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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부적

적으면 다 이루어집니다.

by 라이크수니

딸과 처음으로 멀리 둘이서만 여행을 떠났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행지인 해운대 바다로 말이다. 즐거운 여행을 즐기다가 저녁에 딸에게 드론쇼를 보여주고 싶어서 광안리로 넘어가자 했다. 광안리 한 커피숍에서 드론쇼를 보고 발걸음을 옮겼다.



지하철을 타고 해운대로 가려고 걸어가는 길에 딸이 여행온 기념으로 네 컷 사진을 찍자고 했다. 열심히 꾸밀 소품들을 챙기고 화면에서 어떤 프레임으로 할지 선택을 했다.



딸이 선택한 것은 성공부적과 네 컷의 사진이 함께 나오는 프레임이었다.

신나게 사진을 찍고 나온 사진을 보니 '성공부적'이라 적혀있고, '이곳에 적으면 다 이루어집니다' 하며 네임펜으로 적을 수 있는 두줄정도의 공간이 있었다.



딸과 이야기를 하면서 걸어갔다.



"엄마는 여기에 작가, 교수, 돈, 건물.. 음 또 뭘 적지? 이런 거 적어놔야지! 혹시 알아? 진짜 될지"

순간 그냥 희망사항들을 다 적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이야기를 듣더니 딸이 이야기를 해주었다.

"엄마, 근데 작가나 교수를 할 때 그 과정이 즐겁지 않을 수도 있잖아, 거기에 행복하고 건강을 쓰면 교수와 작가가 되는 과정이 행복하고 건강할 수 있잖아~"



참으로 사람은 간사한 듯하고,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작년 큰 수술을 하고 작년과 올해의 내 1순위 목표는 건강이라는 것을 까먹었을까? 인생에서 돈이 다가 아니고, 성공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나였는데 말이다.

행복하려면 뭘 해야 할까를 생각하며 지내는 나인데 말이다.




다 이루어진다는데, 생각난 것들이 너무나 속물같은 것들이니 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내 건강과 나의 행복인데 말이다.


첫째 딸의 말을 듣는 순간 아차! 싶었다. 그러면서 초등학교 5학년인 아이인데 이런 말들로 나를 정신 차리게 해 주니 가끔은 딸이 초등학교5학년이 맞는 건지 싶을 때가 많다.






넷 컷 사진을 보면 영락없는 초등학교5학년 똥꼬 발랄한 여자아이인데, 가끔 나와하는 대화는 속 깊은 친구 같으니 말이다.




네가 속깊은 마음으로 엄마를 대하듯

엄만 똥꼬발랄한 모습 잃지 않도록 곁에서 지켜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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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