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과 신뢰
내일이면 28주에 접어든다.
이제 배도 꽤 불러와서 전철에서도 자리 양보를 받기도 한다. 대부분은 삼십 대 이후로 보이는 여성분들이다. 아마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이 아닐까 생각된다.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자리 양보해 달라고 배를 일부러 내밀고 있는 것은 아닌데, ‘일어나시오’라는 시위라도 하듯 배가 나와 있는 듯 해 민망하기도 하다. 그래도 양보받은 자리를 사양하지는 않는다.
고맙습니다.
무의식 중에 나는 ‘나이가 많아서’, ‘노산이라서’ 출산이 어렵지 않을까, 힘을 못 주면 어쩌지 라는 걱정을 많이 하고 있었다.
어제 간호사 정기상담 시, 출산 계획서를 앞에 두고 두려움이 앞섰다. 무통주사, 제모, 관장, 회음부 절개 등 분만 시 진행되는 항목들에 대한 선택을 하고 추가적인 요구사항을 적어달란 것이었다. 보기만 해도 겁이 덜컥 나는 의학 용어들이 두려움을 증폭시켰다.
의학적 조치를 최소화하고 산모와 아이의 힘에 의지하여 분만한다는 자연출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적은 있지만, 나는 무엇보다 안전주의를 선호하는 편이다. 이유는 노산이니까.
“저는 노산이라, 최대한 전문가의 판단에 맡기고 싶어요.” 라며 출산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에 회의적임을 밝혔다. 그걸 쓴다고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않는 것 아니냐, 초산인데 경험해보지 않고 어떻게 결정을 내리느냐 등.
간호사 선생님은 출산 계획서 작성이 산모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고, 자연스럽게 분만이 진행될 때를 가정하여 적으면 된다고, 응급상황에는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적절한 조치가 시행된다고 했다. 그리고 덧붙인 말은 정신을 버쩍 들게 하는 것이었다.
“분만은 나이가 많건 적건, 아이가 크건 작건에 상관없어요. 어떻게 진행될지 몰라요. 산모님이 자연분만을 못하더라도 그건 나이가 많아서가 아니에요. 젊어서 낳아도 못했을 거예요. 저는 28살에 낳았는데도 진통하다가 수술했어요. 그러니까 나이가 많다고 지레 겁먹고 자신감을 잃지는 마세요.”
나와 아이를 믿고 자신감을 가지라는 말이었다. 짧은 저 말이 너무도 인상적이어서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무의식 중에라도 의심과 두려움을 버리자. 출산 계획서를 어떻게 작성할지 남편과 상의해 볼 계획이다. 조금씩 용기와 자신감이 생겨나는 것은 ‘엄마’의 초능력이 나에게도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