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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독이 #14 움직이는 놀이동산

우리의 인생 같은 관람차

by Linda


대학시절, 독일에 간지 두 달쯤 지났을 때였다.


초여름이 시작되는 6월에 학교를 마치고

대학교에서 만난 독일 친구들, 한국에서 함께 간 동기들

몇몇과 함께 마인츠의 구시가지 쪽으로 나들이를 나갔다.

축제가 있는 걸 알고 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모처럼 시끌벅적한 축제 분위기에 신이 났다.

그런데 나는 순간 내가 모르는 동네에 온 줄 알았다. 분명 텅 빈 광장이었는데 놀이기구가 설치되어있었다.

독일에서는 축제가 있는 곳마다 놀이기구를 이동해 가면서 설치를 한다는 것이었다.


움직이는 놀이동산이라니!


마치 영화에서 보던 서커스단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

설치해 놓은 놀이기구 수준이 그냥 놀이동산 수준이었다. 커다란 관람차, 범퍼카, 회전목마, 롤러코스터까지! 아니 이걸 언제다 설치했지? 라며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리저리 둘러봤다.

먹을거리, 구경거리, 즐길 것 다양했다.

조금은 조용하고 단순한 독일 도시 분위기에 반짝반짝 빛을 뿌려놓은 것 같았다.

이제 와서 찾아본 것이지만, 6월의 마인츠 행사가 꾀 여러 가지 있는데 그중에서 Johannisnacht 라고 요하네스 쿠텐베르크를 기리기 위해 매년 6월 말에 4일 간 열리는 축제에 내가 갔던 것이다.

역시 구텐베르크의 도시!

csm_Rheinfrühling_2025_c_Fabian_Brandl_Photography__41__534bacff42.jpg source: https://www.mainzer-johannisnacht.de/

까만 하늘아래에 돌아가는 관람차를 물끄러미 올려다보고 있다가 우리도 하나 타보기로 했다.

이름은 모르겠으나 길쭉한 막대 양쪽 끝에 사람들이 앉아 있고

아래위로 원을 그리면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했다.

사실 약간 무섭기 했지만 도전!

그동안 독일에서 쭈글이처럼 지냈던 답답함을 풀고자

무섭지도 않지만 그냥 냅다 소리를 질러버렸다.

계속 질렀다. 중간에 운전하시는 분이 뭐라 뭐라 하셨는데

'아 우리나라처럼 탬버린 운전기사님처럼 농담하시는 건가?' 싶었다.

어찌 됐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엄청 소리를 지르고 해맑은 표정으로 내렸다.

독일인 친구가 네가 앉은 쪽에서 비명소리가 많이 들렸는데 괜찮았어?라고 물었다.

나는 "응! 나 정말 괜찮았어! 그냥 일부러 더 소리 질렀는데?"라고 하자

독일친구가 운전기사님이 괜찮은지 확인했다고 했다.

정확히 어떻게 확인하려고 했는지는 기억 안 나지만,

내가 꽤 크게 소리를 질렀나 보다.

계~속...



아직도 신기한 움직이는 놀이동산!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상시 운영하는 놀이동산도 있긴 하다. 가장 유명한 곳이 Europa park!

이동식이 흔하다 보니 콘서트나 큰 행사를 뜬금없이 완전 시골 같은 작은 도시에서 열기도 한다.

물론 클래식 음악처럼 내부에서 진행되어야 하는 공연은 큰 도시의 콘서트 홀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록페스티벌 같은 경우, 나도 따라가서 정확이 어디인지 기억이 안 나지만

쾰른 근처 작은 도시의 넓은 잔디밭 같은 곳에 무대가 설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무대가 5~6개로 나눠져 있고 각자 듣고 싶은 무대 쪽으로 가서 듣다가 또 옆 무대에 가서 듣는 방식이었다. 이렇게 시골 동네에서 큰 행사를 하면 이 동네에도 활기가 생기고 지역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되었든, 독일에서 합법적으로 실컷 소리를 지를 수 있었던 나름 재미난 추억이다.


"Das Leben ist wie ein Riesenrad, manchmal bist du oben, manchmal bist du unten, aber es kommt darauf an, die Fahrt zu genießen"

인생은 마치 관람차를 타는 것과 같아. 어쩔 때는 위에 있다가도 어쩔 때는 아래로 내려가기도 하지. 중요한 건 그 과정을 즐기는 거야.

☞ das Leben: 인생
☞ das Riesenrad 관람차 (der Riese 거인+ das Rad 바퀴)
☞ oben 위의
☞ unten 아래의
☞ die Fahrt 운행, 여행, 드라이브
☞ genießen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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