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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a Kim Feb 06. 2020

잦은 여행은 이민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여행이 달콤한 연애라면 이민은 결혼과 같은 현실이다.  


산사람은 산을 타야만 한다고 하듯 여행도 중독성이 있다.

여행 준비과정에서 곧 저 사진 속의 세계로 간다는 설렘

여행지에 도착했을 때의 낯선 곳의 새로움과 즐거움들

예전에 맛본 적 없는 색다른 음식의 맛, 알아들을 순 없지만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외국어

길을 물어봐도 친절하게 알려주는 현지인들 여행 중 만나게 된 새로운 사람들

여행지에서 만난 새로운 자아 혼자 떠난 여행에서 외로움 조차 달콤하게 느껴졌던 시간들


위와 같은 여행의 즐거움을 한번 알기 시작하게 되면 여행에 중독현상 같은 게 일어나 기회가 되는대로 여행을 정기적으로 가고 싶어 지게 된다. 심지어 여행을 너무 가고 싶은데 못 갈 때는 인천공항 카페에 가서 차라도 한잔 하고 와야 한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이런 상태를 영어로 Ichy feet이라고 부리기도 한다. 발이 근질거린다는 말인데 여행이다 다른 곳들을 가고 싶어 안달이 났다는 표현이다.


프랑스 알프스에서 바라본 풍경


내가 첫 캐나다 배낭여행 후 여행의 눈을 뜨기 시작할 때쯤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이민자 분과 이야기를 나누다 캐나다 여행이 매우 인상 깊었고 앞으로 여행을 자주 해볼 계획이다라고 했더니 그분은 이런 이야기를 해 주셨다.

잦은 여행은 이민의 시작이란 말을 있어요.
자주 나와서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외국에 나와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민으로 이어지게 되죠.


그땐 그냥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을 했을 뿐 정말 잦은 여행이 해외 이민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건 좀 멀고 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분의 말처럼 신기하게도 여행을 하면 할수록 다른 문화를 더 많이 알면 알수록 한 번쯤 이곳에서 여행이 아닌 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요즘 트렌드이기도 한 외국도시에서 한 달 살기 같은 것도 아마 작은 여행의 경험들이 불씨가 되어 한 달쯤 이곳에서 살아보기를 경험해 보고 싶다는 트렌드를 불러온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코펜하겐 여행 중 카페에서


여행과 짧은 시간 동안 어느 곳에 머무르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그곳에서 지내고 떠나야 할 시간이 짤막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같은 것도 더 아련하게 느껴지고 모든 순간순간이 소중하고 더욱더 즐겁게 느껴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일상 속의 해야 할 일들, 복잡한 인간관계, 머리를 아프게 하는 골칫거리들이 다 떨어져 나간 상태에서 자유롭게 새로운 곳에서 멋있는 것을 보고 맛있는 걸 먹고 하는데 어찌 여행의 시간들이 달콤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영국 텐비 여행 중에 길을 걷다가


내가 외국에서 생활을 하게 될 줄 몰랐다.
 우연히 이곳에서 살게 되었다.


사실 위의 문장은 해외에서 살고 계신 분들의 글을 읽다 보면 꽤 자주 나오는 문장이다. 나 역시도 유럽에서 계속 생활을 하게 될지는 몰랐던 사람 중 하나였고. 생각보다 많은 해외에서 생활하게 되신 분들의 외국생활의 시작의 계기에 " 우연히"라는 좀 닮은 구석이 있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유럽에서 생활하다 만난 한국분들 중엔 여행을 사랑하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정신이 가득한 비슷한 성향의 사람들을 자주 만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린 이곳에 이렇게 왔나 보다.


영국 빈티지 마켓 쇼핑 중


여행은 그대에게 적어도 세 가지의 유익함을 가져다줄 것이다. 하나는 타양에 대한 지식이고 다른 하나는 고향에 대한 애착이고 마지막은 그대 자신에 대한 발견이다.  - 브하그완-


언젠가 첫 파리 여행 때 에펠탑을 보고 큰 감동을 느꼈던 적이 있다. 항상 사진과 영상으로만 보던 에펠탑이 내 눈앞에 있다는 것이 꿈만 같았고 이 여행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저축했던 시간들을 보상을 받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지금은 런던에 살기 때문에 파리에 자주 가는 편이어서 인지 사실 파리에 가면 언제부턴가 익숙함 마저 들기 시작한다. 그래서일까 제일 처음 파리의 에펠탑을 보았을 때의 그 감동과 느낌이 그립기도 하다. 더 이상 파리의 여행이 여행처럼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 온다는 건 꼭 여행도 꼭 사랑과 같은 것 같다. 처음 막 사랑을 시작했을 때의 설렘과 서로를 알아가는 재미 그리고 그런 시간들이 더해지다 보면 어느 순간 안정된 익숙함을 느끼는 시기가 오지만 대신 처음 막 연애를 시작했을 때의 그 설렘은 더 이상은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이민은 어찌 보면 결혼과도 비슷하다.

여행이 달콤한 연애 같은 시간이었다고 한다면
 이민은 결혼과 같은 현실이다.


영국 노팅힐의 서점에서


달콤한 여행의 시간 등을 통해 어떠한 한 도시를 사랑하게 되고 그곳에 살게 된다 한들 다시 현실의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빠쁘게 일을 하게 되기도 하고 이곳에서의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똑같이 골치 아픈 상사 동료들을 만날 수도 있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다 보면 인간관계에 대해 고심을 하게 되는 때가 오기도 한다.


아무리 오래 생활을 한다한들 없어지지 않는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느낌 그리고 먼 곳에 두고 온 가족과 오랜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들. 여행 때 느꼈던 유토피아 같았던 아름다운 이곳이 장소만 바뀌었지 현실의 삶 속 희로애락을 다시 보여주고 알려준다. 그래도 뭐 어차피 우리의 결정에 대한 몫이 아니겠는가 결혼도 이민도 우리의 선택이었고 그에 대한 결과도 우리의 것이다. 해피앤딩일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것 삶의 모든 결정들이 다 그렇듯 말이다.


프랑스 여행 중


이제 누군가 여행을 매우 좋아한다라고 말을 하면 예전 그 이민자 분께 내가 들었던 그 말처럼 잦은 여행은 이민의 시작일 수도 있어요라고 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제 막 여행을 좋아하게 된 여행자들이 있다면 아마 예전에 나처럼 이 말이 너무 멀고 먼 이야기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먼 훗날 지금의 많은 여행 후 해외 어느 곳에서 정착을 하게 된다면 지금의 이 이야기를 다시금 떠올리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처음 여행하는 나라에 가게된다면 그 첫 여행의 설렘도 글과 사진 등으로 잘 간직하시길 바란다.


되돌릴 수 없는 첫사랑의 추억처럼 참 소중하고 아름다운 느낌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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