으니 나도 내 마음을 부모님께 전하고 싶었다. 깔끔한 편지지를 사서 금요일 저녁 책상에 앉아 진심을 담은 편지를 적었다. 편지를 적고 마음이 뭉클해져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 마음을 그대로 부모님께 전해드렸다.
내년엔 내 후년엔 환하게 웃으실 일들을 전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