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대로의 엄마가 좋아
난 상담심리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이다. 2학 차에 심리검사에 대한 수업을 듣고 있다. 1학 차 때는 미술치료를 배워서 아이들과 그림을 그리며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수업을 들으면서 내 아이들의 마음은 지금 어떠할까? 문득 궁금해졌다. 궁금하면서도 아이들의 마음을 마주할 수 있는 내 마음의 준비는 되어있는지 자신이 없었다.
환절기를 겪고, 둘째는 고열이 났고 나 또한 함께 병원을 다니며 소란스러운 환절기를 지내고 있다. 그 덕에 주말 동안 아이 둘과 집에 머물렀다. 아이들 각자각자에게 그림을 그려보게 하였다. 첫째의 그림 둘째의 그림을 보면서 나만 아는 아이들의 마음을 보고 울컥 눈물이 나는 것을 참았다.
내가 아직은 정확하게 다 알 순 없지만, 배운 이론으로만 봐도 아이들의 마음이 보였다. 망설이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림에 나타나는 불안함을 보면서 내 마음이 아파왔다. 알고 있다. 완벽한 부모는 없고 완벽한 환경을 줄 수 없다는 것도 말이다. 그렇지만 완벽하게 채워주고 싶은 마음이 부모마음 아닐까 싶다.
첫째와 둘째 둘 다 불안을 가지고 있었고, 첫째는 그래도 고학년이라 그런지 크게 문제는 없어 보였다. 어느 정도 평범한 아이의 그림 같았다. 둘째의 그림을 보고는 생각이 좀 많아졌다. 둘째는 세심하고 창의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한 남자아이이다. 그러면서도 남자아이의 특성도 힘도 가지고 있다. 둘째가 신중하게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그래도 좀 컸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의 그림들을 보고 질문을 하고 해석은 하지 않았다. 그리곤 둘째에게 이리오라 해서 포옥 안아주었다.
"엄마에게 바라는 거나, 서운한 거 있을까?"
"음... 글쎄..?"
뭔가 생각하는 듯하면서 뜸을 들이는 둘째였다.
"지금 이대로의 엄마면 되는 거 같아~ 다른 엄마들보다 훨씬 좋은 엄마라는 거 알아~"
"그래? 그렇게 생각해?"
내가 어릴 때의 성향과 둘째의 성향이 좀 비슷한 부분이 있다. 그래서 난 둘째에게 최대한 자율성을 주고 있었다. 둘째가 가지고 태어난 창의력을 더 키워주고 싶어서, 둘째의 성향을 누르고 싶지 않아서 정말 옳지 않은 일이 아니면 뒤에서 지켜봐 주고 있다. 그걸 둘째가 알아주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어 둘째의 대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럼 엄마랑 뭐 하고 싶은 건 없어? 엄마가 해줬으면 하는 거~"
"음.. 엄마가 예전에 어릴 때 만들기 자주 했잖아, 근데 그때 종이 물고기 만들기랑 빨대로 자전거 만드는 거 하자고 했는데 아직 안 했어! 그거 같이 하고 싶어~"
"어? 그거 몇 년 전에 이야기한 건데 아직 기억하고 있었어??"
"응~! 그거 만들기 하자!"
"알았어~ 하자~"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지 몰랐다. 둘째랑 만들기 검색을 해서 첫째와 함께 물고기 만들기와 자전거 만들기를 했다. 조금 컸나 했는데 아직 아기구나 생각도 들었다.
이날 만들기를 열심히 하고, 셋은 신나게 보드게임을 하며 일요일 저녁을 마무리하였다. 조금 커서 둘이 너무 잘 놀아서 가끔은 슬쩍 빠지곤 했는데 종종 만들기와 보드게임을 같이 하며 시간을 더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컨디션이 안 좋았던 주말이었지만,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종일 있었지만 아이 둘과 소소한 주말을 보내 평온하고 행복한 마음이 들어 좋았다. 둘째의 가득한 코와 콜록거리는 기침이 아직 남았지만, 나도 약에 취해 자꾸만 졸고 있지만 시간이 가면 건강하게 첫눈을 볼 수 있는 겨울이 오지 않을까 싶다.
지금 엄마의 모습 그대로 있어달라 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