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계에서 7~8월은 이적설과 새로운 유니폼 공개의 계절이다. 그 중에 눈에 들어온 유니폼이 있었으니, 바로 이탈리아 세리에A 명문, 박찬우 해설위원의 팀 인테르밀란이다.
인테르밀란 홈과 어웨이 유니폼을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다. 동물인데, 바로 뱀이다. 진짜 그 ‘비암’ 맞다. 홈 유니폼을 보면 뱀 가죽(고급지게 스네이크 스킨)이고, 원정 유니폼에는 아예 뱀이 그대로 들어가 있다.
게다가 인테르는 이번에 처음으로 뱀을 쓴 게 아니다. 2010-11시즌에도 홈과 원정 모두 뱀을 모티브로 한 유니폼을 내놓았다. 당시 모델을 보니 좀 아련한데, 하비에르 사네티와 에스테만 캄비아소다.
좀 신기하지 않나? 다른 동물도 아니고 뱀이라니. 특히 기독교 문화권인 유럽에서는 뱀이 악마의 이미지로 쓰이기에 불길한 상징이다. 서양에서는 용도 그런 이미지 아닌가. 그런데 용도 아닌 뱀을 쓰는 이유가 뭔지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이 뱀은 밀라노 역사와 관련 있다. 역사 덕후들은 밀라노와 관련된 가문을 잘 알 것이다. 두 가문 정도가 유명한데 비스콘티 가문과 스포르차 가문이다. 이 중에서 비스콘티 가문과 인테르 유니폼은 큰 연관이 있다.
비스콘티 가문 엠블럼을 보면 이 뱀, 비시오네(Biscione, 이탈리아어로 큰 뱀)과 독수리가 들어가 있다. 밀라노 공국은 신성로마제국으로부터 지위를 인정 받았기에 제국의 상징 독수리를 넣고 비스콘티 가문 문장인 뱀을 추가했다.
근데 왜 비스콘티 가문은 뱀을 넣었을까? 많은 엠블럼이 십자군 전쟁기에 중동 지역의 영향을 받았는데, 비스콘티도 그랬다는 설이 우세하다. 오토네 비스콘티가 십자군 원정에서 사라센 장수를 무찌르고 이 문장을 얻었다는 것이다.
뱀은 부정적인 의미만 가진 게 아니다. 비스콘티 가문 문장을 보면 뱀이 사람을 먹는 것처럼 보이지만, 저명한 한 학자는 저게 먹는 게 아니라 나오는거라고 했다. 뱀은 머리부터 먹지 않나. 뱀에서 나와서 완전히 새사람이 된다는 의미라고 하는데, 일리가 있다. 게다가 뱀은 탈피하며 성장한다. 뱀 비늘을 쓰는 이유는 새롭게 태어난다는 의미, 성장의 의미도 담는다.
그래서 밀라노를 기반으로 한 기업은 물론이고 방송국도 이 뱀(비시오네)를 쓴다. 이탈리아에서 견실한 차로 유명한 알파 로메오도 밀라노를 기반으로 하기에 엠블럼에 밀라노 시 문장과 비시오네를 함께 쓴다. 여담이지만 알파 로메오는 성능이 좋지만 페라리/람보르기니 같은 슈퍼카는 아니기에 이탈리아에서 중간급 선수를 알파 로메오라고 부른다는 속설도 있다.
밀라노에 연고를 둔 방송국(카날레 5)도 이 로고를 쓴다. 5라는 숫자 자체가 비시오네를 단순화해서 표현한 것이다. 다음에 밀라노에 갈 일 있으면 두오모 광장이나 곳곳에서 이 비시오네를 찾아보시라. 여행의 또다른 재미가 있을 것이다.
다 쓰고 보니 이런 생각이 강렬해진다. 코로나19가 덮치기 마지막으로 방문한 도시가 밀라노였지... 아 여행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