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늘도 백조 May 18. 2024

고양이 입양기, <묘연 그 설레는 시작>

쏨이와의 첫 만남

'저장'

'저장'

'저장'


온라인 상 귀여운 고양이 사진들을 볼 때마다 저장하기를 누르고 저장이 막혀있으면 캡쳐해서 고양이 사진을 모았습니다. 너무 예뻐서 그냥 저장이 하고 싶었어요. 


취미로 시작한 그림으로 그려볼 생각도 물론 있었지요.

핀터레스트와 온라인 짤에서 유명한 고양이들을 몇 번 수채화로 그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를 내가 잘 돌볼 수 있을까, 한 번도 반려 동물을 키워보지 않았는데...

고양이 털이 그렇게 많이 빠진다는데...


이웃에 사는 고양이를 키우는 분 말씀으로는 세탁 후에 속옷에도 고양이 털이 다 붙어있다며 그걸 감안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세탁 후에 속옷에 붙어있는 털이라... 그게 꽤 강한 이미지로 각인되었습니다. 

온갖 곳에 털이 다 있다는 말이니까요.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고 하면서요.


그리고 '길냥이'들에 관한 뉴스와 '개공장'에 대한 문제를 접하면서 동물을 사고 파는 행위의 문제점을 생각하게 되었고 되도록이면 유기 동물을 입양해서 키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생각과는 다르게 묘연은 우연히 닿았습니다. 아니 어쩌면 우연이 아니였을 겁니다. 필연이었을 거예요.


종종 다니는 동네의 주유소가 있는데 그 주유소에 바로 펫샵이 있습니다. 주유소에 왠 펫샵? 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주유소 부지 내에 있는 건물 1층에 펫샵이 있고 2층엔 동물 병원까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건물 뒤로 자동 세차장이 붙어있습니다. 주유소로 들어와 세차장을 통과해 나오면 펫샵을 한 바퀴 도는 형태입니다. 


어쨋든 '돈 주고 사는 동물은 NO'를 외치고 있었지만 주유소를 들른 김에 그냥 구경이나 한 번 해보자는 남편의 말에 못이긴듯 펫샵을 들어갔습니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마음은 늘 있었지만 항상 한 생명의 일생을 내가 책임질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서서 선뜻 입양 결정이 어려웠어요. 그러던 터에 펫샵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고... 다양한 아기고양이들이 유리 케이지 안에서 옹알옹알 있는 것을 보았지요.


털이 길고 윤기나는 사자갈기같은 강렬한 인상의 금빛묘를 보고 남편은 마음이 갔던 것 같아요. 그 고양이의 품종은 기억나지 않지만 온라인상에서 보지 못했던 종 같았어요. 금빛 갈기 같은 털이 윤기가 도는 고급스러운 고양이 였는데 건강하고 아주 활발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좀 푸석한 털에 조용히 웅크리고 있는 오드아이를 가진 흰 고양이가 괜히 마음이 갔어요. 케이지에 고양이들의 생일이 적혀 있는데 대부분 태어난 지 2개월이 되면 샵으로 오더군요. 태어난 지 3개월이 된 이 아이는 케이지 안에서 무려 1달을 살았다는 이야기잖아요. 화장실 모래도 배부분 2/3만 채워져 있고 좁은 케이지에서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게 너무 안쓰러웠어요.


물론 펫샵에서 동물을 사는 사람들이 없어져야 펫샵이 없어지겠지만 이미 태어난 생명을 원칙을 따지며 외면하기는 힘들어라고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펫샵 직원이 제 마음을 눈치챘는지 그 하얀 아이를 갑자기 꺼내어 덥썩 저에게 안겨주는게 아니겠어요?! 


고양이를 제대로 안아본적이 없던 제게 첫 고양이와의 포옹이었습니다!!!


거의 한손에 들어갈 만큼 작아서 품에 안았다고 하기보단 품에 대었다고 해야할 만큼 여리여리 연약하고 작디작은 생명체였어요. 


고양이를 안아들고 이걸 어찌해야하나 어리버리하고 있던 제게 직원은 입양을 권유하는 여러 말들을 쏟아냈습니다. 그러면서 말하길


"근데 흰고양이에 오드아이면 95%이상 난청인 건 아시죠?"


"????"


이게 무슨 소리인지... 정말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은 난생 처음 듣는 말이었습니다. 


"처음 듣는데요?"


"아 그러세요. 유전적으로 흰고양이들은 난청이 많은데 오드아이면 거의 난청이라고 봐야해요."


제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있자


"근데 고양이가 난청이면 오히려 키우는 게 편할 수도 있어요. 소리를 못 들어서 소리에 예민하지 않으니까 키우시기는 편하실 거예요."


이게 말인지 방구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고양이가 난청이 되는지는 몰라도 난청이 있는 고양이들은 소리를 못 들으니 더 예민해서 뒤에서 나타나면 엄청 놀라고 밥 먹을 때도 벽을 등지고 앞을 보면서 밥을 먹는다는 글을 본 적이 있거든요.


남편이랑 제가 반려동물을 한 번도 키워본 적이 없다는 얘기를 처음에 했었는데 그걸 아는 직원이 어떻게든 고양이를 팔려고만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원래 **만원인데 **만원으로 해드릴게요~"

라면서 요구하지도 않았는데 가격 인하를 먼저 제시하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귀여우면서 안쓰럽기도 한 아이를 이미 품에 안았는데 어떻게 내려놓고 그냥 올 수가 있겠어요?


남편이 금빛털의 고양이가 낫지 않겠냐고 말했지만 저는 한 번 안은 이 아이가 애착이 갔어요. 제가 호감을 보이는 듯 하자 바로 꺼내서 덥썩 안겨준 직원의 혜안이 대단하다고 해야 할까요? 결정권이 저에게 있다는 것을 진작 눈치챈 듯 보였습니다. 


그렇게 저와 남편은 하얀 오드아이 고양이를 입양하게 되었습니다. 


입양하겠다고 결정한 후에 들은 이야기는 '이 아이가 귀에 진드기가 있었는데 치료는 다했고 귀에 귀지가 좀 많이 생길 수 있으니 청소하는 법을 알려주겠다'였습니다. 


음... 

.

.

.


'이 엄마가 잘 보살펴줄게!!!'



입양하는 날 차타고 집에가고 있어요~

고양이를 들일 생각도 안하고 그냥 한 번 구경이나 하자는 마음으로 들렀다가 입양을 하게 된거라 이동케이지를 준비하지 못했어요. 일단 이 아이가 먹던 사료를 좀 챙겨주셔서 그것만 받아서 집에 가는 중입니다. 


'케이지 탈출!'


아기 고양이와 첫 만남

3개월 된 고양이 치고는 좀 작은 것 같죠?

다른 케이지에 있는 아이들에 비해서 좀 작은 느낌을 받았어요.


머리 위에 검은 털이 두 개의 점처럼 나 있는거 보이세요?

배내털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신기하게 나중에 없어집니다!

지금은 없어져서 아쉬워요. 아가아가한 털인데 말이죠.

집에 온 첫날

급히 다이소에서 사온 냥이 방석과 물고기 인형 한 마리.

사료 그릇은 소스 반반 그릇.

입양 첫날 아기고양이


처음 온 집을 탐색하는 아기 고양이.

하얀 솜뭉치처럼 생겨서 이름은 "쏨"

'솜'이 아니고 '쏨'입니다!


왜냐고요?

쏨이 더 귀엽잖아요!


이전 01화 날마다 귀여워지는 존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