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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백조 May 24. 2024

냥하! 난 뭉치라고 해.

새로운 가족, 둘째 입양기

'쏨'이와 함께한 지 어느덧 3개월 차, 안엔 하나 고양이 용품들이 들어찼어요.

캣 타워가 하나, 스트레쳐가 둘, 냥이 쿠션 셋, 장난감은 벌써 두 자릿수를 향해 갑니다. 


주둥이 털 빠짐을 극복하고 앙증맞은 주댕이를 자랑하며 쥐돌이 잡기에 한참인 호기심 많은 아가냥입니다. 


사냥놀이 중인 아기고양이 '쏨'
마법 주문 거는 고양이

때론 마법 동화에 빠져 "윙가르디움 레비오사!"를 외치기도 합니다. 


그렇게 무릎냥 쏨이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남편이 고양이도 혼자 있으면 외로우니 한 마리를 더 들이는 게 어떻겠냐고 넌지시 운을 띄웁니다.


"고양이는 혼자 지내는 걸 좋아해. 둘이 되면 오히려 스트레스받아."

라며 고양이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다고 핀잔을 주며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왜 자꾸 그 주유소를 가게 되는 걸까요?

남편이 의도한 방향이었을까요?

펫샵이 붙어 있는 그 주유소는 동네에 있는 주유소이기도 하지만 집에서 가장 가까운 주유소는 아닌데 말입니다. 


어느 주말, 동네에서 산책하고 드라이브하다 우연히 그 주유소를 다시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온 김에 구경이나 한 번 하고 가자."

라는 남편의 가벼운 꼬드김에 

"한 마리만 잘 키울 거야. 둘째는 절대 안 돼."

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그 펫샵에 다시 발을 들였습니다.


주유소 부지 2층 짜리 건물 1층에 자리한 펫샵은 들어가면 강아지들이 있는 유리 케이지가 먼저 있고 그 안쪽으로 고양이들이 있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느껴지는 냄새는 늘 좋지 않았습니다. 깨끗하게 관리되고는 있었지만 냄새가 쾌적하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었어요. 

쏨이를 입양할 당시는 2층이 펫샵의 창고 정도로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2층에 다른 곳에서 운영하던 동물병원이 이전해 온다고 푯말이 붙어있었어요. 펫샵과 연계해서 이 펫샵에서 분양받은 동물들은 2층 병원에서 예방접종과 진료 모두 할인 혜택을 주겠다고 합니다. 

그만큼 이 펫샵이 운영이 잘 된다는 뜻이죠. 예전 방문했을 때도 손님이 꽤 있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사람들이 좀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외부활동이 제한되니 반려동물의 입양이 한창 늘어나던 시기였죠.


남편과 저는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들어가 고양이 케이지를 둘러보았습니다. 당연히 입양 생각은 전혀 없는 상태였죠. 그런데 맨 끝에 케이지에서 불안하게 왔다 갔다 하며 "아옹 아옹"울어대는 작은 고양이가 눈에 확 들어오지 뭐예요? 


"아고 진짜 작다. 엄마랑 떨어진 지 얼마 안 되어서 불안한가 보다. 어쩜 좋아, 안쓰럽다."

 

울고 있는 고양이를 보고 있자 자신이 사장이라고 했던 남성이 다가와 어제 들어와서 그런다고 하더군요.

쏨이는 입양할 때 기운 없이 가만히 앉아 있어서 안쓰러운 마음이 일었는데 이 작은 고양이는 태어난 지 두 달이 갓 넘어 엄마 고양이와의 이별이 힘들었나 봐요. 

동그란 눈에 불안함이 담겨 있었어요. 다른 고양이들은 대체로 조용히 가만히 있는데 혼자 울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 바퀴 돌아보고 난 후 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중이었어요.


"고양이도 우리가 나가면 혼자 있을 때 쓸쓸할지도 몰라. 쏨이가 장시간 혼자 있게 된다고 생각해 봐. 아무래도 한 마리 더 같이 있으면 서로 놀기도 하고 의지가 되지."


남편은 여전히 고양이를 한 마리 더 입양하자는 입장이었어요. 하지만 그동안 본 '동물농장'을 비롯해서 고양이 관련 프로그램에서 고양이 합사가 얼마나 어려운지 봐왔던 저로서는 '합사' 자체가 자신이 없었어요. 


