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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독이#0 프롤로그_나에게 독일이란,

독일과 독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by Linda


독어독문학이요? 왜 독어독문학을 전공했어요?


한국 사람이든 독일 사람이든, 정말 많은 사람들이 내게 물었다.

“왜 하필 독어독문학을 전공했어요?”


왜였을까?


많은 대학생들이 그렇듯 단순히 성적에 맞춰 지원했다고 하기엔, 이 과는 경쟁률이 너무 낮았다.
공부에 큰 흥미가 없던 내가 유일하게 관심 있던 건 '영어'. 그 중에서도 그냥 소리 내어 따라 읽는 게 재미있었다.
그런 나에게 주어진 몇 안 되는 선택지 안에, 그래도 ‘언어’와 관련된 과가 있다는 사실이 그저 감사했다.

긴 휴학 끝에 교수님의 한 통의 전화로, 나는 독일로 가게 되었다.
영어도 독일어도 서툰 상태에서 무작정 떠난 독일에서의 한 학기는, 말 그대로 바람처럼 흘러갔다.
하지만 그렇게 돌아올 수는 없었다.
처음으로 집을 떠나 낯선 곳에서 살아보는 경험이 무척 흥미로웠고, 무엇보다 ‘독일어를 못해 겪은 서러움’을 이겨내고 언젠가는 멋지게 독일 사람들과 대화해보겠다는 다짐이 생겼다.
그렇게 어학원에 다니며 독일에서 1년을 더 지냈다.

그건 내 20대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소중한 경험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도 부족한 실력을 채우기 위해 독일어 자격시험, 통번역 일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며 독일어에 몰입했다.

그리고 결국, 우여곡절 끝에 한국에 있는 독일계 회사에 취직하게 되었다.
독일에서 지낼 때 책상 앞에 붙여 두었던 메모지 한 장.
“독일계 회사에 들어가기.”
막연하기만 했던 그 목표가 어느 순간 현실이 되어 있었다.
독일인들에게 “독일어 잘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괜히 으쓱해지기도 했다.
회사를 가는 게 즐거웠고, 일이 아무리 힘들어도 재미있었다.
(아마 나는 내적 관종일지도 모른다.)

독일인들과 함께 일하면서, 이번엔 직접 독일에 가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건 쉽지 않았다.
예전처럼 모든 걸 내려놓고 훌쩍 떠날 수 없는 상황에서, 많은 것들이 발목을 잡았다.

지금은 독일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을 하며 지내고 있다.
그래도 독일어가, 그리고 독일에서의 시간이 그리울 때면 독일 친구들에게 안부 인사를 보내거나 독일 팟캐스트를 듣고, 유튜브를 본다.

내가 독일어를 놓치고 싶지 않은 이유는
단순히 ‘언어’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니라,
내 인생을 다채롭게 만들어 준 고마운 존재이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호기심 많고 용감했던 그 시절의 내가 그리워서다.

그래서, 내 기억이 더 흐려지기 전에 독일에 대한 소중한 기억들을 기록해보려고 한다.
비록 좁은 경험에서 비롯된 주관적인 이야기지만,
독일이 멀게만 느껴지는 누군가에게 작은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혹은 이미 관심 있는 사람과 따뜻한 공감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 늘의 야기는 여기까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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