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미해질 줄 알았던 기억이 선명히 다가올 때’
감정이 붙어 있는 기억은
불쑥, 예고 없이 찾아온다
희미해질 때도 됐는데
뽀득하게 닦아놓은 거울 속 상처럼
하나하나가 모두 선명하다
때로는 얼굴이 화끈거리고
때로는 가슴 한편이 뜨겁다
괜스레 코끝이 시큰거리고
나도 모르게 낮은 숨결이 새어 나온다
오늘은 용기를 내어
그 기억을 단단히 잡아두고
여기저기 묻어 있던 감정들을
툭, 툭 털어내 본다
제일 큰 것부터
구석구석 붙어 있는
작은 것들까지
툭, 툭
어쩌면 내 안에
이렇게 쌓아둔 기억이
바람에 풀썩이는 서랍처럼
튀어나오려는 지도 모른다
케케묵은 것부터
하나 둘 정리해 본다
그리고 남는 건
묘하게 고요한 공기,
살짝 비워진 마음의 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