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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대윤 Feb 19. 2024

공부하다가 울어 본 적 있나요.

그렇게 억울해서 엉엉 울었습니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앙드레 말로

 그랬다.

나에게는 꿈이 있었다.

어느 순간 내게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라고는 공부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던 순간, 나는 꿈을 정해버렸다.


하지만, 그 꿈은 쉬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쉬이 이뤄지면 "꿈"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꿈"은 그렇게 늘 내 손 앞에서 잡힐 듯 잡히지 않으며, 한 발자국 다가서면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나며 늘 같은 거리를 유지한 채 삶의 시간을 흘려보냈다.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을 먹고 나서, 점심을 먹고 졸면서, 저녁을 먹은 뒤에는 힘이 빠진 채로, 그 순간순간 순수한 마음 그대로 내가 가진 열정을 다했다. 

나는 바보였다.

사람들은 쉬이 해결하는 문제 하나도 쉬운 것은 하나 없었다. 한 문제에 며칠이라는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다.

아니, 몇 달 동안 풀지 못한 채 포스트잇에 적혀 내 눈앞에 놓인 채로 서로를 마주한 적도 허다했다.


그럼에도 행복했던 적이 있었다. 그랬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해낼 수 있는 것이,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손으로 쓸 수 있는 것에 모든 것에 감사했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언제나 내 앞을 가로막는 것은 시간이었다. 시간은 내 앞을 가로막고 늘 버티고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주어진 시간을 허투루 쓴 적이 없음에도 시간은 늘 쏜살같이 흘러갔다.




사람들은 나를 보며 혀를 차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이 가족이었고, 친지였고, 친구였으며, 지인이기도 했다. 나는 그럼에도 그들의 비웃음을 견뎌냈다. 그들의 비웃음을 언젠가는 반드시 되갚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각오를 하고 또 했다.


시간은 그리고 그 모든 것은 내 편이 아니었다. 끝끝내 나는 어느 날 공부를 하다가 노트가 눈물에 번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토록 뚜벅뚜벅 내 길만을 걸어왔지만, 나는 끝끝내 다다를 수 없을 것 같은 한계에 부딪혔기 때문이리라.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한 번 시작된 눈물을 그치지 않았다.

남들이 다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없다는 나 자신에 대한 실망이자 아픔의 발현이었다.


눈물은 쉬이 그치지 않았다.

더 아픈 것은 눈물이 번져 저 축축해진 노트 위에다가 또 다른 문제를 풀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을 때였다.

정말로 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그 해에도, 그다음 해에도, 그리고 내가 꿈을 그리는 동안 나는 꿈과 마주하지 못했다.




단 몇 분도 허투루 보내지 않았다. 그것이 자랑이라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멍청하기에 답답하기에 할 수 있는 것은 노력이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꿈은 다가오지 않았다.


시험을 앞둔 어느 날, 다시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날을 도저히 책상 앞에 앉아있을 수 없었다.

집 근처 공원에 나가 울기 시작했다.

눈물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든 이들은 다 큰 어른이 엉엉 우는 모습을 신기한 듯 때로는 한심한 듯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길에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그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았지만, 나 자신에게 부끄러웠다. 

공부라는 것을 다시 시작하기로 한 것에 후회가 되기는 처음이었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던 이도 때로는 그 꿈을 지워야만 할 때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만 한다는 것이 슬프고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렇게 길에 주저앉아서 세 시간을 내리 울어버린 그날 저녁, 

나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손가락에 굳은살이 박혀 더 이상 아프지도 않은 손가락을 바라보며 끝까지 내 자리를 지키고자 했다.

그것은 마지막까지 내가 만든 나의 자존심이라는 성을 지키기 위한 발버둥이기도 했다.


발버둥에 하늘은 작은 응답을 해주셨다,

그 덕분인지, 나는 내가 원하던 대학과 과는 아니지만, 나와의 꿈과 현재의 내가 타협할 수 있는 접점에 설 수 있었다.


공부를 하다가 울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우연히 나온 질문이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면 눈물 나는 대로 공부를 한 적이 있다고 대답을 한다.

그들은 내게 자신들도 그렇게 공부를 해보는 것이 소원이라고 말한다. 

나는 그들에게 그렇게 공부를 하지는 말라고 권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들의 원하는 꿈에 다다를 수조차 없다는 것을 그들에게 말하지는 않는다. 그들 스스로가 그렇게 해야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공부를 하다가 울어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내 앞에는 나를 위로하는 글이 붙어있었다.


오랫동안 꿈을 그리는 사람은 마침내 그 꿈을 닮아간다.


커버이미지/ 구글, 하이닥

Written by 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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