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서리에 서서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목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안도현, 스며드는 것
어느 상업 사진작가는 이제 대한민국이 식상해져서
자신이 매일을 살아가는 이 곳이 따분해져서
사진을 찍을 것이 없다고 했다.
그 혹은 그녀는 삶이 지독하게 단순하고 식상한 순간들의 반복이라는 것을
아마 알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그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매일 새로운 사건들
매 순간 흥미로운 경험들로
그 혹은 그녀의 삶이 채워진다면
얼마나
인생이 재미없을 것인지에 대해서
단 한 순간도 생각해보지 않았겠지.
어느 날,
낯선 시장의 생선가게 수족관에 갇혀져
탈출하고 싶어하는 게를 보며
내 자신을 생각했다.
더불어
문득,
시 한 편이 떠올라
눈씌울이 뜨거워졌다.
나는, 잘 살고 있다.
지독하게 단순하고 식상한 순간들의 반복 속에서
지겨워하고 아파하며
그래서
때로는 매일같이 똑같은 일상이
새로울 정도로 느껴지는 삶을
나는,
잘 살고 있다.
그대들이여!!
그대들의 사진이 부럽지 않은 이유는
당신들 삶이 갖고 있지 않은,
삶에 대한 끈적한 애착을
나는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21-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