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를 먹을수록 아는 사람은 많아지지만 친구라고 말하기까지의 관계는 쉽지 않아 졌다.
나이가 어떻게 되시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엄마와 비슷하실듯하다.
전부터 간간히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오늘은 그분도 나도 묘하게 무거운 기색이다.
서로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직접 말하진 않는다.
그저 좀 힘들었다. 가볍게 지나갈 뿐.
나도 굳이 넘어가는 그 마음을 꼭 집어 캐내지 않는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제 속상했던 강아지 이야기를 내비치게 된다.
사랑과 귀찮음이 뒤섞여 비정한 건지 속상한 건지
할 거면 둘 중 하나만 하면 되지 않나 싶은데 좀처럼 정리되지 않았던 마음은
사실 누구에게 꺼내놓기 두려운 감정이었다.
하지만 덤덤히
-그렇지, 그 마음이 정말 복잡하지
맞장구치신다.
-사실, 나도 남편이 아프니까 기분이 들쭉날쭉해
차분해진다.
나는 슬퍼봐야 강아지다.
이런 내게 네 마음을 이해한다라고 말해주시는 그 마음이 황송하다.
평생을 함께 한 남편에 비할 바인가.
다음 주엔 함께 점심을 먹기로 한다.
집에 돌아오니 엄마가 하루 동안 있었던 봄이의 안부를 전한다.
오늘도 이런저런 일들이 있었다.
좀 달라진 내용은 사람에게서 멀어졌던 봄이가 다시 곁으로 왔다는 거다.
혼자 방에 누워있지 않고 엄마 곁에 있는 봄이.
-두려워서 그래, 라고 엄마는 말했다.
옛날에
가을방학의 언젠가 너로 인해라는 노래를 들었었다.
아이들의 봄 같고 여름 같았던 그때
햇살에 이쁘게 비치던 아이들.
엄만 내가 알려준 노래를 듣곤
공책에 가사를 적어 두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알아 왠지는 몰라 그냥 알아
언젠가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거라는 걸 알아
너의 시간은 내 시간보다 빠르게 흘러가지만
약속해 어느 날 너 눈 감을 때 네 곁에 있을게 지금처럼
그래 난 너로 인해 많이 울게 될 거라는 걸 알아
하지만 그것보다 많이 행복할 거라는 걸 알아
궁금한 듯 나를 보는 널 꼭 안으며
난 그런 생각을 했어
슬프다는 엄마에게 그 노래 틀어줄까? 했더니 지금은 됐고
봄이가 가고 나면 그때나 들어볼란다 하신다.
나의 맘은 저 가사만큼 이쁘지 못하다.
그저
이런 맘도 이해해 주는 누군가가 있어줘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는 저 이쁜 마음으로 슬픔을 함께할 수 있어서
다행인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