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피아노 30분만 했어
언제부터인가 해가 갈수록 예쁜 낙엽과 벚꽃은 잠깐동안만 볼 수 있게 되어가는 듯하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정신을 못 차리듯 사람의 몸도 적응하기 힘들어지는 듯하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사람들의 옷은 계절을 섞어 놓은 듯했다. 나 또한 그런 날씨에 적응하기 힘들었고, 나만 그랬던 것은 아니었나 보다.
첫째가 얼마 전 어지럽다며 학원을 가지 않고 집에 왔다. 열을 체크하니 미열이었다. 좀 힘들어하길래 해열제 조금을 먹고 일찍 재웠다. 혹여나 새벽에 열이 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고열은 나지 않았다. 그렇지만 컨디션은 별로인 듯했고 미열은 남아 있었다.
나도 뭔가 컨디션이 나빠서 수액을 맞고 좀 쉬었다. 뭔가 크게 아픈 건 아닌데 미열과 소화불량 약간의 몸살기가 있었다. 약을 먹기엔 참을만하고, 일상을 보내기엔 힘든 몸 상태였다.
조금 나아질 즈음, 항상 정신없는 월요일이 돌아왔다. 아이 둘은 학교에 가고, 나도 지하철을 타고 학교로 향했다.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점심을 먹는데 방과 후 선생님에게 연락이 왔다. 둘째가 방과 후에 출석하지 않았다는 연락이었다.
둘째가 좋아하는 방과 후라 빠진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처음 빠진 거였다. 둘째는 핸드폰이 없어서 연락할 길이 없었고, 뭔가 사정이 있겠지 생각하며 아이의 위치를 보니 집이었다.
밥을 먹으며 첫째에게 카톡을 보내놓고 시간이 지나니 첫째에게 연락이 왔다.
“엄마, 아프데~ 나랑 비슷하게 미열에 좀 어지러운 증상인가~”
“그래?? 괜찮데? 약 안 먹어도 된데? 집에서 쉰데,”
“응~ 어지러워서 학원은 쉰데~ 괜찮아~ 나도 병원도 안 가고 괜찮았잖아~”
걱정하지 말라며 첫째가 이야기했다. 그 연락에 난 편하게 오후 수업을 듣고 저녁도 먹고 천천히 집으로 향했다. 집에 들어가니 저녁 먹고 신나게 티브이보고 말짱한 모습의 아이들이었다.
그때 큰애가 나를 보며 다가왔다.
“엄마, 오늘 피아노 학원 갔다가 30분만 하고 집에 왔어~”
“어?? 왜??”
“아니, 동생 걱정이 되어서.. 원장선생님한테 말하고 30분만 하고 집에 왔어~”
약간 울먹이며 이야기하는 첫째였다.
분명 나에겐 걱정 말라는 식으로 씩씩하게 이야기했는데, 속으론 안 그랬나 보다. 좋아하는 피아노 학원을 30분만 하고 온 걸 보니, 동생 걱정을 많이 했나 보다.
그 마음이 또 안쓰러워져서 첫째를 꼭 안아주었다.
“아~ 그랬어?? 걱정 많이 했구나~”
내가 걱정해야 할 부분을 큰아이가 대신 걱정한 것 같아 또 마음이 아려오는 날이었다. 왜 아이들은 자꾸만 월요일에 아플까, 일주일에 딱 한번 학교 가는 날인데 말이다.
그래도, 아이가 둘이라서 둘을 믿고 학교를 다닐 수 있으니 다행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