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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독이#8 '우리'동네

독일 사투리

by Linda

독일 내 여러 지역 출신의 사람들을 만나며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지역차이 이다. 우리나라에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강원도, 제주도처럼 지역별 특색이 뚜렷하듯, 독일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독일은 지역 분권화가 잘 되어 있어 각 주마다 대학과 일자리를 웬만큼 찾을 수 있다. 그래서 한 지역에 오랫동안 정착해 사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처럼 ‘좋은 건 다 서울에 있다’는 분위기와는 조금 다르다.

그들이 살아온 고향에도 유명한 기업들이 있고, 조건이 비슷하다면 굳이 멀리 가지 않고 집 근처로 지원하기도 한다. 실제로 아는 친구가 SAP에서 일한다고 해서 “거기 좋은 회사잖아! 어떻게 지원하게 됐어?”라고 물었더니, “그냥 내 전공이 IT기도 하고, 집이랑 가까워서…”라고 너무도 담담하게 말했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독일인 직원도 유명 기업에 20여 년간 다니고 있었는데, “그냥 다니던 대학이랑 가까워서 지원해봤다”고 했다. 그의 너무도 단순한 대답이 나에겐 꽤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나를 비롯한 많은 한국 청년들이 학교와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몰려드는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물론 독일에서도 특정 전공으로 유명한 대학에 진학하거나 일자리를 찾아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고향을 떠나지 않거나 한 도시에 오랫동안 머무는 사람이 많다 보니, 그만큼 지역 문화도 잘 보존되는 듯하다.

그중에서도 특색이 뚜렷한 다섯 개의 주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1. 바이에른(Bayern) – 전통과 보수적인 분위기

주도: 뮌헨(München)

문화적 특징:
전통적인 독일 문화를 가장 잘 보존한 지역.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 바이에른 맥주, 전통 의상(레더호젠, 디른들) 등으로 유명.
로마 가톨릭 신자가 많고, 역사적으로 오스트리아와 가깝기 때문에 남독일 특유의 문화를 가짐.

사람들의 성향: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고 지방색도 뚜렷하다. 바이에른 사람들은 자신을 ‘독일인’보다 ‘바이에른 사람’이라 여길 만큼 지역 정체성이 강하다. 외부인에게는 다소 쌀쌀맞게 느껴질 수 있지만, 친해지면 정이 많다.

언어 차이:
바이에른 방언(Bairisch)은 표준 독일어와 상당히 달라서, 다른 지역 독일인들도 이해하기 어려움.
예시) Guten Tag(안녕하세요) → Grüß Gott



한 번은 그 지역으로 출장을 간 적이 있는데, 택시를 타고 역으로 가는 길에 잠깐 기사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여행 왔어요?라고 물어보시기에 잠깐 출장 겸 여행 왔다고 하니 갑자기 호의적이셨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독일의 이민자 문제는 당시에도 큰 이슈 거리였기에 나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기사님은 그 동네 토박이 셨고, 본인의 고향이 자랑스럽다고 하셨다. 내가 살았던 NRW주에서는 아마 이렇게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것이다. 분명 나쁜 것은 아니지만 듣는 상대방의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 베를린(Berlin) – 독일스럽지 않으면서 가장 독일스러운 곳

주도: 베를린(독일의 수도)

문화적 특징:
과거 동서독 분단의 상징이었던 도시로, 현재는 다문화적이고 개방적인 분위기를 자랑한다. 예술, 클럽 문화, 스타트업 산업이 활발하며, 베를린 장벽 등 역사적 장소가 많아 정치·역사에 대한 관심도 높다.

사람들의 성향:
자유롭고 개인주의적이며 다양성을 존중하는 분위기다. 다만, 독일 내에서도 가장 무뚝뚝한 지역으로 꼽히기도 한다. 베를리너 특유의 무뚝뚝함이 있다.


언어 차이:
베를린 방언(Berlinerisch)이 존재하지만, 젊은 층은 표준 독일어를 많이 사용.
예시) Ich bin(나는 ~이다) → "Ick bin"



잠시 여행으로만 가서 사실 상점 직원 외에는 찐 Berliner를 만나보지 못했다. 사실 베를린에는 베를린토박이 보다 외부에서 유입된 인구가 더 많다. 그래서 딱히 불친절하다는 느낌은 개인적으로 받지 못했다. 좀 강한 독일어 억양 때문에 그렇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3. 작센(Sachsen) – 보수적이지만 예술이 발달한 지역

주도: 드레스덴(Dresden)

문화적 특징:
과거 동독 지역으로, 공업과 예술이 모두 발달한 곳이다. 드레스덴은 ‘엘베의 피렌체’라 불릴 만큼 아름다운 건축물과 미술관이 많고, 라이프치히는 바흐와 괴테가 활동했던 문화 중심지다.

