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며드는 것,

세상의 모서리에 서서

by 고대윤
IMGP7792.JPG


꽃게가 간장 속에

반쯤 목을 담그고 엎드려 있다

등판에 간장이 울컥울컥 쏟아질 때

꽃게는 뱃속의 알을 껴안으려고

꿈틀거리다가 더 낮게

더 바닥 쪽으로 웅크렸으리라

버둥거렸으리라 버둥거리다가

어찌할 수 없어서

살 속에 스며드는 것을

한때의 어스름을

꽃게는 천천히 받아들였으리라

껍질이 먹먹해지기 전에

가만히 알들에게 말했으리라


저녁이야

불 끄고 잘 시간이야


-안도현, 스며드는 것




어느 상업 사진작가는 이제 대한민국이 식상해져서

자신이 매일을 살아가는 이 곳이 따분해져서

사진을 찍을 것이 없다고 했다.

그 혹은 그녀는 삶이 지독하게 단순하고 식상한 순간들의 반복이라는 것을

아마 알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그런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매일 새로운 사건들

매 순간 흥미로운 경험들로

그 혹은 그녀의 삶이 채워진다면

얼마나

인생이 재미없을 것인지에 대해서

단 한 순간도 생각해보지 않았겠지.


어느 날,

낯선 시장의 생선가게 수족관에 갇혀져

탈출하고 싶어하는 게를 보며

내 자신을 생각했다.


더불어


문득,

시 한 편이 떠올라

눈씌울이 뜨거워졌다.


나는, 잘 살고 있다.

지독하게 단순하고 식상한 순간들의 반복 속에서

지겨워하고 아파하며

그래서

때로는 매일같이 똑같은 일상이

새로울 정도로 느껴지는 삶을

나는,

잘 살고 있다.


그대들이여!!

그대들의 사진이 부럽지 않은 이유는

당신들 삶이 갖고 있지 않은,

삶에 대한 끈적한 애착을

나는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21-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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