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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대윤 Oct 04. 2021

그렌져 HG,
124,453Km 주행 후 느낌

지극히 사적인 느낌

그렌져 hg를 구매하고 주행한 지 12만 km 중반을 향해간다. 차의 전반적인 느낌을 말하라고 하라면 한 마디로 표현할 길이 없다. 장점도 있고, 단점은 더 많은 차라서 그런지 어쩔 때, 살짝 정이 들었다가도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정이 싹 사라진다. 이렇게 감정의 변화를 큰 폭으로 느끼게 해주는 차가 또 있을까. 참 대단한 녀석이다.


내가 인정하는 그렌져는 딱 뉴그렌져까지이다. 영화 "돈을 갖고 튀어라."에서 박중훈이 사서 타고 다닌 딱 그 모델, 그리고 한 때 울 아버지가 타고 다니던 그 모델. 그리고 그렌져는 XG 모델이 출시되면서 갑자기 티가 나도록 젊어졌다. 프레임리스 도어(창문의 틀이 없는 문)에 조금 작아진 사이즈의 차체와 중년층보다는 청장년층 혹은 2~30대 초반이 좋아하는 스타일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물론, 그렌져 XG가 출시되었을 때만 해도 굉장한 센세이션이었다고 할까. 나 역시도 그 예쁜 모습에 반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한 동안 XG 모델을 타고 다닐 일이 있었을 때 나는 엄청 실망을 하고 말았다. 그냥 예쁘장한, 겉모습만 번드르르한 친구였나??라는 실망감이었다.




나는 운전면허를 조금 늦게 취득했다. 다른 친구들은 다 수능시험 끝나고 취득할 때 나는 부모님 눈치 보느라 언감생심 마음도 못 먹었고, 20대 중반이 되어서야 운전면허를 취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거의 20여 년이 흐른 지금 내가 경험한 차들은 한 때, 대한민국 1%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출시된 "쌍용 렉스턴" 이 차에 대해 우선 주요점은 차값이 진짜 XX 비쌌다. 하지만 또 XX 강해서 우리 가족을 사고에서 두 번이나 구해줬다. 그리고 "삼성 SM525V", 다른 사람들이 XG를 선택할 때 우리가 선택했던 차. 이 차에 대한 나쁜 기억은 하나도 없다. 그냥 진짜 좋은 차고, 고장이 없던 차, 그렇지만 역시 우리 가족을 살리고 대신 떠났다.


그다음 나는 역시 르노삼성의 "SM7 LE" 모델을 운전했다. 2.3 모델이라 파워풀한 맛도 없고 밍숭 밍숭 했지만 나는 이 차를 사랑했다. 하지만 지하 주차장에 세워 놓은 내 사랑을 향해 "부동액 + 황산" 조합을 뿌려서 차와 또 이 세상에서의 인연을 끊고 이별을 했다. 


그리고 잠시 내 어릴 적 드림카였던 "레간자"라는 오래된 대우의 승용차를 타고 다녔다. 나는 이 차가 나름 만족스러웠으나, 당시 내 여자 친구는 이 오래된 자동차를 함께 타고 다니는 것을 부끄러워했다. 그래서 데이트 때 이 자동차를 운전하고 나가면 만나서 웃는 시간보다 싸우는 시간이 더 많았다. 


그래서 나는 이 참에 "그렌져 XG"를 경험해보고자 하는 마음에 중고로 녀석을 입양해와서 200만원 가까이 드는 돈을 들여서 다 고쳤다. 그리고 다시 녀석과 생활을 이어나가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한 번 생긴 실망감이 쉬이 잦아들지는 않았다. 다만 다행이었던 것은 "레간자"를 타고 다닐 때, 잔소리가 심했던 여자 친구와는 헤어져서 나름 차의 잡소리에만 신경 쓰면 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녀석은 내 돈 200만원을 변제하지 않고, 다른 놈에게 도망을 갔다. 나쁜 놈...


다시 다음에는 르노 삼성의 "뉴 SM5 LPG" 모델을 구입했다. 그리고 나와 우리 집은 이 차를 무려 50만 Km를 넘게 주행했다. 그리고 다시 사촌 누님에게로 전달되어 1년 반을 더 견뎌주다가 세상을 떠났다.

이때, 기아자동차의 "뉴 오피러스 330" 모델을 함께 구매해서 이 녀석도 40만 Km를 주행하고 떠나보냈다.


