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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독이 #7 도시락에 뭐 있어?

Nutella bitte!

by Linda Feb 23. 2025



오늘은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봤던  Brotdose 도시락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름에는 빵(Brot)이 들어가 있지만 빵 이외에도 과일이나 야채도 넣어서 다양한 음식을 넣어서 가지고 다닌다.

독일인들의 도시락은 어떨지 상황별로 살펴보면 이렇다.


#1. 유치원, 학교 갈 때

누텔라만 이야기하면 눈이 동그래지던 독일 아이들이 생각난다.  독일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유년시절 엄마 몰래 누텔라를 숟가락으로 퍼먹으며 쫄깃한 긴장감과 달콤함을 느껴보았을 것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초콜릿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누텔라를 처음 봤을 때 감흥은 ‘뭐? 초코를 왜 발라먹어?’라고 이상하게 생각했고 실제로 먹었을 때도 이빨에 달라붙는 게 너무 싫었다.

이것이 많은 유학생들의 급격한 체중 변화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이것이 많은 유학생들의 급격한 체중 변화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

내가 지냈던 집도 다르지 않았다. 막내는 과일, 채소라면 질색을 했고 누텔라가 발린 부드러운 빵만 먹고 싶어 했다. 곡물빵(우리나라 오곡밥 같은 존재)과 사과는 대부분의 독일인들의 장보기 목록(Einkaufsliste)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필수 항목인데 이걸 안 먹는다고 반항하는 막내였다.

아침마다 본인의 Brotdose에 뭐가 들어가는지 궁금해하면 까치발로 들여다 보고는 실망했던 아이의 얼굴이 생각난다.

첫째 Moritz의 Brotdose는 방울토마토 몇 개와 햄과 치즈가 들어간 빵. 그리고 하늘색 물병.  

둘째 Lisa의  Brotdose는 Leberkäse(으깨어져 바를 수 있는 소시지)가 발린 빵 또는 아주 가끔 버터와 누텔라가 발린 빵이었다. 그리고 분홍색 물병.  

항상 높이가 좀 높은 플라스틱 통이 대부분이다. 딱히 캐릭터 그림도 없었다..(구글이미지)항상 높이가 좀 높은 플라스틱 통이 대부분이다. 딱히 캐릭터 그림도 없었다..(구글이미지)


오후 12시 1시면 유치원과 학교 수업이 끝나기 때문에 쉬는 시간에 먹을 간식 도시락만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 독일에도 맞벌이 부부가 많지만 부부 중 한 명은 아이들이 올 시간에 맞춰 집에 오도록 단축 근무를 한다. 그리고 같이 점심을 먹거나 간단한 요기 정도 하고 저녁을 준비한다.


#2 가족나들이

주말에 교외로 놀러 갈 때도 간단한 간식거리를 준비한다. 보통 사과, 바나나, 초콜릿, 물! 물은 어딜 가나 항상 챙긴다. 우리나라처럼 편의점이나 뭘 살 수 있는 곳이 많지도 않고 모든 걸 다 사 먹으면 외식비가 많이 나가기 때문에 이런 습관이 몸에 베여 있는 것 같다. 내가 같이 살던 독일가족은 소득 수준이 높았지만 그와 상관없이 검소한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모습들이 나에게는 긍정적으로 다가왔다.


#3 대학교에서

독일 대학에서 교환 학생 수업을 듣는데 주섬주섬 꺼내서 한입 먹는 독일 대학생을 발견했다. 수업시간에 뭘 먹는 게 예의는 아니라 몰래 한입 먹기에 간편한 독일식 샌드위치만 한 게 없다.  그 외에도 캠퍼스를 돌아다니다 보면 집에서 가져온 샌드위치나 샐러드 같은 걸 먹는 학생들이 많이 본다. 학교식당이 맛이 없고, 외식비가 비싸서 그런 것 같다. 한국에서는 도시락을 먹는 게 부끄러운 일로 보이기도 하고, 한국식 도시락은 준비하기가 번거롭다. 또 워낙 학교 식당이 저렴해서 굳이 도시락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듯하다.  그리고 2리터짜리 물병을 들고 다니는 것도 정말 신선한 충격이었다ㅎ


#기차에서

한 번은 기차를 타고 가는데 기차 안에서도 도시락을 꺼내 먹는 한 독일 청년을 보았다. 푸실리 파스타로 추정되는 도시락이었는데 한국에서는 반찬통으로 쓰일법한 락앤락통을 탁탁탁 열더니 눈치 보지 않고 잘 드시고 계셨다. 이것도 참 신선했다. 사실 독일 기차 내에서 이 정도 식사까지 하는 사람은 드물고 보통 약간의 샌드위치와 음료는 마신다. 보통 기차여정이 길기 때문에 브레첼 같은 빵과 음료는 기차역에서 구매해서 타는 것 같다.


#회사에서

독일사람들은 회사에서 점심을 스킵하거나 간단한 샌드위치로 끝내는 경우가 많다. 내가 일했던 독일 회사에서도 많은 독일인 직원들이 점심시간에 자리에서 샌드위치를 먹는 모습을 보고 많은 한국인들이 놀랐고, 그렇게 많은 양의 음식을 먹고 저녁에 회식자리에서도 그 보다 많이 먹을 수 있는 한국인들을 보면서 독일인들은 또 놀랐다. 지금도 기억나는 말이 덩치는 작은데 그게 다 어디로 들어가냐며 눈이 휘둥그레 해진 직원이 생각난다.  물론 한국에서 일하다 보니 익숙해져서 같이 먹는 독일인 직원들도 있었다.

독일에 있는 회사들은 도심에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교외 혹은 시골 한복판에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나가서 먹기 어려운 경우도 있기 때문에 구내식당을 가거나 도시락을 가져온다고 한다.

독일인들의 검소한 소비습관을 잘 보여주는 Brotdose를 추억하며

- 오늘의 야기는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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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리자(Lisa)는 지금 사과를 먹을까?


Was hast du in deiner Brotdose?
[ 바스 하스 두 인 다이너 브로트도제]
도시락에 뭐 있어?

☞ Was 무엇
☞ hast  가지다 의 du 변형 (haben)
☞ du 너, 당신
☞ deiner 너의
☞ die Brotdose 도시락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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