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warten und Tee trinken
주말이 되어서야 집에서 여유롭게 차 한잔을 느긋하게 즐길 수 있다. 주중에 퇴근 후에도 마시긴 하지만 기분이 좀 다르다. 지난 5월에 한국에 들어온 독일 지인이 준 몇 가지 티 종류 중에서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다.
차를 마시며 문득 생각난 독일어 표현
Abwarten und Tee trinken
글자 그대로는 기다리면서 차 한잔 하라는 뜻이지만, 실제 의미는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침착하게 지켜보라는 의미로 쓰인다.
처음에 들었을 때, "음?.. 아~" 하면서 이야기의 흐름 상 어떤 의미인지 대략 이해를 했다.
아마 눈물의 비자 신청을 하고 난 후였을 것이다. 심사 기간까지 고려해서 좀 더 일찍 신청을 해야 하는데, 심사기간 중에 만료가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어떡하지? 를 반복하던 나에게 친구가 한 말이었다.
내가 본 독일 사람들은 조급한 듯 느긋하다. 계획을 미리 세웠기 때문에 그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 같으면 약간 조급해진다. 그리고 시간을 금으로 알기에, 정해진 약속, 일정시간이 다가오면 약간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그러다가도 휴가를 가거나, 주말에 '쉬는 시간'으로 정해놓은 때에는 매우 느긋하다.
또 하나 침착성. 내가 만난 독일 사람들은 대부분 참을성이 많고 침착했다. 더워도, 많이 걸어서 힘들어도, 음식이 생각보다 맛이 없어도 어른스럽게 감정표현을 최소화하고 침착하게 행동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해 항상 plan B가 있기 때문에 계획이 틀어졌을 때도 느긋한 게 아닌가 싶다.
어찌 됐든 Abwarten und Tee trinken 할 일이 종종 있었고, 그때마다 저 말을 되뇌며 초조해하지 않고 일어난 일에 대해 객관적으로 보기 위해 노력했다. 근데 정말로 어떤 결과를 기다릴 때 생각정리가 필요할 때, 뜨거운 차 한잔을 내려놓고, 차가 우러나길 기다리고 또 마시기 좋은 온도로 식기를 기다리면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여담으로, 독일만큼 다양한 종류의 티를 구매할 수 있는 곳도 많지 않다. 슈퍼나 dm, rossmann 같은 드럭스토어에 가면 녹차, 가향된 홍차, 허브차, 과일차 등등 특히 카페인이 없는 차 종류도 많다. 그리고 티백용량도 커서 엄청 진하게 우러난다. 뭘 해도 제대로 한다.. (사실 제대로 안 만들면 엄청난 컴플레인 레터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ㅎ) 암튼 독일 갈 때마다 카페인 없는 차를 종류별로 사 온다.
요즘은 침착히 기다려 볼 만한 마음 졸일 일은 없다. 이제는 시험을 보지도 않고, 면접을 보지도 않고, 그 어떤 결과도 마을 졸이며 기다리지 않는다. 그 당시를 생각해 보면 스트레스였지만, 어떻게 생각해 보면 좋은 결과가 나올 상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 일을 굳이 만들 필요는 없지만 가끔 삶이 무료해질 때 나를 긍정적인 스트레스 상황에 던져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Abwarten und Tee trinken"
[압바르텐 운트 테 트링켄]
직역: 기다리며, 차 한잔 하세요.
진짜의미: 침착하게 기다려보세요.
☞ abwarten:기다리다 (어떠한 미래의 특정 상황이나 반응에 대한 기다림)
*warten: 기다리다(일반적인 기다림, 특정 시간에 대한 기다림)
☞ und 그리고
☞ der Tee 차 (마시는 차)
☞ trinken 마시다
<차 종류>
der schwarzer Tee 홍차
der grüner Tee 녹차
der kräutertee 허브티
der Früchtetee 과일차
der Gewürztees 향신료차(시나몬, 생강 등이 들어간 차종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