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살고 싶은 날에 올리는 나의 일기
나를 돌봐야겠다고 생각한 지는 오래되었다. 돌보고 싶지 않을 뿐이지.
학생상담센터에서 재작년부터 개인 상담을 받았고, 본가와 기숙사를 오가는 통에 꾸준히 받지는 못했다. 스스로를 돌보지 못할 때 마다 다시 상담을 신청했고 작년 여름 드디어 상담센터를 졸업하나 싶었지만 결과는 유급.
나는 지난주부터 상담을 다시 받기 시작했다.
상담을 신청할 때는 꽤 차분했다. 열에 들떠서 신청한 것도 아니었고, 손 하나 까딱하고 싶지 않은 우울감에 사로잡힌 상태도 아니었다. 휴식을 취하러 본가를 가는 기간 동안 기분이 쳐지는 것을 느꼈고 생각보다 오래갔다.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속이 미식거리고 내 몸이 작아지는, 어떤 시간과 공간에 영영 갇히는 느낌. 불쾌한 기분은 나를 한없이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끝없이 무력해지기 전에 상담을 신청했다. 그러니까 상태가 더 나빠지기 전에 선수를 친 거다. 내가 나를 돌보지 않고 해하려고 하면 당장 SOS를 요청할 곳이 있으니까. 늘 나 혼자서 난리를 치고 난 뒤에 상담을 받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니까. 상태가 나빠지지 않는다면 다행인거고 나빠지면 바로 도움을 청할 요량이었다.
심리검사들을 다시 하고 1회기 상담 전 인터뷰형식의 면담을 가졌다. 면담을 하면서 느낀 것은 ‘결국 제자리’였다. 나는 2년 전의 나보다 스스로에게 관대해지고 꽤 잘 돌본다고 생각했었다. 근데 그건 내 생각이었다. 나는 나를 몰아세우고 비난하고 절벽에서 떨어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당황의 연속이었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괜찮지 않았고 나아졌다고 생각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정확한 명칭은 기억나지 않지만 자살지수 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서, 상담선생님이 보호자에게 전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쨌든 보호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는 수준의 점수라고. 조용히 상담 받고 가족은 모르게 할 생각이었는데. 면담이 끝나자마자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센터에서 전화가 갈 테니 듣고 너무 놀라지 말라고. 일부러 밝은 톤으로 말했다. 어쨌든 엄마에게 전화를 할 때 내 기분은 좋았으니까.
더 이상은 안되겠다고 생각했다. 뭘 생각했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나도 모르겠다. 뭐든지 잘 알았으면 이 지경까지 안왔겠지. 어떻게든 기록을 남기기로 마음먹었다. 뭐라도 남기자, 그럼 남길 동안은 살아있을테고 제목에 #1이라고 붙였으니 2를 쓰기 위해 그때까지는 살아있겠지.
내일은 바라지 않기로 했다. 너무 불확실하니까. 그저 오늘까지만,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 나를 돌 볼 수 있기를.
이 돌봄 일기는 4월 22일에 작성했다. 그러니까 난 한달 전부터 상담을 받기 시작했고, 이제야 돌봄 일기를 게시한다. 나를 돌본 내역은 없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올리지 않으면 내 노트북 한 구석에 한글파일로 처박혀 있을 것이다. 제발 다음 주에 돌봄일기를 업로드 할 수 있기를. 꾸준히 올리기로 했던 5분 고전읽기도 올릴 수 있기를.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