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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처럼 바람처럼 Apr 19. 2019

마흔의 임신_19

어느덧 1년

2019.1.16


작은 생명이 내 뱃속에서 사라진 지 어느덧 1년이 되었다. 이런 날짜를 세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지만, 내가 처음으로 품었던 작은 생명이 그리 쉬이 잊히지는 않는다.

작은 심장소리를 들려주었던 첫 번째 그 경험이 어찌 잊힐까.


지금 품고 있는 아기로 인해 기뻐할 때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미안함이 스며 올라왔다. 마냥 좋다가도 울컥울컥 무언가가 올라오려 했다. 그럴 때마다 태교를 핑계로 모른 척 해왔다. 오늘만은 모른 척하지 않고 마주하려 한다.


갑상선 기능 저하로 내과 진료 시, 담당 의사가 물었다.

“이번이 첫 번째 아기인가요?”

“아니요. 두 번째요.”

“출산한 적이 있으세요?”

“아니요. 첫 번째 아기는 유산됐어요.”

“그럼 이번이 첫 번째네요.”

왜 첫째냐고 묻지 않고 첫 번째라고 물었는지 알 수 없지만, 나에게 첫 번째와 그에게 첫 번째가 달랐다. 잠깐이지만 내 속에 머물다 간 존재가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순간, 용어의 혼동으로 인해 오고 간 대화와 의사의 단어 선택이 짜증스러웠다.


난임 환자들 사이에서는 첫 번째 시술로 임신이 되는 것이 어렵다는 걸 빗대어 로또라고 한다. 우리 부부는 운 좋게도 인공수정 1차에서 임신에 성공했다. 태명을 ‘로또’라 지었다.

유산되고 한동안 로또 판매점을 지날 때마다 태명을 로또로 지은 것을 후회했다. 일반명사가 아닌 고유명사로 지었다면, 생활 속에서 그 이름을 수없이 마주쳐 마음을 놓치지는 않을 텐데 라면서.


안녕... 내 첫 번째 아가.

콩알만 한 작은 몸집에 엄마가 품을 수 없을 만큼 큰 영혼을 가졌던 아가.

나만은 기억할게.

언제나 나에게 첫 번째일 아가.

네 심장소리와 이름을 기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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