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의 정석

그날, 점장과 보스는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by 하늘

일본 유학 시절, 한 패밀리 레스토랑을 방문했을 때의 일화다.


규모가 작은 레스토랑에는 우리 일행을 제외하면 손님이 두세 테이블뿐이었다. 가게 안은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빨리빨리’ 문화가 덜하다. 주문을 마치고 여유롭게 음식을 기다리고 있던 그때,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서 언성이 들려왔다.


순간, 조용하던 가게 안에서 우리를 포함한 모든 손님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알바생은 연신 “죄송합니다”를 말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테이블에 앉아 있던 젊은 커플은 불쾌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때 주방 쪽에서 점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급히 나와 알바생을 안으로 들여보낸 뒤, 자신이 대신 허리를 숙여 사과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음식이 늦게 나와 컴플레인을 제기하려던 순간, 주문한 음식이 서빙되었는데 그것이 다른 메뉴였던 것이다. 알바생의 실수였다. 하지만 점장은 마치 자신의 잘못인 것처럼 연신 사죄했고, 음식은 무료로 제공되며 상황은 조용히 마무리되었다.


시간이 흘러, 현재.


일본계 기업의 한국 지사에서 근무 중인 나는 본사까지 보고가 올라가야 하는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 평소 실수가 거의 없던 터라, 일본인 보스의 방으로 불려갔을 때 머릿속이 하얘졌다. 나는 그저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보스 역시 처음 겪는 상황이라 잠시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곧 일본인 특유의 침착함을 되찾았다.

꾸지람 대신, 그는 차분하게 말했다. “지금은 수습이 먼저예요.”


다행히 지시대로 상황은 잘 정리되었고, 일은 일단락되었다. 그러나 마음까지 정리되지는 않았다. 자리에 앉아 머리를 감싼 채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던 나를 보스가 다시 방으로 불렀다.


한껏 긴장한 채 들어간 방에서, 그는 인자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하늘상이 한 실수는 일하면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에요. 나도 젊었을 때는 지금보다 훨씬 큰 실수를 한 적이 있어요. 너무 상심하지 말고, 기분이라도 나아지게 달달한 초콜릿 하나 먹고 잊어요. 그리고 다시 열심히 하면 되죠.”


나 때문에 그는 본사에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을 것이다. 적잖이 질책도 받았을지 모른다.

그런데 어떻게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었을까.


그때 깨달았다.

그가 대신 사과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책임자였기 때문이다.


그날 레스토랑의 점장과, 오늘의 보스는 서로 다른 공간에 있었지만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인생에서 좋은 책임자를 만나는 일은 쉽지 않다. 나는 그 쉽지 않은 경험을 두 번이나, 그것도 직접과 간접으로 겪었다. 앞으로 내 인생에서 책임자가 될 일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그 두 사람을 통해 배운 태도가 나를 거쳐 다시 누군가에게 전해지고, 또 전해지기를 바란다.


그렇게 조금씩이라도 더 나은 사회가 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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