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고 두렵다

꿈에 다가가는 걸까, 신기루를 잡으려는 걸까

by likeu



너무 두렵다.

왜 두려운 거지.


-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나려 했다.


그리고…. 두렵다.


바랬지만 맘에 담을 수 없었던 꿈.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어렸을 적 종종 글쓰기로 상을 받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면 잘 썼더라 라는 칭찬을 받기도 했다.


나도 내 글이 좋다.

나는 내 글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뿐이다.

거기까지이다.


작가라는 이름에서 얼마나 먼지

얼마나 부족한지

책을 사랑했던 만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내 꿈은 사서였다.

나는 책을 쓸 만한 재능이 없으니까.


내 꿈은 사서였다.

책에게 곁을 주고

두고두고 읽으며

느끼고 함께하는.




그러다 블로그에 글을 쓰게 되었다.

그동안 써온 글들을 읽다가

맘에 드는 글들을

다른 사람들도 공감해 주길 바랐다.

그 마음에서 출발해 노트의 괜찮은 글들을 블로그로 하나하나 옮겼다.

하지만 반응은 없었다.


‘그래, 뭐 예상했으니까.’

그렇게 몇 편, 몇 자 끄적끄적.


몇 년이 지나 블로그가 기억 속에서 잊혀질무렵,

브런치를 알게 되었다

작가가 아닌 사람들도 글을 쓰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한 권을 완성해야만 하는 게 아닌 한 편씩 쌓아가는 부담 없는 구성.

어쩌면

나도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을까

직장을 다닌지도 15년. 이제와서 써보겠다라.



문득 무라카미 하루키가 떠올랐다.


그는 음식점을 하다 삼십 대에 느닷없이 글을 쓰기 시작하더니

가뿐히 작가가 되어 버렸다.


‘그럴 만하잖아.

그의 글은

처음부터 엄청났으니까.’


삼십 대란 작은 공통점에 비하면 너무나 큰 실력 차.

여러 감정들이 들끓어 오른다..




그날

처음으로 밤을 새웠다.

제일 좋다는 글을 두 편, 고치고 또 고치고


친구들의 소중하고도 사랑의 매와 같은 조언을 받으며

마침내 브런치에 작가 신청서를 냈다.

떨리는 마음.

과연 될까.

안 되면 어떡하지.

뭘 어떡해, 안 된다고 무엇 하나 변하는 게 없는데

왜 그리 떨고 있지?


그리고 일주일은 걸릴 거란 예상과 달리 4일 만에 답변이 왔다.

-브런치 작가가 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기쁨의 눈물이 흐른다.

아니 진정 기쁨인가?

혹 서글픔인가.

놓아버린 시간들에 대한.







난 글을 두려워해 본 적이 없었다.

글은 나에게 해소제였다.

내 안의 깊은 감정,

오래 묵혀 끄집어내려면 도구를 들어 들쑤시고,

날리는 먼지에 켁켁거리며 잊힌 것들을 찾아 쏟아내는 과정이었다.


그 안에서 많이 울었고 웃었고 기뻐했고 평안해졌다.

써온 글들을 보면 나라는 역할 아래 눌러 집어넣었던

아이를 볼 수 있었다.

그 아이는 순수했고 이뻐서 꼭 안아 주고 싶은 아이였다.


지금은 글이 두렵다.

어떻게 써야 하나, 무슨 내용을 써야 하나,

풀어내고 있는 나의 마음이 아닌

글로서의 가치를 끝없이 평가하게 된다.

누군가, 제3의 시선으로.


자연스레 그 차이가 어디서 생겨났는지 알게 된다.

내 맘을 하나에서 열까지 쓰기만 하면 되던 글에서

지금은 누군가 읽어주길 바라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글을 잘 쓰고 싶어져 버렸으니까.

욕심을 내고 싶다.

작가라는 욕심.


그 맘이 생긴 뒤로는

일을 하다가, 산책을 하다가도 머릿속에서 글을 쓰고 있다.

하지만 막상 집에 오면 자신이 사라진다.

아까의 기억들은 이미 모두 없어진 걸.


전엔 이런 생각 없었는데.

그저 모든 걸 쏟아붓고 나면 맑게 하늘이 개이듯 끝나 있었는데.


두렵다.

어느새 내게 글은 편한 대상이 아닌 어려운 대상이 되어버렸다.

계속해서 느껴지는 제3의 시선.

누군갈 좋아하게 되면 그에게 어떻게 보일까 내 모습을 살피곤 했다.

그의 시선, 제3자의 시선으로.

그렇게 잘 보이고픈 마음은

연약한 두려움이 되곤 했다.


이제 글을 걷는 사람들에게 그 마음을 갖는다.

나만의 글이 아닌 느끼고, 함께하는 존재.

당신께 진실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 떨림 속에서 한 걸음, 한 걸음 두려움의 손을 잡고 걸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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