어머니가 "오피러스"를 운행할 당시, 나는 "SM7" 3.5 RE 모델을 타고 다녔다. 이때가 차에 가장 관심이 많고, 돈도 많이 들였으며 재미도 있었다. 솔직히 이때 "드레그"라든가 "롤링"이라고 하는 불법 레이스도 관전도 많이 했다. 나는 하지 않았.. 응...


하지만, 중부 내륙 고속도로에서 만난 "포르셰 파나메라"의 위풍당당하고 진취적이며 영웅스러운 모습 뒤에 숨겨져 있던 야성에 한 번에 무너지면서 이제 더 이상은 자동차에 관심을 끄기로 하면서 내게 주어지는 차를 타고 다녔다.




그리고 "렉서스 ES350", 누군가는 쪽발이의 차다. 토종 왜구냐, 이런 말을 들으면서도 타고 다녔던 차. 솔직히 랜선에서 자동차를 타는, 한 번도 타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한 번쯤은 타보라고 하고 싶은 차. 만듦새도 생각보다 견고하고 고장이 없다. 아직도 질리지 않고 더 놀라운 것은 2012년 출시 후 큰 고장이 없이 엔진오일, 미션오일만 교체하고 타고 다녔고 지금도 우리 집에서 타고 있다. 


더불어 아버지의 "에쿠스" 나 "BMW"에 대한 것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나와는 특별히 상관이 없는 차이기도 했고, 엄부렁히 덩치만 큰 "에쿠스"나, 잘 달리다가 신호등만 만나면 시동이 꺼치는 "디젤"도 관심 밖이었다. 


최근 집안의 경제 상태가 안 좋아지기 전까지 나는 "ES350"을 두고 "벤츠"로 갈아타기를 모색하고 있었다. 그것도 나름 경제적이지만 고성능의 모델로. 하지만, 갑자기 사고가 연달아 터지기 시작했다. 집안이 하루아침에 몰락을 해버렸다. 거지되는 것 일도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일이면 집에서 쫓겨나 이곳, 저곳으로 거처를 옮겨 다니며 살아야 하는 꿈을 매일 꾸다시피 했다. 동생의 사고도 연달아 일어났다.


나는 그리고 내가 갖고 있던 비상금 모두를 가족들에게 주고, 동생의 진주색 "그렌져 HG"와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




동생의 진주색 그렌져에는 검은색 파노라마 선루프가 있어서 나름 개방적이고 시원하다. 다만 파노라마 썬 푸프는 겨울에는 추워서 활짝 못 열고, 여름에는 더워 x 져서 활짝 못 연다는 아주 지명적인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가끔 한 번씩 환기를 시켜줄 겸 틸트를 하거나 오픈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단, 루프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찌그덕" 혹은 "틱틱" 소리에 크게 민감해지면 안 된다. 이 것에 민감해지면 오히려 기분을 잡친다.


분명, 조수석 쪽인 것 같은데, 명확하게 잡지 못하는 소리가 있다. 정체불명의 이 소리는 내가 기분 좋을 때는 안 들리다가 기분이 언짢은 날에는 더 잘 들리는 특징이 있다. 여하튼 사람의 기분을 상당히 거스르게 한다. 


범퍼와 앞 펜더와의 좁혀지지 않는 간격도 수상하다. 언젠가 동생의 차를 타고 시험에 임박해 강의실에 뛰어올라가려 주차를 하다가 주차장 화단 턱에 부딪쳐서 큰 상처가 났다. 예전 같으면 바로 가서 교체를 했을 정도의 이마 까짐을 눈을 뜨고 감내하며 1년을 넘게 버티다가 녹이 슬어가는 것이 보여서 새 범퍼로 교체를 하고 몇몇 작업을 했다. 이때 발견한 것이 저 틈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도 없어지지 않는 틈, 그렇다고 크지도 않은, 하지만 나의 눈에는 꼭 발견되는 저 간격, 담 점이다.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엔진 소음, 내 차만의 특징일 수도 있으나 시동을 걸고 잠시(예열을 꼭 해준다.) 있다가, 출발할 때 나는 무언가의 소음, 그렇다고 그것 하나만으로 '아, 씨... 차 바꿔야겠네.'라고 말하기에는 억지스러운 소음. 역시 단점이다.


계절과 날씨에 관계없이 자기 마음대로 발산하는 하체 소음. 때로는 찌그떡, 혹은 뚜뚝!!

그럼 하체를 교환하시면 되잖아요!! 네, 교환했죠...ㅎㅎㅎ 근데도 바로 또 나요.

그래서 현대자동차에 문의를 해봤다. 돌아온 답변.

