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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대윤 Jun 29. 2023

그래서 올해 운세는 어떤가요.

어쩌다가 운을 찾게 되었는가...

사주팔자


사주명리(四柱命理, Four Pillars of Destiny) 또는 사주팔자(四柱八字) 혹은 팔자명리(八字命理)는 사람이 태어난 시점에 연월일시 간지(干支, Sexagenary cycle)의 대해 탐구하여 타고난 운명(運命)을 살피거나, 또는 이에 근거하여 자연의 이치를 알아보는 학문을 말한다.




사주팔자를 믿는 사람도 있지만, 믿지 않는 사람도 많다. 일례로 나는 사주팔자를 잘 믿지 않는 후자에 속했다. 다시 표현하여, 정해진 운명이나 운세는 없다고 생각하고 내가 어떻게 해서 이겨나갈 수 있는가, 세상에 대처해 나가는가. 그 결과 나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가, 아닌가 가 이 세상을 정하는 이치라고 생각했다.


이 생각에 대한 믿음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나는 "너는 안 돼..."라는 타인들의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시선과 고정관념을 이겨내기 위해 끝없이 싸워왔다. 그리하여 그 어떤 것이라도 나에 노력이면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도 있었다. 그것은 나의 철학이자, 신념이었으며 그 누구도 바꾸지 못할 절대적 관념이었다.


나는 늘 싸워왔다. 부모님이 나를 패배주의자를 바라보는 듯 한 한심한 눈빛과 부족한 믿음 그리고 그 어떤 것도 이뤄낼 수 없을 것이라는 확고 한 믿음을 깨는 것부터 시작하기 위해, 그 수많은 시간을 싸우고 버텼다. 그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시간들, 다수보다는 혼자의 시간이 가득했던 시간들 속에서도 버텨내기 위해 노력에 노력에 노력을 했다.




그... 러... 나...


그것은 그것까지의 한 게가 있었다.

나는 한계와 부딪치고야 말았다. 끊임없이 내 주위를 맴도는 부정적인 일들과 끝끝내 내가 손을 뻗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일들, 해소되지 않는 감정의 실타래들은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


작은 일에서부터 돈문제를 비롯한 큰 문제까지 나를 옆에서 괴롭히고 흔들었다. 

나를 괴롭히는 일들은 깊은 뿌리를 가진 큰 나무와 같아서 내가 가지를 치고 다듬어 보려고 노력을 해도 절대로 흔들리지 않았다.


우울증이 나를 뒤덮었지만, 나 역시 물러나지 않았다. 그럴 때일수록 더 악바리처럼 버텼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가리라..."...


때로는 나를 위안하려 온몸에 어울리지 않는 명언들이나 말들로 나를 휘감기도 했다.




하지만 나의 노력도 녀석의 죽음 앞에서는 버텨내지 못했다.

녀석의 죽음은 곧 나의 존재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파산신고나 다름없었다.


한 해를 녀석만 바라보며 살았다.


녀석은 어떤 날은 밝다가 어떤 날을 흐려졌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는 녀석의 밝은 날이 사라져 버렸다. 더불어 나의 날들로 검은 구름으로 가득 차 버렸다.


내 일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녀석이 기운을 조금 차리는 날이라면, 나도 기운을 차렸지만

녀석이 한없이 누워만 있는 날에는 나도 별 수 없었다. 할 수 없는 일은 없지만, 녀석만 바라보며 발만 동동 굴렀다. 그리고 녀석의 머리맡에서 한 없이 울기만 했다. 나는 녀석의 앞에서 굳센 보호자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하여 녀석에 세상을 등졌을 때, 나에게는 아무 힘이 남아있지 않았다. 시간은 그냥 무의미하게 흘렀고, 나는 세상의 그림자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또 내가 무너졌다.




시험에 비참하게 떨어졌을 때, 나는 녀석이 생각이 났다. 녀석을 원망해서가 아니라, 녀석에게 면목이 없어서였다. 세상에서 가장 믿고 의지했던 나라는 사람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 밖에 되지 않아서 한 없이 부끄러웠다.


시간은 어떤 사실을 잊히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덮어주게 해주는 역할 밖에 해주지 못한다. 기억은 잊히지 않기에 기억이라 불린다. 시간은 나를 그 사실에서 잊히게 만들어 준 대신, 조금은 밝은 세상에 다시 한번 나설 수 있는 뻔뻔함으로 내 얼굴을 덮어줬다.


그 뻔뻔스럽고 두꺼운 회칠 아래서 나는 다시 조금씩 세상 속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나를 조금은 알릴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사진집을 출판했다.)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도 많이 만나게 되었다. 꼭 학업은 아니더라도 여러 방향으로 나의 회분칠을 두껍게 발라줄 분들도 만났다. (회분칠이 부디 부정적인 억양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주기 바란다.) 녀석의 빈 공간은 그대로 남았지만, 녀석의 무게를 덜어내야 한다는 것은 확고히 알게 되었다.


어느 날, 새로이 알게 된 분들과 함께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한 분이 내 사주팔자를 봐주셨다. 


"와~!! 나는 이런 사주는 또 처음 보네..."로 시작된 "분(이하 분)"의 말씀에는 내 사주가 너무나도 특이하단다. 이런 사주를 가진 사람이 지금까지 어떻게 버텼는지도 모르겠고, 얼마나 힘들게 버텼을지, 봐도 봐도 신기하다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신다.


나는 일면 내 팔자에 대해서 알고 있었으면서도 멀찌감치 떨어져서(표현의 선에서) "분"께 여쭤본다.


"형님, 올해 운세는 어떤가요??"


물어보면서도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은 여태까지 믿지 않았던 "사주"나 "팔자"에 대한 나의 태도와는 너무나도 모순적인 행동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리라. 나는 그만큼 지쳤고, 이제는 어느 누군가(절대적인 신이 나 지배자가 있다면 더더욱이)가 나의 짐을 좀 덜어주기를 바라는 심정에서였다.


나에 대한 자조적인 비웃음도 나왔지만, 단 하나라도 좋은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은 타인의 입을 통해서라도 조금은 힘이 나기를 바라는 소박한 바람 때문이었는지도.




마흔이 넘었다.

머리에서 흰머리가 발견되었다.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

.

.

가질 수 있는 몇 개의 변명을 늘어뜨려본다.


"사주팔자"에 대해서 물어보았다.

"올해 운세는 어떨까요??"

"저 올해는 합격할 수 있을까요??"


나이가 먹었다.

중년이다, 라는 핑계를 대며...


Written By 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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