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다.
시골의 정류장에 가만히 앉아본 적이 있나요??
아마, 한 번 쯤 시골의 정류장에 앉아있어본 분이시라면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에 공감을 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꼭 공감을 하시지 않아도 제가 시골의 버스 정류장을 아니 정류장을 왜 좋아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주실 수 있다면, 그 것으로 충분히 제가 글을 쓰는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대전 근교의 작은 도시입니다. 이 곳은 원래는 대전의 행정구역이 아니었지요. 하지만 대전의 행정범위가 점점 넓어지면서 이 곳은 대전의 일부로 편입이 되었습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대도시 주변의 작은 마음들에는 거주하시는 분들이 많이 않습니다. 최근 개발이 되는 새로운 주거단지들을 제외하면, 특히 더 그렇지요. 아마도 그 곳에 남아계시면서 주거하시는 분들은 거의 대부분 연령이 높으신 노인분들뿐일 겁니다.
그리고, 이런 정류장에 정차하는 버스들의 배차시간은 너무도 길어서 시간에 맞춰나오지 않으면 우두커니 앉아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기 일쑤죠.
저는 종종 이런 버스 정류장에 가서 앉아있습니다. 특별히 어떤 버스를 기다리는 것은 아닙니다. 버스가 와서 제 앞에 멈춰서도 제가 버스에 오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아채신 기사님들께서 바로 버스를 출발시키시죠. 이런 버스 정류장에는 하지만 오랜 시간의 이야기가 켜켜이 쌓여있는 것 같습니다. 그 이야기들을 다 귀기울여 담을 수 없지만 말이죠. 그래도 어느 날은 평상시에 보지 못하던 의자 하나가 덩그러니 정류장에 놓여있는 모습을 볼 수도 있고, 때로는 원래 자리에 고정되어 있던 의자들이 정류장 한 켠으로 물러가 있는 것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저는 한 참이나 그 곳에 앉아서 버스 정류장이 들려줄 것만 같은 이야기들을 상상합니다.
때로는, 멍하니 해가 질 무렵까지 앉아있습니다. 그렇게 버스가 아닌 버스를 기다리다보면 정말 버스를 타시기 위해 정류장을 찾으시는 분들과 인사를 하고 이야기를 한 참이나 나눌 때도 있답니다. 그런 대화들을 모두 가 다 제 삶의 기록을 채우게 되는 감사한 소재가 됩니다.
해가 뉘엿뉘엿 기울어지면 이제는 집으로 향할 시간입니다. 시골의 정류장은 그렇게 늦게까지 버스가 다니지 않거든요. 그리고 제 겉옷 사이로 파고드는 바람의 끝도 꽤 날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시골이란 곳은 낮과 밤이 많이 다른 곳이거든요. 이 곳에서 저는 며칠 동안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 곳에서 들려주는 나지막한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리고 정류장을 비추는 햇볕이 어루만져주는 따스함도 맞아봤습니다.
매일 이 곳을 지나치지만, 아마도 내일 다시 오면 또 다른 느낌일 것 같습니다. 밤사이 이 곳에는 또 다른 전설같은 이야기 하나가 더해질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내가 이 곳에 내일 또 찾아오면 정류장이 제게 나지막히 말을 건네겠죠.
여러분은 때로 혼자서 앉아서 햇볕과 바람과 그리고 정류장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들을 실 수 있는 곳이 있으신가요?? 너무 바빠서 들으실 시간도 그리고 너무나 붐벼서 들으실 곳도 없으시다구요?? 그럼 주변을 조금 벗어나보세요. 분명, 어느 한 곳이 여러분을 향해서 손을 흔들지도 모릅니다. 그 곳에는 수없이 많은 숨겨진 이야기들이 있고, 그 이야기들을 전해듣다보면 힘들었던 여러분의 요즘도 나아질겁니다. 세상에는 빨리 달려야만 할 때도 있고, 어느 순간에는 내려놔야 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부디, 그 순간을 지나치지 않으시면 좋겠습니다. 하나를 더 갖고자 노력하는 것보다 두 개를 내려놓는 것이 더 의미있다는 것을 몸소 느끼게 되실 때가 꼭 오시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조금은 멀리 떨어져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말이죠.
2021-05-16
글, 사진 - 윤yun
바쁘게 살다보면, 내 주위에 무엇이 바뀌었는지 알 수가 없다. 사소한 변화는 내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그 변화로 인해 내 삶 또한 변하지 않는다. 어느 날, 문득 학교를 향해 가는 내 눈에 큰 도로 변에 갑자기 나타난 "의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뜬금없이 나타난 그 존재는 무엇인가 어색하면서도, 아주 오랫동안 그 곳에 있었던 것 같이 조화로워보였다.
조금 여유가 있던 날, 정류장 옆에 차를 주차하고 그 의자 위에서 지나가는 차들을 한 참 바라보았다. 내 사진의 존재처럼 나도 정류장의 일부가 된 듯 한 느낌이었다. "나"라는 존재도 이렇게 어떤 시간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늘 타인들과 "물"과 "기름"처럼 겉도는 존재가 아닌,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간 존재...
그 뒤로 조금 더 자세히 주위를 둘러보기로 했다. 늘 어수선하게 주변을 돌아보며 다니는 "나"이지만, 혹시 또 새로운 "존재"를 알게 되지 않을까. 그 존재와 또 하나가 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