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독이#6 뒤늦게 도착한 크리스마스 선물

나의 독일인 상사

by Linda

1월 언젠가쯤 독일에서 소포가 하나 왔다.

집 문 앞에 놓인 소포를 멀리서부터 보면서"뭐지? 난 주문한 게 없는데,,,"라고 중얼대다가 소포를 집어 들면서 미소가 지어졌다.

크리스마스쯤, 늦게라도 보낸다고 했던 귀여운 소포 Päckchen 이 도착했다. 지금은 은퇴 후 여유로운 삶을 살고 계신 전 직장 독일인 상사가 보내셨다. 크리스마스쯤 오랜만에 생각나서 Frohe Weihnachten! 이라며 오랜만에 인사를 드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직접 슈톨렌 Stollen(독일의 전통 크리스마스 빵)을 구우셨다기에 놀라며 맛있을 것 같다는 한마디에 한국으로 보내준다고 하셔서 좀 놀랐지만, 거절하기에도 미안해서 주소를 드렸더니 정말 보내셨다. 역시 빈말 따위는 없다.

막 구워낸 슈톨렌

크리스마스 지나서 보낸 슈톨렌은 1월 중순이 되어서야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냅다 뜯어본 소포, 은박지에 싸인 슈톨렌

슈톨렌 Stollen 은 독일 전통 크리스마스 빵 중의 하나인데 단단하고 무겁다. 속이 꽉 차서 빵이라기보다 부드러운 쿠키에 가깝다. 이 빵조차 독일스럽다.. !

빵과 함께 도착한 여러 가지 달달한 간식들이 눈에 띄었다.

초콜릿, 하리보, Marzipan (독일디저트) ♡ 그리고 엄청난 필기체로 적은 편지 ✉️

투박하게 아무렇게 담았지만, 정겨움이 느껴진다. 한국에 계실 때 출장을 엄청 자주 다니셨는데 그때도 가끔 달달한 간식거리를 사다주시곤 했다.


나를 채용해 주셨던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독일인 상사 Mein ehemaliger Chef! 한국에 거의 5년 가까이 사셨지만 바쁜 역무로 인해 한국어 정복에는 실패하셨다.(열정은 누구보다 대단했다)

회사에서는 참 특이한 사람으로 유명했다. 몇몇은 심지어 싫어하기도 했다.

하지만 우리 팀에게는 엄청 잘해주시고 팀원들은 대만족이었다. 그냥저냥 좋은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서 이 부서 저 부서 일을 다 도와주는 분이 아니라 상황을 봐가며 단칼에 잘라내셨다.

본인이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확실히 선을 그었다. 회사 내에 임원이 되면 사내정치를 하기 마련이지만 '항상 프로젝트!' '우리 팀원들을 먼저 생각해 주셨다.'

대나무 같은 올 곧은 면이 참 보기 좋았지만,

가끔은 협력하지 않는 것 처럼 보여서 (실제로 안할때도...)오해를 사기도 했다.


호기심도 많으시고 회사업무 외에도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우셨다. 회사에서도 점심은 대부분 스킵하시고 한국어 공부를 하셨다. 배움에도 관심이 많으시지만 가르치는 것도 좋아하셔서 가끔 나에게 독일어로 복잡한 엔지니어링을 설명하시곤 했다.

그분의 사무실에는 항상 커피잔 얼룩이 묻은 한국어 책과 서류들이 놓여있었고, 아침에 인사하러 가면 안녕하세요 를 떠나가라 외치셨다…..^^

가끔 오랫동안 출장 가실 땐 바이올린과 클라리넷을 잊지않고 가져가서 출장가서도 일상의 패턴을 잃지 않기위해 노력하셨다.

팀원들을 집에도 자주 초대하셨다. 집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고, 독일에서 쓰시던 앤틱 수납장을 한국으로 가져와 거실한쪽에 멋지게 장식해 놓으셨다.

그 장식장에서 엄청 오래된 장식이 된 와인잔을 꺼내 와인을 주셨는데 잔이 깨질까 봐 조심조심했던 기억이 난다. 그 옆에는 전자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있었다. 가끔 연주할 수 있는 직원이 있으면 협주를 하시기도 했다. 항상 요리도 직접 해주셨다. 항상 한국요리라면서 해주셨지만 약간은 퓨전요리가 되어버린 한국음식들도 있었다.ㅎ 그분의 다양한 관심사처럼 요리에서도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를 하신 것 같다. 8명 정도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가득 채울 정도로 차려놓고 뷔페처럼 이것저것 덜어먹었다.


사실 독일에서의 직장상사와 직원의 관계는 그렇게 수평적이지 많은 않다.

독일동료들에게 들은 바로는 직장상사와의 관계에 어느 정도의 상하가 있고, 미국처럼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Herr. Schmidt(예시)처럼 성으로 부른다. 물론 스타트업이나 작은 회사 또는 사람의 성향에 따라 이름으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임원, 팀장급 사람들에게는 존칭을 사용한다. 하지만 업무를 할 때는 상사지만 일에 대해서는 투명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듯했다. 당시 한국지사에 와 있었던 독일직원들은 아마 모두가 타지에 나와있는 처지이고, 잠시 함께 일할 팀장, 팀원이라 서로 좀 더 편하게 대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오랜만에 받은 작은 소포에 소중한 인연을 다시금 추억하며

-늘의 야기는 여기까지-



☞ Päckchen 작은소포
☞ Frohe Weihnachten! = Merry Christmas
☞ der Chef : 직장 상사 die Chefin: 직장상사의 여성형
☞ Mein ehemaliger Chef : 내 (이) 전 상사
[마인 에-말리거 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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