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녀석들의 발 냄새가 좋다.

아무런 대가 없는 사랑에 대하여

by 고대윤

녀석은 천방지축이라, 차 안에서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앞자리로 왔다가 다시 뒷자리로 옮겨가고, 나는 그럴 때면 "유키야~~!!! 제발 좀 가만히 있어봐~!!!!!"라고 애원하듯 말을 한다. 그러면 다시 앞자리로 와서 운전하고 있는 내 왼팔에 엉덩이를 붙이고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람을 즐긴다. 녀석의 얼굴은 흐뭇한 표정과 헥헥!! 거리는 웃음소리로 가득하다.



나의 반려견 "유키"는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아니 조그만 도시에서 "땅에 한 번도 내려오지 않은 강아지"로 유명하다. 왜 그런 별명이 붙었는고 하면, 이 녀석은 우리 가족 들과는 여간해서 "산책"을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이 엉덩이 무거운 녀석을 늘 안고 다니느라 붙여진 별명이다.(유키는 10kg, 애기를 안고 다니는 느낌)


처음에 한 살일 적만 해도 요 녀석이 곧잘 뛰어다니기도 하고, 잘 걸어 다니기도 해서 내가 리드 줄을 하고 걸어 다니면, 길을 가시던 분들이 예쁘다고 쓰다듬어도 주시고, 사진도 곧잘 찍어가셨다. 내가 낳은 자식은 아니지만 마치 내 자식처럼 느껴지면서 가슴 한쪽이 늘 뿌듯했다.


그런데, 이 녀석이 뒷다리에 힘이 붙으면서부터, 내 팔에 엉덩이를 걸치고 자유자재로 서있게 되면서 사정이 좀 달라졌다. 이 녀석은 차 안의 창문이 열려있는 곳이면 곧장 달려가서 밖을 내다보면서 "왈왈~!!"하고 짖는데, 그 모습을 보신 분들은 또 그 모습이 예쁘다고 사진을 찍으시고, 예쁘다고 말씀을 해주시니, 이 녀석이 또 거기에 한층 더 화답을 하듯, 차에서 내려서 걷지를 않는다.


한 번은 이 녀석의 체중이 너무 나가는 것 같아서, 건강 상의 문제로 운동을 시키려고 강을 끼고 있는 산책길에 데리고 갔다. 부근에 많은 분들이 계셔서 이 녀석이 칭찬 듣는 맛에 내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나의 오산.

배를 뒷 좌석에 납작 붙이고 앉아서, 단 일도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내가 리드 줄을 어찌어찌해서 껴서 이 녀석을 차에서 내려놓으려고 하니, 이 녀석은 더 힘을 주고 움직이지 않고, 나는 나대로 힘이 들고, 서로 헥헥 대면서 고집을 피우다 보니, 온몸에서 땀이 나더랬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네 마음대로 해!!"하고 엉덩이를 두드렸더니, 곰새 일어나서 다시 앞자리로 착 옮기는 것이 아닌가. 이 녀석은 분명 속이 사람이 들어있는 것이 분명하다.



나는 왜 "개"라는 동물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고양이도 좋아하지만, 유난히 "개"라는 동물을 좋아하게 된 것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나는 어렸을 적부터 큰 녀석에서부터 작은 녀석까지 다 만져보고 껴안아보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래서 한 번은 집에서 키우던 큰 녀석(시고르자브종)과 장난을 치다가 손가락을 조금 다쳐서 울었던 적이 기억이 난다. 그래도 그때도 그 큰 녀석을 껴안고 울면서도 놓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최근에는 강아지들의 간식을 가방에 챙겨서 다니는 것을 요 녀석들이 알아서 그러는지, 아니면 내가 유키와 사는 것을(그러니까 강아지 냄새가 내 몸에서 나기에) 알아서 그러는지, 거의 대부분의 강아지들은 내 옆에 와서 꼬리를 흔들며 애교를 부리기에 여념이 없다.


작은 녀석은 작은 녀석들대로, 큰 녀석은 큰 녀석들대로, 나는 또 간식을 꺼내서 하나하나의 입에 넣어준다. 그러면 이 녀석들은 꼬리를 원모양으로 빙빙 돌리면서 더 나를 좋아하고, 나는 녀석들을 더 좋아하게 되고.


사람에 대한 사랑이 지쳐버렸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많은 사람들에게 애정을 받은 편은 아니어서, 나름의 결핍이 강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것도 아니면 무엇인가를 바라고 혹은 기대하고 하는 "사랑"이 아니라, 아무런 대가도 없이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사랑"이기에 그럴 수도 있겠다.


어느 날 유키가 잠을 자고 있을 때, 녀석의 발바닥 근처에 코를 가져다 대보았다. 꼬릿 꼬릿 한 냄새가 내 코를 통해서 뇌로 전달이 됐다. 그 냄새가 무엇이 그리 좋은지, 나는 녀석의 손, 발의 냄새를 다 맡은 다음 하나하나 손과 발을 문질러줬다. 사람에게서 만약 그런 냄새가 났다면 나는 참 싫어했을 것이다. 하지만, 녀석들의 발 냄새는 늘 나를 유혹한다. 그래서 녀석들의 손이나 발을 잡을 기회가 있으면 나는 항상 코를 가까이 대고 냄새를 맡아본다.


68380026.JPG 올해 열 살, 벌써 열 살이라는 것이 믿기지가 않는다.
68380020.JPG 유키의 발, 나는 녀석의 발 냄새가 좋다.


매일 밤, 유키가 잠을 자고 있으면 나는 슬금슬금 다가가, 쓰다듬으며 "내 새끼~~!!"라고 말을 한다. 그럼 유키 녀석은 졸린 눈으로 나를 보고, 나는 졸려서 귀찮아하는 녀석의 발에 뽀뽀도 하고 냄새도 맡는다. 그 녀석에게는 이 행동이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하루 중 가장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다. 만약, 녀석이 없다면

나는 몇 배는 더 우울하고 힘이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매일 중 한 번은, 쉬를 하는 곳이 아니라 꼭 다른 곳에 하고는 자기를 잡아보라고 하고 도망을 간다. 도망을 간 녀석을 잡아서 엉덩이를 때리고 손과 발을 물수건으로 닦아주면, 그 꼬릿한 냄개가 더 진하게 난다. 나는 또 그 냄새를 맡고, 또 엉덩이를 때리고 유키는 자기가 말썽을 부리고 형을 놀렸다는 것에 만족을 하고, 우리는 그렇게 사랑을 확인한다. 나는 녀석의, 아니 녀석들의 발 냄새가 좋다.


2020-07


글,사진 고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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