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수련일지) 시바신

by 릴라 도요

작년, 요가 TTC를 10년 만에 다시 했다. 첫 시간에 인도철학과 인도의 신들에 대해 재미나게 듣고, 시바신 상상에 빠져 집에 와 후루룩 그렸다. 이게 아닌가 싶어 다시 그리고 또다시 그려도 동아시아인 모습의 시바신만 그려진다. 은연중에 다 자기 모습처럼 그린다더니 나도 그런 건가? 신기하다.


시바는 브라흐마, 비슈누와 더불어 인도 3주신 중 하나. 파괴의 신으로 무너짐과 소멸을 관장하며, 새로운 시작을 만드는 역할로 상징된다. 시바신이 푸른 것은 세상의 독을 다 마셔버렸기 때문이란다. 그만큼 인도인들에게는 강력한 힘과 자비를 동시에 가졌다고 신앙되는 신이다. 별칭은 마헤슈바라(위대한 주인), 하라(파괴자), 마하칼라(위대한 시간, 암흑), 닐라칸타(푸른 목을 가진 자, 청경관음) 등이 있고 삼지창, 뱀(나가), 초승달, 강가 여신과 루드릭샤 장신구를 지니고 다닌다고 한다. 별칭도 참 많고 들고 다니는 것도 참 많다.


인격화된 시바신의 모습은 시퍼렇고 좀 이상하지만

그래서 처음 보았을 땐 무섭기도 하고 거부감이 들었지만 알면 알수록 나는 시바에 매력을 느낀다.


파멸에만 방점을 두면 무서운 신 같지만 우주 원리의 한 요소나 정신 작용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면 모든 시작에는 반드시 허묾이 있으니, 파괴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두근거림'이 되시겠다.


주역 혁(革)괘가 떠오른다. 대대적인 혁신을 시행하기 전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다음 단계로 비약하기 위해서는 알의 껍질을 깨고 나와야 한다. 기존의 패턴을 계속해서 그대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갑자기 다르게 살 수 없으니 준비하는 과정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시바는 무섭지 않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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