림보선수할까?
둘째는 달리기를 좋아한다. 남자아이들은 다 그런 건지 내 아이라 그런 건지 원래 이런 아이인 건지 둘째는 한시도 가만있지 못한다. 단, 운동할 때와 종이접기 만들기 할 때만 빼고 말이다. 아, 게임영상 볼 때도 조용해진다.
학교에서 가끔씩 외부 활동 신청서가 뜰 때가 있다. 거의 넘겼었는데 달리기라는 문구를 보고는 둘째에게 이야기를 해보았다.
“달리기 대회한데~ 한번 나가볼래? ”
“달리기? 좋지!!”
“선수 아닌 초등학교 친구들만 참가하는 거니까 즐긴다 생각하고 다녀오자~ 신청한다~!!”
지난달 그렇게 신청서를 내고, 연락도 받았다. 장소가 한국민속촌 근처라 집에서 거리가 있어 전날 일찍 잤다. 새벽 6시에 일어나 준비를 하고 편의점에서 간단히 아침을 사서 출발했다. 난 아이 둘을 데리고 장거리는 처음이라 정신 바짝 차리고 운전을 했다.
9시에 도착하니 기념품, 순번등을 나누어주었다. 둘째는 60m 랑 600m 달리기 두 종목을 나간다. 4학년 이하 남, 여 나눠서 19조가 예선을 하고 고학년 따로 진행하고 결승친구들을 뽑는다.
둘째는 3조 4명의 친구들과 경기를 하게 되었다. 동네서 신나게 뛰기만 했던 아이가 처음으로 트랙에서 친구들과 함께 경기를 하니 긴장한 듯했다. 시작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네 명의 아이들은 죽을힘을 다해 뛰었다.
둘째가 뛰는 모습을 영상에 담으며 아이의 표정을 보니, 이를 악물며 옆친구를 이겨보겠단 강한 의지를 가지고 뛰고 있었다. 정말 최선을 다 하고 있었다.
열심히 달렸지만 3등을 했다. 경기를 끝내고 달려온 둘째를 안아주니 심장이 쿵쿵 뛰는 게 느껴졌다. 잘했다며 안아주고 600m 순서를 기다리기로 했다. 중간에 결과가 벽에 붙어있단 이야기를 들어서 기록을 확인하러 갔다. 기록을 보니 11초 좀 넘은 기록이었다. 근데 결승진출 이름에 둘째 이름이 있었다.?!
기록순으로 결승에 진출한 다곤 들었는데 3조 친구들이 다 잘한 건가? 생각을 하며 둘째에게 결승 진출이라며 이야기해 줬다. 신나게 결승 진출 축하를 하고 전화를 하며 들떠있었다.
중간중간 아이들이 즐길 행사를 했는데, 림보게임을 했다. 친구들이 워낙 많으니 림보를 확 낮춰서 게임을 진행하고 있었다. 어려운 단계의 림보로 다들 탈락을 하고 있었다.
“자! 단 한 명이 통과하면 그 친구가 1등인 거예요!!”
어느덧 둘째와 첫째의 차례가 왔다. 어려워 보여서 멈짓멈짓 하던 둘째가 사람들의 이목을 받으며 첫 번째 통과자가 되었다. 방방 뛰며 좋아하는 둘째, 첫째는 탈락하고 몇십 명 친구들 중 단 두 명만 통과를 했다. 시간상 공동 우승 자에게 상품권을 주고 행사는 끝났다.
점심을 먹고, 600m 경기를 했다. 운동장 트랙 한 바퀴 반을 뛰어야 했다. 22명의 친구들이 함께 뛰었다. 오래 달리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열심히 달리는 둘째였다.
“엄마, 힘들어 죽는 줄 알았어~!”
“당연하지, 오래 달리는 거 힘들어~ 잘했어~”
곧 결승경기가 있을 거라 벽에 붙어있는 이름하고 기록을 다시 확인하러 갔는데, 수정된 결승이름이 붙어있었다. 아니… 그럼 방송으로 이야기를 해주던가.. 둘째의 이름이 없었다. 이걸 어찌 이야기해야 하나 고민이 되었고, 다시 확인하러 사무실에 가니 돌아온 말은
“죄송해요~ ”
이 말뿐이었다. 오류가 있었나 보다. 실망할 둘째를 생각하며 기록증만 받아서 자리로 갔다. 이미 결승 준비하러 자리를 비운 둘째였다. 둘째를 찾아 오류가 생겨서 결승자가 바뀌었다고 이야기를 해줬다. 실망한 표정과 믿을 수 없단 표정의 둘째였다.
우린 서둘러 집에 갈 준비를 했다. 처음부터 오류가 없었으면 좋았을걸..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으니 집으로 향했다.
“얘들아~ 민속촌 들릴까?”
솔직히 내 체력은 이미 바닥이었다. 그렇지만 바로 옆이니 물어보았지만 둘 다 말이 없었다.
기름도 없어서 가까운 휴게소를 찾아 달렸다.
휴게소에 도착해서 아이들에게 물어봤다.
“여기 휴게소에서 맛있는 거 사줄까?”
“…..”
휴게소에 들어와 말이 없는 아이 둘을 보니 둘 다 기절해 자고 있었다. 피곤할 만도 하지, 깨울까 하다가 얼른 주유를 하고 집으로 향했다.
집에 오는 길에 졸음덕에 뺨을 때려가며 운전을 했다. 겨우 집에 도착해 난 조금만 자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며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 그리곤 침대에 지친 몸을 뉘었다. 그때 둘째가 울면서 나에게 왔다.
“엉엉~ 결승도 못 나가고 엉엉~ ”
“아.. 결승 그 기록이 잘못 표시가 되었었나 봐~ 넌 선수도 아니고 훈련도 안 했잖아~ 잘했어~ ”
“아니야~ 오늘 가서 한 게 없어 ㅠㅠ ”
“한 게 왜 없어?? 달리기 했잖아~ ”
“아냐~ 결승도 못 들어가고, 한 게 없어ㅠㅠ”
기대도 안 했던 결승 진출이라 했다가 다시 번복이 되니 속상할만했다. 서럽게 울며 안기는 둘째를 토닥여 주었다.
“그럼~ 내년에도 또 가자~ 운동도 더 하고, 고기도 잘 먹고, 방과 후 축구 하면서 더 달리고~ 응응??? “
“알았어~ 내년에 또 나갈 거야~ 흑흑 ”
“근데.. 엄마, 림보 대회는 없어??”
“응? 림보대회?? 엄마가 찾아볼게~ ”
달리기 결승은 못했지만, 림보 공동우승을 했으니 림보 대회가 나가고 싶었나 보다. 귀여운 둘째의 생각에 검색해 봤으나 정식으론 없는 듯했다.
내년에는 첫째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꼭 우승을 안 해도 좋은 경험을 한 거 같다. 트랙의 아이들을 보니 나도 달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마음만 말이다. 오늘 하루는 이미 트랙을 달린것과 같았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