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위한 위로
이번 실습 같은 경우, 실습 시간에 이해하지 못하고 하지 못했던 것을 집에서 유튜브를 찾아서 수십 번을 돌려보며 혼자 하고 있을 때, 갑자기 무엇이 알 수 없는 것이 가슴을 툭~~!! 하고 걷어찼다. Needleholder는 우선 길이 들지 않아서 뻑뻑하다 못해서 한 번 움직일 때마다 손가락에 온 집중을 다해서 힘을 쏟아야 했고, 더불어 손가락이 타인들보다 상대적으로 기다란 내 손가락에 잘 맞지 않아서 생고생을 했다. "봉합사" 대신, 연습용으로 과전체가 구입한 검정 실은 얼마나 약하던지, 조금만 힘을 주면 툭툭 끊어졌고, 한 동안 잘 이어서 나가다가도 중간에 끊어져버리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기를 수십 번을 반복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손가락은 피가 통하지 않고 쓸려서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고, 밴딩을 해서 보호를 해도 "홀더"와닿는 부분은 통증이 아주 쏠쏠했다. 숫자로 시작되는 욕설과 나만의 추임새를 넣어서 욕설을 내뱉어도 속은 풀리지도 않았고 오히려 자괴감은 더 커져만 갔다. 이 것이 바로 자존감이 극단적으로 부족한 나의 모습 이리라.
이런 "외로움"은 어디에 하소연을 할 수 없는 것들 인지도 모른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 내가 의지하고,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이 것은 전적으로 내게 결부된 삶의 문제이기 때문에. 종종 이야기하고, 하소연도 한다 하더라도 그것도 잠시 뿐, 다시 돌아온 현실에서는 또 손가락이 욱신거리며 아프고, 혹은 모르는 문제들로 가득 차 있거나, 읽고 외워야 할 교재는 앞으로도 한 참 남았는데 이제 시작에 불과한 상태에 머물러있다.
"가"와 "나"에 속하면, 이런 것이 조금은 덜해질까??라고 생각한다면, 한 번쯤 집합의 원소가 되어있을 때도 현재보다는 낫지만, 어떤 큰 해결책은 주지 못했다. 나와 같이 뛰는 누군가, 한 두 사람의 존재가 든든함을 가져다준다 할지라도, 그것이 내가 살아가는 현재에 깊게 뿌리 박혀 있는 "외로움"이라는 녀석 자체를 다 제거할 수는 없다는 것도 경험해봤다.
아주 오래전, 어느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 구절을 애써 생각해냈다.
"외로워?? 외로우면 잘 살고 있는 거야. 그래도 너만의 길을 잘 걸어가고 있다는 뜻이니까."라는 기억조차 희미한 그 구절은 입학하기 전에도 그리고 입학 후에도 나에게 가장 큰 위로가 되고는 했었다. 나의 인생이라는 길은 나만이 뚜벅뚜벅 걸어가는 외길일진대, 그 길에 타인이 함께 걸을 수도 없는 것이고, 외로움을 느낄 때쯤 걸었다는 것은, 반대로 꽤 많은 거리를 잘 걸어왔다는 뜻도 되는 것이니까.
"성공"이라는 단어 속에는 늘 그 뒤에 숨겨져 있는 "외로움"이라든가, "고독"이라는 대가를 생각하고는 했다.
교수님과의 면담에서도 "네가 이제 어떤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순간이 왔다고 가정을 해 봐, 그 순간에 누군가에게 말하고, 상의하고 할 수 있겠어?? 어떤 자리에 올라서고 무엇인가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것은 그만큼 어떤 무게를 짊어진다는 것이니까. 그것을 이겨내느냐, 못 이겨내느냐도 삶에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다."
너무나도 맞는 말씀이다. 중요한 순간에 내가 누군가에게 묻고,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상의하고 할 수 있다면, 모든 사람은 다 "성공"이라는 것을 맛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태어나서부터 학교에 입학하고, 그리고 사회에 나가서 사회에 구성원이 된 후, 죽을 때까지 가만히 생각하면 늘 결정의 순간은 찾아왔다. 다만, 그 순간에 있어서 나이를 먹어가고 더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쯤이면 주변의 도움보다 나 혼자의 결정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은 맞았으니까.
'나 외로우면 잘 살고 있는 것이네.'라고 생각하니 조금 편해졌다. 계획했던 모든 것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도, 그것을 알게 되고 인정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 더 성숙해지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도,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의 내가 나아지고, 더 발전하는 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면, 그렇다면 좀 외로워지면 어떤가.
이제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힘들어하지는 말자. 비록, 훌륭한 이들의 삶에 비교해서 아무것도 아닌
보잘것없어 보이는, "성공"이라 할 지라도, 그곳까지 걸어가는 동안 마주해야 하는 외로움과 피하지 말자.
또 조금, 외로우면 어떤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한 없이 의지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 조금 응석도 부려보자.
그리고 어느 날, 정말로 너무 외로우면 또 한 날 멀리 떠나도 보고, 그곳에서 살짝 울어도 되니까, 꼭 외롭다고 이 것이 잘못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자. 어쩌면, 다 잘되고 있는 것이니까, 제대로 걸어가고 있는 것이니까, 다 큰 어른이지만 성장통을 주는 것이겠지. 다 잘 될 것이다.
2021-06-06
커버 이미지: 구글
이제 기말고사 기간입니다. 총 6과목을 보는데, 이번 학기에는 미리미리 준비했는데도 허술한 것이 보이네요.
이런 구멍들을 찾아내다 보면, 외로움은 배가 됩니다. 이런 것들을 채워줄 수 있는 누군가 "페이스 메이커"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하지만, 결국 시험을 치러 들어가서 답을 쓰고 나올 때는 저 혼자니까요.
그것이 졸업시험이 되든, 국시가 되든 다 그렇겠죠. "외로움"이라는 단어를 끌어다가 한 번 글을 써봤습니다.
나이도 많지만, 그래서 더 모자라 보이지만, 잘 살고 있다는 스스로 칭찬해주기 위해서 말이죠. 이제 6월도 중반을 향해 갑니다. 다녀가시는 분들 그리고 제 구독자 분들 모두 다 건강하시고 편안한 6월 보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