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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백조 May 22. 2024

주둥이에 털 좀 없으면 어때~

육묘일기

한 생명에 대한 '책임감'이라는 단어에 짓눌려 '망설임' 속을 부유하던 제게 "까짓 거 키워 보자."라는 남편의 말이 제게 '결단'을 할 용기를 주었어요.


 "구경 한 번"이 아니었다면 '실천력' 부족인 저는 남의 고양이 사진만 주야장천 보고 있었을 거예요. 


20년 11월 7일 "쏨"이가 똥꼬 발랄하게 첫 발을 우리 집에 디뎠습니다. 드디어 그동안 상상만 하며 육묘의 길에 들어서게 된 것이죠.


조그마한 하얀 덩어리가 움직이는 게 어쩜 이리 예쁠까요?

20년 11월 7일 입양 첫날


그런데 혹시라도 펫샵에서 안 좋은 균이 묻어왔을까 하는 마음에 '샤워'를 시켜야 한다는 마음이 조급하게 일었어요. 지금이라면 고양이에게 샤워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고 털을 잘 말려주지 못할 바에야 자주 안 시키는 게 좋다고 생각하지만 당시엔 한 달에 1번은 무조건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게다가 쏨이는 귀 진드기를 알았던 적이 있다고 하니 더 위생에 신경 써줘야 할 것 같았죠.


목욕용품도 없고 첫날이라 낯설 텐데 스트레스를 받을까 싶어 냥이용 샤워젤을 구비하고 이틀 후에 목욕을 시켜줬습니다. 


첫 냥빨 "저한테 왜 이래요?"

뽀송뽀송 우리 쏨이

놀라서 튀어나올 것 같은 눈망울


"저한테 왜 이러세요?"

하고 따져 묻는 것 같네요.


그런데 울 아가에게 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걸까요?

주댕이에 털이 빠져요...


20년 11월 24일 냥주댕

제 무릎 위에 앉은 쏨입니다.

이때는 무려 "무릎냥"이었어요!!!

냥집사들 사이에선 무릎에 올라와 앉는 냥이를 '무릎냥'이라 표현해요. 


귀여운 냥젤리에 밟히는 것도 너무 행복하고 다리에 쥐가 나더라도 냥이를 위해 무릎을 가만히 내어주는 것이 냐옹이를 위한 마음이죠. 

제 위에 올라타주고 무릎에 올라와서 잠도 자주는 '다정다감 아가냥'이었는데 현재는 '까칠쏨'이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냥춘기'가 정말 있는 것 같아요.


여하튼 귀여운 냥주댕이에 털이 옅어지더니 분홍분홍한 피부가 드러났어요. 피부병일까 싶어 열심히 인터넷을 검색해 봐도 딱히 어떤 병이라고 하긴 어렵고 입 주변이라 약을 발라주기도 어려웠어요. 영양부족이어도 부분 털 빠짐이 있고 스트레스나 알레르기일 수도 있었어요. 곰팡이성 피부염이라고 하기엔 딱히 피부에 다른 이상은 보이지 않아 조금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 후 예방 접종을 위해 동물병원을 찾았을 때 의사 선생님이 별다른 얘기는 없으셨어요. 별거 아니라는 듯한 반응이셨습니다. (동물병원 이야기도 하려면 밤을 새야 할 정도로 마음에 꼭 맞는 병원 찾기는 사막에 바늘 찾기 같더라고요.) 


첫 육묘를 하다 보니 어려운 것은 '사료 선택'이었어요.


처음 펫샵과 병원에서 추천해 준 사료는 '로얄캐닌'이었는데 저는 이게 꽤 고급사료라고 생각했어요. 사료에 대한 지식이 전무해 로얄캐닌이 외국사료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이 들었거든요. 그런데 고양이카페에서 정보를 얻고 사료 성분을 보게 되니 로얄캐닌은 그저 보급품 정도에 해당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좀 더 좋은 사료로 바꿔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카페에서 사료 추천글을 찾아보고 직접 검색해 보는 등의 과정의 거치면서 '금사료'라 불리는 것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죠. 사료가 몇 킬로 안 되는데 십만 원이 훌쩍 넘더군요. 

금사료는 너무 부담스럽고 성분 좋은 가성비 사료라 생각되는 걸 찾아 주문했습니다. (당시 '오리젠'과 '생식본능'-오리젠 오리지널의 성분이 현재 바뀌었고 가디언8은 구하기가 힘들어 현재는 '생본 얼티밋 프로틴 치킨'을 먹이고 있어요.)


다행히 털이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했는데 눈곱이 조금 많이 끼더라고요. 

20년 12월 4일 아기'쏨' 4개월 되기 조금 전


육묘를 해보며 알게 된 또 다른 점은 6개월이 되기 전에는 털이 거의 안 빠진 다는 점이에요.

고양이 털이 없는 곳이 없다는 이야기에 감당할 수 있을까 걱정이었는데 아기고양이는 털 빠짐이 거의 없었어요. 


'아! 쏨이는 예외로 주댕이 털이 빠졌지만..... 사방팔방 날리는 털갈이 같은 게 없습니다!'


20년 12월 20일 묘생샷 '빛과 함께'

이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 중 하나예요.


영롱하고 따스하고 보드라우면서도 귀엽고 사랑스럽죠~




(고양이 시)

그저 빛


살짝만 보아도 귀엽다

잠시 스쳐보아도 귀엽다

네가 그렇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 '나태주'의 시를 응용하여지었습니다. 

나태주 시인처럼 어렵고 복잡하지 않은 언어로 감동을 주는 시를 쓰는 따듯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늘 생각합니다.


20년 12월 27일  늠름해진 쏨

주댕이 털이 많이 회복되었죠?

늠름한 앞다리로 지탱하고 서 있는 폼이 마치 '정글의 제왕'같아요. 


우리 집의 제왕 '쏨'이 이대로 제왕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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