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못 하면서
아프기 금지
아파도 아프다고
말 못 할 거면
아프기 금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말도 못 할 거면서
아프기 금지
쏨이는 6개월 무렵 한 번 많이 아팠어요. 열이 나고 끙끙거리면서 밥은 전혀 먹지 않았어요. 병원에서는 허피스(고양이 감기) 같다고 하는데 100%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고 하더군요. 약을 먹이며 지켜보자고 했어요.
고양이들은 영양분을 저장해 두는 게 아니라 먹은 걸 바로 소화해서 내보내기 때문에 만 하루만 안 먹어도 위험하다고 들은 적이 있어요. 그래서 쏨이가 안 먹는 게 걱정되어 츄르에 사료를 몇 알 섞여서 하루 두세 번씩 먹였어요. 다행히 츄르는 받아먹어 줘서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축 늘어져서 하루종일 먹지도 않고 누워있는 모습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몰라요. 약을 먹으면 열이 내려갔다가도 금세 다시 열이 올라서 계속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어요. 이러다 큰 일이라도 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며칠 후 한쪽 다리를 절뚝이며 걷는 거예요! 무슨 일인가 놀라서 병원에 갔더니 '칼리시'라는 병일 수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다리를 영구적으로 절게 될 수도 있는 무서운 병이 있대요. 하지만 몸에 힘이 없는 상태로 움직이다 일시적으로 삐끗해서 절뚝이는 것일 수 있으니 이것도 일단 지켜보자고 하더군요.
다행히 며칠 후 열도 내리고 다리도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지켜보면서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쏨이가 좀 알아줘야 할 텐데 말이죠.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말을 하질 못하니 병원에서도 여러 병의 가능성을 이야기하면서 일단 지켜봐야 한다고 이야기합니다. 해열제가 든 허피스 약을 먹이며 상태가 호전되는지를 살펴보고, 혹시 다른 증상이 생기거나 악화되면 여러 검사를 해야 하는데 비용이 많이 드니 당장 검사를 할 필요는 없고 일단 지켜봐야 한다는 겁니다.
어디가 왜 아픈지 말해줄 수 있다는 건 정말 소중한 점이에요. 다리를 부딪혀서 잠시 아픈 거라고 말해줬다면 '칼리시'라는 무서운 병에 걸렸을까 봐 엄청 조마조마하지 않아도 됐잖아요.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표현을 못하는 게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부족한 초보 집사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습니다. 말을 못 하면 아프기를 금지했으면 좋겠다고 그때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