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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독이#12 여행에 대한 생각 차이

그들의 여행 방식

by Linda

수년 전 독일친구와 그리스 여행을 했다.


나는 당시 그리스에서 열릴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해야 했고, 결혼식 참석 겸 그리스의 크레타 섬에서 휴가를 보내기로 했다.


독일과 가깝기도 하고 독일인들이 그리스 여행을 참 좋아하기 때문에 독일친구S에게 연락해 보았다. 친구S가 그리스로 오기로 했다. 그렇게 10일간의 여행 4일을 함께 여행했다.


모든 걸 계획하지 않기

계획하면 또 독일인! 내가 6개월도 전에 말해준 일정이기 때문에 충분하다고 할 수 있지만 보통 독일 사람들은 연간 휴가계획을 이미 전년도에 세운다. 하지만 독일 사람들의 계획 짜기는 내가 생각하는 계획과는 조금 달랐다. 큰 개괄적인 것을 잡아두고 세부일정은 다가오면 잡는다.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대해 본인의 기준대로 잘 분류한다. 세부일정은 어차피 바뀔 것을 알기에 대략 어떤 게 있는지 정도만 알아둔다. 내 독일 지인 중 몇몇은 계획보다 여행할 나라에 대해 책이나 웹서핑(위키)으로 이런저런 정보를 알아둔다. 하지만 언제 뭐 할지는 정하지 않는다.

당시 나는 여행계획을 시간대 별로 뭐 할지 정하는 스타일이었는데, 독일 친구는 숙소와 비행기표가 정해지자 출발 며칠 전까지도 별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그리고 맛집이 이들에게 중요치 않았다! 사실 나도 큰 비중을 두지는 않았지만 정말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래서 기대가 낮기 때문에 만족도도 높다ㅎ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누가 비건이고, 누가 뭘 좋아하고, 못 먹고에 더 신경을 쓴다.


따로 또 같이

당시의 나는 여유로운 여행보다는 액티비티를 즐기는 여행을 좋아했다. 그래서 크레타 섬에서 전기자전거를 타고 섬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투어를 찾아냈다. 반면 친구 S는 휴가는 무조건 릴랙스 하고 싶다는 위주여서 본인은 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친구는 늦잠을 자고 나는 반나절이 조금 넘는 투어를 신청해서 다녀왔다. 그러고 다녀와서 같이 만나서 저녁을 먹으며 하루동안 있었던 일을 공유하며 서로가 만족한 하루가 되었다. 한국사람들끼리 여행 갔다면 나도 그러지 않았을 것 같다.


남다른 시각

보통 관광지에 가면 그 관광지에 대한 설명을 한번 읽어보고 사진 찍고 끝날 텐데, 당시 같이 갔던 독일친구 S는 문화유적지가 잘 관리되고 있지 않는 점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어딜 가든 유적지 설명을 꼼꼼히 읽어 본다. 그리고 광장이나 카페에 앉아서 현지 사람들을 한참이고 관찰하고 그들의 행동양식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다른 여행에서도 그랬고 그 나라사람들이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싫어하는지를 기억해 뒀다가 여행 중에 유용하게 활용한다. 특히 언어가 통하지 않는 한국이나 아시아 나라를 여행할 때 자주 그랬다.

그리고 독일사람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새로운 나라에 가게 되면 일단 면적과 인구에 대해 꼭 알아본다. 그리고 지도에서 본인들의 위치를 머릿속에 인지한다. 그래서 정~말 많은 독일 사람들에게 질문받았던 게 한국인구, 서울인구, 나의 출신, 내 고향의 인구, 한국과 서울의 면적이다. 듣고는 대략 독일과 비교해 본다. 이게 뭔가 DNA에 저장된 본능에 따른 질문인 것 같다.



독일친구나 지인들과의 여러 번의 여행을 통해 나의 여행에 대한 컨셉이 많이 바뀌었다. 인증샷 찍듯 관광지를 둘러보기보다는 한 순간이라도 여유를 즐길 줄 알게 되었고, 시간단위로 계획하기보다는 약간은 느슨한 계획으로 유연한 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그리고 남들이 다 보고 가는 것을 꼭 보기 위해 일정을 바쁘게 만들지 않고 볼 수 있다면 보고 안된다면 아쉽지만 지금 그 순간을 더 즐기기 위해 노력한다.


마지막으로 혼돈의 그리스 결혼식 피로연장...


- 늘의 야기는 여기까지 -


"Man reist nicht, um anzukommen, sondern um zu reisen"
- Johann Wolfgang von Goethe -
[만 라스트 니히트, 움 안쭈콤멘, 존던 움 쭈 라이젠]
직역: 도착하기 위해 가는 것이 아닌, 여행하기 위해 여행하는 것이다.
의미: 그곳에 가는 것 자체보다는 여행의 과정이 모두 여행의 일부이다.

Man 사람
reist 여행하다 (reisen동사)
nicht 아닌
um 위해
anzukommen 도착하기 위해 ankommen + zu
sondern ~가 아닌
um ~위해
zu reisen 여행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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