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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바람처럼 Apr 20. 2018

마흔의 임신_1

안 낳는 것 vs 못 낳는 것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1.05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합계출산율은 가임기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지표다. 우리나라는 2001년 이후 ’초저출산 사회’(합계출산율 1.3명 미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치(2015년 기준)는 1.68명이며, 우리나라는 꼴찌다. - 2018년 2월 27일 한겨레 기사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34038.html#csidx9fd3f1bc602eb0cadf2c4bbb6e29f8b

뉴스에서는 출산율이 매년 최저치를 갱신한다며 출산 장려 캠페인과 정책에 대해 논한다. 통계의 오류는 참으로 얄궂다. 세상 한쪽에서는 안 낳겠지만, 다른 쪽에서는 못 낳기도 한다. 이래저래 태어나는 아이들이 적으니 출산율은 낮겠구나 싶다.


내가 아는 한 많은 부부들이 아이를 낳기 위한 노력을 한다.  난임 병원에 가면 그 수에 놀란다. 맞벌이인 우리 부부는 줄곧 토요일에 병원을 방문했다. 예약을 하고 가도 기본으로 1시간은 기다려야 진료가 가능하다.


"출산율이 낮다고 난리인데, 여긴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안 낳는 것보다 못 낳는 비율이 높은 건가?"

병원에서 기다리는 동안 남편과 주고받은 대화는 궁금증을 가장한 탄식일지도 몰랐다.


처음 난임 병원을 찾은 것은 2017년 초, 겨울이 지나가는 시점이었다.

결혼 후 1년 이상 자연임신이 안될 때 난임이라 정의한단다. 2015년 여름에 결혼을 했으니, 1년 반 정도가 흐른 시점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내 나이 마흔을 찍으니 불안해지기 시작한 때였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줄 알았다. 다수의 결혼이 그렇듯, 나도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갖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순진했다. 인생이 늘 순조롭지는 않다.  


나는 다소 운명론자다. 안 생겨도 '억지로 만들어' 낳지는 않겠다고 결심했다. 더 늙어 어떻게 낳아 키우냐며 ‘마흔이 넘어도 안 생기면’ 안 낳을 거야!라고 단언했다.

해가 바뀌자 나는 결국 난임 병원을 검색하기 시작했다. 인공수정, 시험관 아기(듣기만 해도 SF 영화에나 나오는 유리관을 상상하게 되는 단어다), 정액 검사, 나팔관 검사 등 낯선 용어들 앞에 주눅이 들고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첫 진료를 받기 전, 간호사와 면담을 진행했다. 결혼한 지 얼마나 되었는지? 이 말은 난임 기간으로 대체된다. 피임 기간은 상관없는 것인지 궁금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난임 기간은 병원 실적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사용되는 데이터라 병원 입장에서는 길수록 유리했다.


난임 원인을 찾는 여러 가지 검사는 남편과 아내 둘 중 누구에게 문제가 있는지를 판결해 내는 심판대 같았다. 원인을 가진 쪽이 죄책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들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는 원인불명. 나이 탓이겠지. 우리 세대의 사회적 나이는 이전 세대의 그것과 달라서 취업도, 결혼도 늦어지는데 신체적 나이는 그대로다. 우리 부부 같은 만혼은 운이 좋지 않다면 난임으로 이어진다. 원인이 무엇이건 한두 가지 치료가 더해질 뿐 난임시술 단계는 거의 동일하다. 자임(자연임신의 줄임말) 유도, 인공수정, 시험관 아기 단계를 차례로 밟아가게 된다.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병원의 가이드대로 자임 시도 3차, 인공수정 1차까지 단계를 진행했다. 현재는 비임신 상태이다. 맘스 카페나 블로그를 찾으면 찾을 수 있는 시술 방법이나 과정을 나열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그간의 감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난임치료를 받으면서 마음의 불안, 걱정, 우울감 같은 감정의 치유는 병원이 아닌 다른 곳에서 이루어졌다. 비슷한 경험을 했던 동료나 친구들. 같은 경험을 말하는 것보다 큰 위로는 없다는 말이 맞다. 내 감정 추스리기에는 도움이 됐지만, 남편과 공유하기는 힘든 부분이 많았다. 모두 여자 입장의 공감이지, 부부가 함께 어떤 방식으로 감정을 건드리고 이겨야 할 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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