"오디오를 켜시고 들릴락 말락 하면 정상이라고 보시고, 그래도 크게 인지된다 하시면 다시 교체하세요."

목소리 예쁜 누나들 혹은 극히 상식적이고 로봇과 같이 똑같은 톤을 가진 아저씨들 모두 공통된 답...

"네에~~!! 정상입니다~~!! :)"

"아~~!! 쉬~~ 이~~~~~~X~~~~~!!"

그래서 나는 소리가 들릴만 하면 같이 "각기"를 하면서 타지... 아...!!!


그리고 현대 자동차만의 극 장점... 부식

이 것은 현대자동차의 극 장점이다. 어느 순간이 지나면 펜더나 부식이 된 부분을 교체하거나 더 나아가 걷잡을 수 없을 때는 자동차를 꼭 교체하게 만들어주는 다른 자동차 업계에서는 쉬이 따라 하지 못하는 마법.

내 차에는 없으면 크게 상관없지만, 만약 내 차에서 발견되면 "이런~~!! 쉬~~~~~!! 이~~~~~X~~~~~!!"라고 하며 눈깔이 뒤집어지는 멋진 기술. 캬... 그래서 나도 눈깔이 뒤짚혀져 있다. 젠장




이제는 장점을 말해볼까 한다. 장점이라... 장점이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 찾아보면 분명 긍정적인 성향의 단어이기에, 나도 찾아야 하는데...


음....


아... 현대자동차의 작은 정비 공장인 "블루핸즈"가 도처에 있다. 우리 마을에도 있고, 바로 옆 마을에도 있어서 가고 싶으면 언제든 가면 된다. 하지만, 그곳에 간다고 해서 내가 원한 작업이 다 완전히 처리되는 것은 아니니 그것은 주의가 필요할 듯,


그리고... 음... 그래도 아직은 수리비가 싸다. 그리고 부품을 구하기도 쉽다. 하지만, 약간 단점은 정비소에서도 그 많은 부품이 어디에 쓰이는지 때로 어려워할 때가 있다는 것, 뭐 그 정도를 인내한다면 좋다.


나름 쉬이 질리지는 않는다. 그래서 나는 세차를 자주 안 한다. 이 것이 자동차 오래 타는 비법 중에 하나인데

세차를 자주 해서 깨끗하게 타고 다니면 차가 쉽게 질린다. 그런 것은 가내의 경제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차는 그냥 더러운 채로 타고 다니면서 정이 떨어지게 내버려 둔다. 비가 오면 세차했다고 가정하고 살면 된다.

차가 미칠 정도로 은은한 광택으로 변해갈 때쯤, 세차장에 가서 그동안 못해줬던 세차를 깨끗하게 손세차로 해주면 기분이 업이 된다. 그럼 다시 새 자동차를 타는 것 같은 느낌??


또... 음... 중고차 가격 방어가 좋다. 이 것은 뭐 현대자동차 전체의 특징이지만, 그래도 나는 이 것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내가 중고차로 녀석과 "바이"를 할 때, 내게 단 돈 얼마라도 쥐어질 수만 있다면, 나는 녀석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으리라.




어찌 되었든 나와 녀석은 최소한 내년까지는 공동 운명체이다. 주행거리를 얼마를 더 탈지도 사실 의문이고.

예전처럼 돈이 조금 여유로우면 바로 이별을 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알게 된 것은 새 차로 바꿔도 이상하게 젊을 때처럼 가슴이 크게 뛰지 않는다. 몇 주 정도 뒤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오는 것이 나도 철이 들었다는 증거 같기도 하다.


우리 집에서 함께 했던 차들은 기본 20만 Km를 넘게 함께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대부분 큰 고장도 없었다. 

미리미리 때 되기 전에 엔진오일, 미션오일 등 교체해 줄 부품들 교체해주고, 출발 전 단 몇 초라도 예열해주고 그날의 일과가 끝난 다음, 주차하고 나서 집으로 가기 전에 "오늘도 고생했다. 감사히..."라고 말 몇 마디 더 해주고, 그리고 말은 투덜거려도 늘 진심으로 이뻐해 주면 자가용 오래 타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자동차는 성능이 크게 떨어져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질려서 교환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물론, 같이 사는 와이프도 질리는 마당에 자동차가 질리지 않겠느냐만은, 조금씩 더 애정을 갖고 관심을 쏟아주면 그만큼 당신의 자동차도 당신을 안전히 목적지까지 늘 함께 하리라.


그렌져 HG... 124,453Km 주행하며 느낀 점은...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어가는 네가 있어서 다행이다."


2021-10-04


사진 T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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