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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갈까?

괜찮은데? 엄마, 귀 아파

by 라이크수니


둘째는 비염이 심하다. 환절기면 비염 때문에 코맹맹이에 눈이 벌겋게 된다.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해보려 했지만, 독한 알레르기 약만 병원에서 내밀뿐이다. 병원 선생님이 알려주신 침대 커버도 사고, 이불도 다 알레르기케어 이불로 바꿨다.


비염이 이렇게 심해진건 새집으로 이사 온 후다. 한동안 첫째 둘째는 비염과 알레르기로 꽤 고생을 했다. 새집증후군이었을 거고 약을 아무리 먹는다 해도 새집에서 적응하는 동안 증상이 좋아질 거라 생각은 안 했다.


나 혼자 아등바등 이리저리 침구를 바꾸고, 이불빨래 자주 해주고, 청소, 환기를 열심히 해 보았지만 그저 시간이 지나야 할 것 같았다. 코 청소하는 것을 사서 아이 둘 다 코청소를 시키고 코스프레이를 뿌리게 했다. 양약만 계속 먹일 순 없어서 면역력 올려주는 한약도 열심히 먹였다.


환절기인 계절이면 시작되는 둘째의 코. 지켜보는 내가 참 속상하기도 하다. 근데 최근 들어 둘째는 코세척을 귀찮아하고 대강 하는 척하고 말았다. 점점 코는 많아지는 것 같고, 비염으로 코 주변이 파래지는 거 같아 보였다.


“코가 많이 넘어가는 거 같은데, 안 불편해?”


“응~ 괜찮아 하나도 안 넘어가”




옆에서 보기엔 아닌 것 같은데 아이가 그렇다 하니 믿고 넘어갔다. 며칠이 지났다.


“코 잔뜩 막힌 거 같은데 코세척 잘하자!!”


“응!”




자꾸만 괜찮다는 아이, 귀찮은 건지 정말 괜찮은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또 며칠이 지나서 말투가 변했다.


“엄마 보기엔 안 좋아 보이는데, 코세척을 제대로 잘하든지 아니면 병원 가서 주사 맞고 약 먹일 거야!!”


“응!! 괜찮다고!!”




아들은 원래 그런가, 뭐가 그렇게 귀찮은가 뭐가 다 괜찮다는 건지 협박성 멘트도 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괜찮다였다.


그렇게 주말을 보내고, 난 학교 과제를 하다 늦은 새벽에 침대에 누웠다. 잠이 잘 안 들어 뒤척거리다 보니 새벽 5시가 되었다. 눈 감고 자려는데 철컥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방문 소리가 들리면 안 되는데 순간 둘째가 아프구나 하는 싸한 느낌이 들어 안방문을 보는 순간 엉엉 울며 둘째가 들어왔다.


“엄마, 엉엉 귀가 너무 아파 엉엉”


하.. 코 넘어가서 중이염이 왔구나 싶었다. 아프단 애를 안아주고 달래야 하는데 욱! 하는 맘이 올라왔다.


“엄마가 코세척 잘하라고 했지? 병원 가자 했지?! 코 자꾸 넘어가는데 그냥 두니까 중이염 와서 염증 생겨서 귀 아픈 거잖아!! 왜 병을 키워~! 진작에 병원 가거나 코세척 잘했으면 괜찮을걸.. 엄마 학교도 가야 하는데 화요일은 강의도 가야 하고.. 휴.. 엄마가 지금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이런.. 어찌나 화가 나던지 말 안 듣고 괜찮다 괜찮다 하더니 중이염이라니 너무 속상하고 짜증이 났다. 월요일은 학교 가느라 너무 바쁜데 말이다. 일주일에 딱 한 번가는 날인데 말이다.


걱정은 되니 울고 있는 둘째 이마를 짚어봤다. 다행히 열은 없었다. 근데 중이염 와서 아픈걸 내가 지금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병원 가서 항생제 지어먹어야 나을 수 있으니 말이다.




