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 먹다 대성통곡한 사연

출퇴근 왕복 4시간 후기

by 하늘

*절대 부모님을 욕보이고자 쓴 글이 아닙니다. 언제나 사랑 넘치는 딸바보 부모님이시니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주세요


경기도 집⇔서울 직장 왕복 4시간 통근 8개월째.

남편의 당직 날에는 서울 부모님 집으로 퇴근한다.


그날은 누가 톡 하고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어린아이처럼 울 것만 같은 기분이라 부모님 집에 가기 싫었다. 오랜만에 본 딸이 우울한 모습을 하고 들어가면 분명 엄마가 많이 서운해할 테니

하지만 내일 출근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이 가야 했다.


엄마에게 서울 집으로 퇴근한다고 연락을 했다. '엄마는 이른 저녁 먹었으니까 너 먹고 싶은 거 시켜 먹어'라는 답을 받았고, 날이 흐리고 추웠던 탓에 기름지고 따뜻한 게 당겨 길거리 호떡을 시켰다.(무슨 논리?..ㅎㅎ)


하지만 호떡을 시키기 전 조금 고민이 됐다.


이유는

부모님 집에 갈 때마다 결혼해서 분가한 딸에게 하는 잔소리 때문.


부모님의 잔소리는 딱 하나. 심플하지만 들으면 많이 아픈 '살 빼라'


결혼하고 자기 관리를 손 놓고 있던 나는 회사를 다니면서 살이 점점 찌게 됐고 마음먹으면 독하게 살 빼던 내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져 있었다.


이런 모습이 낯설면서도 보기 좋을 리 없는 부모님은 걱정반 외모지상주의적 잔소리를 한다.

'아니 예전에 잘 빼었잖아! 진짜 더는 안돼! 보기 안 좋아 얼른 빼!'

'헤에! 허벅지가..'


이런 부모님의 잔소리를 떠올리니 호떡이 눈앞에서 멀어지면서도 손가락은 이미 결제버튼을 누르고 있었다.


우울한 모습으로 부모님 집으로 들어갔다. 엄마는 반갑게 나를 맞이하다가 내 상태를 보고는 서운했는지 '너는 항상 힘든 얼굴하고 집에 오더라~'라며 핀잔을 주었다.


나는 엄마에게 냉랭한 태도를 취하며 호떡 앞에 앉았다. (그 와중에 호떡이 먹고 싶었다.^^::)

엄마는 내 눈치를 보며 옆에 앉아 가위로 호떡을 먹기 좋게 잘라주었다.


호떡을 한입 베어 문 순간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는 엄마를 보니 갑자기 뿌엥 하며 눈물이 터졌다. 이유는 복합적이었지만 그냥 엄마에게 안겨 펑펑 울고 싶었다.


엄마는 내가 어린아이처럼 입속에 호떡을 넣고 우는 모습을 보고 당황했지만 딸이 힘들어하는 모습에 엄마도 같이 울며 많이 힘들었냐고 다독여 주었다.


K-장녀인 나는 엄마에게 내 감정을 잘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날은 다 말했다. 어린애처럼.


지금 출퇴근이 너무 힘들어 몸과 마음이 지쳐 약해져 있는데 언제 가도 편해야 할 친정집에 잔소리 듣기 싫어 오고 싶은 마음 싹 사라졌다고 이제는 부모님 집 오지 않겠다며 울며 말했고 입안에 있던 호떡들은 사방으로 흩어져 사라져 버렸다.


다 커서 이게 무슨 난리람::


몸이 많이 무너진 걸 느끼는 요즘이었다. 한 달 전 감기를 크게 치르고 나서부터 온몸이 근육통에 시달리고 편도는 계속 부어 밤에는 목이 아파 깬다. 오후가 되면 은은한 편두통에 시달리고 가벼워야 할 퇴근길 발걸음은 한없이 무겁다. 이런 상태가 한 달째 지속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예민해지고 짜증이 늘었다.


원인을 생각해 보면 아마도 고된 출퇴근 때문이라 생각된다.


정시퇴근이 가능한 직장이지만 8시가 넘어 집에 도착하면 늦은 저녁을 먹고 집안일하다가 씻고 자고 해가 뜨기 전 일어나 충전되지 못한 몸을 이끌고 다시 출근길에 오른다.


이런 날들이 반복되다 보니 씹지도 않은 호떡을 입에 물고 엄마 품에 안겨 울게 된 것이다.


사회에서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는 말을 지키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가 선택한 삶이기 때문에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또 나보다 더 힘들게 일하시는 분들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그렇다고 나를 너무 몰아붙일 필요는 없었다. 힘들면 주변에 알리고 도움을 구하면 됐다. 성격상 그렇지 못했던 나는 엄마의 품에 안겨 있는 힘껏 울고 나니 마음은 후련해지는 걸 느꼈다.


한 번은 친한 친구에게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하늘아 너 어떻게 이렇게 힘든 걸 하고 있어? 대단해..'


친구는 직장교육을 받기 위해 일주인간 서울에서 경기도로 매일 출퇴근을 하고 있었고 자신은 절대 이렇게 못 다닌다며 나를 공감해 주었다.


그 말을 들으니 묘하게 위로가 되었고 '그래 나 이렇게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거야' 라며 셀프 칭찬을 하며 나를 다독였다.


아직 시간이 지나도 적응 안 되는 출퇴근을 하고 있다. 여전히 몸과 마음은 지치지만 이제는 주변에 힘들다 표현하고 퇴근하고 아쉬운 마음에 스마트폰으로 도파민 충전시간을 갖다 결국 늦게 잠드는 일을 그만두고 씻고 바로 취침하는 등 아주 작은 일부터 변화를 주려고 노력 중이다.


잠깐, 그래서 결국 호떡은 어떻게 됐냐고?


한껏 울고 나서 맛있게 다 먹었다. 인생 다 이런 거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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