사람들의 성향 :
정치적으로는 보수적이고 반이민 정서가 강한 편이다. 하지만 라이프치히 같은 도시는 젊고 진보적인 분위기를 갖고 있다.

언어 차이:

작센 방언(Sächsisch)은 독일 내에서 가장 ‘귀여운’ 방언으로 알려져 있다.

예시) Guten Tag → "Guddn Dach"



꼭 한번 가보고 싶은 도시다. 많은 독일인들이 추천하는 여행지 중에 한 곳이기도 하고 동독지역을 제대로 여행한 적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반이민 세력이 많아 여행 갈 때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예전에 같이 일했던 나이가 지긋하시고 콧수염을 한껏 기르신 직장 상사 중 한 분이 이쪽 지방 출신 이셨다. 독일통일의 역사적 순간을 직접 겪으신 그분은 매우 부지런하고 성실히 맡은 일을 수행하셨다. 일하는 시간에는 정말 딱 일만 하시는 분이었다. 그리고 한국어도 열심히 배우셨다. (결과와 상관없이..) 아마 독일 통일 전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동독시절을 기억하며 몸에 습관처럼 성실이 배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4.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 산업과 다문화의 중심

주도: 뒤셀도르프(Düsseldorf)

문화적 특징:
독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주이며, 루르 산업지대가 위치해 있다. 터키, 폴란드, 이탈리아 등 다양한 이민자가 많고, 쾰른은 독일 최대의 카니발로 유명하다.


사람들의 성향:
외국인에 대해 개방적이고, 전반적으로 친근한 성격을 지닌다. 루르 지역 사람들은 직설적이고 서민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언어 차이:
지역별 방언이 있지만, 대표적으로 라인란트 방언(Rheinisch)이 있다.
예시: Ich habe(나는 가지고 있다) → "Isch hab"



잠시 살았던 지역이라 추억이 많은 곳이다. 외국인에 대해서도 친근하게 인사해 주며 다문화에 대해 적대적이지 않다. 독일어를 잘 못했지만 그래도 내가 살도시는 운 좋게 잘 고른 것 같았다. 내가 일했던 독일 회사 직원들은 대부분 남부지방 사람들이 많았는데 쾰른에 살았다고 하자 다들 쾰른 사람들은 친절하고 살기 좋은 곳이라고 인정해 주었다. 그러면서 꼭 따라붙는 이상한 독일어, 또는 사투리가 너무 심하다는 말이 따라붙는다. 하지만 남부도 만만치 않은 사투리라서 누가 누구보고 그러는지 라는 생각을 하긴 했다.


5.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ürttemberg) – 공업과 교육의 중심


주도: 슈투트가르트(Stuttgart)

문화적 특징: 독일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로, 벤츠와 포르셰 본사가 위치해 있다. 하이델베르크처럼 교육 수준이 높은 대학도시도 있고, 바덴과 슈바벤 지역으로 나뉘며 문화적 차이도 존재한다.

사람들의 성향:
근면하고 검소하며 실용적인 사고를 지닌다. 특히 슈바벤 지역은 절약 정신이 강한 것으로 유명하며, 지역에 대한 자부심도 높다.

언어 차이:슈바벤 방언(Schwäbisch)은 독특한 억양과 단어 사용이 특징이다.
예시: "Das ist gut" → "Des isch guat"



친한 지인이 여기 출신인데 일단 매우 답답하다. 독일 사람들은 직설적인 것으로 유명하지만 이쪽 사람들은 절대 정확히 좋고 싫음을 표현하지 않는다. 정~말 좋은 최고의 표현이 "괜찮네.." 이 정도이다.. 그리고 유명한 세계적 기업이 많다 보니 전반적으로 부자동네지만 사람들이 놀라울 정도로 검소하다!




이처럼 독일의 다양한 지역 문화와 언어 차이는 지형의 영향도 크다고 생각한다. 비교적 평지가 많은 서쪽은 사람들 간의 교류가 활발했고, 그래서 외부인에게 좀 더 개방적인 경향이 있는 반면, 남부는 알프스 산맥에서 이어지는 지형 덕에 골짜기마다 서로 다른 특색이 형성되어 외부인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방언이 존재하지만, 나는 그냥 표준독일어(Hochdeutsch)를 구사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 오늘의 야기는 여기까지 -


바이에른(Bayern)
☞Guten Tag(안녕하세요) → "Grüß Gott" 또는 "Servus"

베를린(Berlin)
☞Ich bin(나는 ~이다) → "Ick bin"

작센(Sachsen)
☞Guten Tag (안녕하세요) → "Guddn Dach"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
☞"Ich habe"(나는... 있다) → "Isch hab"

바덴뷔르템베르크(Baden-Württemberg)
☞"Das ist gut" (좋다) → "Des isch gu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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