“엄마가 지금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화요일날 병원 갈 수 있을 거 같은데”


“응.. “


훌쩍거리며 안방문을 닫고 방으로 간 둘째를 보내고 머릿속에 수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중이염은 빨리 약 먹고 치료해야 하는데 일주일에 하루 가는 학교를 빠질 순 없는 노릇이니 말이다.




잠시 생각하다 병원 시간을 알아봤다. 8시에 문 여는 병원이 있었다. 더 빨리 일어나서 씻고 밥을 차리고 아이들을 깨웠다. 둘째 귀가 얼마나 아픈지 물어보고 빨리 일어나 밥 먹고 병원 들렸다 학교를 가자했다.


난 밥을 입에 욱여넣고 나갈 준비를 하면서 둘째 상태를 체크했다. 아침부터 정신이 나가는 거 같았다. 입안에 밥을 잔뜩 넣고 왔다 갔다 하면서 옷을 입고 부엌정리를 했다. 첫째에겐 천천히 밥 먹고 학교에 가라고 했다.


정신없는 표정을 첫째에게 숨기는 건 실패했지만, 춥고 귀 아프다는 둘째랑 각자 책가방을 매고 병원에 도착해 첫 순서로 진료를 보았다.



“귀에 물 차고 부었네요. 중이염 왔네요”


같은 말을 반복하기 싫었는데 둘째에게 또 같은 잔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래도 두 번째 하고 세 번째는 최대한 좋은 어투와 좋은 단어로 이야기했다.


병원 진료를 보며 귀지가 가득한 귀를 살피다 건드려졌는지 둘째는 귀를 더 아파했다. 약국에서 약을 받는 동안 아픈지 계속 끙끙거리며 우는 둘째를 보니, 순간 나도 둘째도 학교를 가지 말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귀가 너무 아픈데 그냥 집에 가 침대에 누워 자면 안 돼요?”



“아니야…. 학교는 가야지, 약 먹었으니까 좀 나아질 거야, 엄마가 1교시는 꼭 들어야 하는데.. 학교는 가야 하는데 말이지.. ”



우는 둘째의 손을 잡고 학교로 향했다. 아파서 우는 애를 보니 맘이 약해졌다. 근데 같이 있어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둘째가 자면 난 그냥 옆에 있을 테니 말이다.



“자 엄마 봐봐~ 학교는 우선 가고, 너무 아프면 선생님께 말씀드리고 보건실에 가서 좀 자고, 집에 가면 아무도 없잖아 학교에서 점심 먹고 엄마가 챙겨준 약 먹고 그래도 너무 힘들면 선생님께 이야기하고 집에 가서 엄마 침대 가서 자~ 그렇게 해볼까?”


“으응… 알았어..”


학교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둘째의 뒷모습을 아련하게 보며 난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이대로 내가 학교수업을 들으러 가는 게 맞는 건가 하는 생각에 발걸음과 마음이 무거워졌다.



지하철을 기다리며 아프다며 학교 가기 싫다며 울던 둘째의 뒷모습이 자꾸만 아른아른거렸다. 항상 즐겁게 학교 가던 길이였는데 이날은 그렇지 못했다.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다 알람이 왔다.

“씩씩하게 받아쓰기 재시험 보고 있어요” 하는 둘째의 담임선생님의 연락을 보고는 조금 마음이 놓였다.



학교에 도착해 집중해보려 노력하며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으며 오후 수업을 포기하고 집에 가서 둘째를 챙겨야 할까 고민을 하다 오후 수업 듣는 걸로 선택을 했다.



늦은 저녁 집에 오니, 거실에 저녁 먹은 것이 널브러져 있고 아침에 입고 간 옷 그대로 입은 채, 즐겁게 티브이를 보고 있는 아이들을 보니 하루 종일 종종 거렸던 내 마음이 내 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유난히 길었던 하루였던 것 같다. 아이들 방 불을 꺼주고 내 방에 와 정리하고 씻고 침대에 누우니 지쳤던 몸이 스르르 침대로 흡수하는 것 같았다.


유난히 오늘은 침대가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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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