"아냐. 고양이는 혼자서도 잘만 있어. 그런데 만약 한 마리 더 키운다면 아까 본 그 아기고양이가 좋을 거 같아."


한 마리만 키우겠다고 계속 주장하다가 왜 그런 말이 나왔을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 왔다 갔다 하며 불안하게 애옹거리던 고양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어요.

기회를 포착한 남편은 '그럼 다시 가 볼까?' 하며 바로 차를 돌렸어요. 


'아... 합사 시킬 줄 모르는데???'


강한 자석에 이끌려 딸려 가듯 저는 다시 펫샵 안에 있었어요.


사장님이 와서 설명해 주길 너무 새끼라 현재 묽은 변을 본다고 합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설사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설사까지는 아니고 변이 좀 묽은 정도라고 말해주며 이 아이는 페르시안이 섞인 장모종이라 엉덩이 부분 털을 주기적으로 항상 밀어줘야 한다고 해요.


"네? 엉덩이 털을 안 밀면 변이 묻어요??"


털을 밀어주지 않으면 변이 묻으니 항상 털 길이를 보면서 관리를 해줘야 한답니다. 고양이에 대해 관심이 늘 많았고 나름 육묘 공부를 좀 했다고 생각했는데 장모종의 특징은 전혀 몰랐어요. 

대체 야생에서는 그럼 어떻게 사는 걸까요? 변풀숲이나 나무에 비벼 닦나 하고 생각해 봤지만 고양이는 대소변을 땅에 묻어 흔적을 지우는 특성이 있어서 그건 아닐 것 같은데 말이죠. 


고양이 발톱깎이는 것도 낯설고 어려운데 늘 털을 밀어주며 관리해야 한다는 건 생각지 못한 난관이라 여겨졌어요. '물론 지금은 엉덩이 털 밀어주는 건 일도 아닙니다.'라고 말하려 했는데 다시 잘 생각해 보니 일은 일입니다. 조금 방심하고 밀어줄 시기를 놓치면 털에 변이 묻어버리곤 해요. 분명 별로 길지 않아 아직 안 밀어줘도 되겠다 하고 잊어버리고 있다 보면 어느 순간 "큰 일 났어!!"라고 외치는 남편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바닥이나 의자에 변이 묻어 있는 건 말할 것도 없죠. 털에 묻은 변은 물로도 잘 닦이지가 않습니다. 변과 털의 덩어리 진 부분을 통째로 밀어주는 것이 가장 깔끔해요. 

아기 고양이 '뭉치'와의 첫 만남
맑은 눈망울이 너무 예쁜 '뭉치'

장모종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부담이 물 적신 솜처럼 제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어요. 하지만 이 아기고양이의 눈망울에 마음을 홀딱 빼앗겨버린 저는 솜처럼 무거워진 마음에도 이 아이와의 인연을 만들고야 말았습니다. 


다리가 짧은 먼치킨에 페르시안 혼종이라 '먼치킨 나폴레옹'이라고 불린다 합니다. 고양이종에 관한 지식도 얕았던 저는 처음 듣는 종의 고양이를 즉흥적으로 가족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선택의 순간은 번개처럼 짧고 강렬하게 왔지만 앞으로 우리의 삶은 영원히 함께하자고 다짐했어요. 


2개월 차 아기 고양이 '뭉치'

이번에도 역시나 입양을 생각하고 오지 않았기 때문에 이동형 케이지를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소중하게 감싸 안아 집으로 향했어요.

먼치킨은 온순하고 합사 시키기 어렵지 않다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펫샵 사장님의 말을 믿고 싶은데로 믿은 채로 말이죠.

냥하! 아기고양이와의 첫 만남

"냥하!"

앞 발을 들고 마치 '안녕'이라고 인사하는 것 같죠?


작고 작은 솜뭉치 같아서 이름을 '뭉치'라고 지었답니다. 쏨이와 합치면 '쏨뭉치'가 되어요~


아직도 쏨이와 뭉치의 이름 저작권을 두고 남편과 서로 지었다고 다툼 중입니다.


"그래 그냥 애기가 지은 걸로 쳐."

라는 마지못해 져준다는 식의 남편의 말을 받아 작명은 제가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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