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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a Kim Feb 11. 2020

해외에서 느끼는 기생충 수상의 기쁨이란

왜 코끝이 찡해지는 거지  

Parasite!!


아카데미 시상식장의 마법의 구호처럼 " Parasite"가 수상작으로 불릴 때마다 시상식장은 놀라움과 환호가 뒤섞였다. 한국영화 기생충이 올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 권위인 작품상을 필두로 감독상과 각본상 국제 영화상까지 4관왕을 차지했다. 아카데미에서 이레적으로 비영어권 영화가 그 고지식하기로 유명한 아카데미에서 최고의 상 4개를 휩쓸게 되다니. 이 비현실적인 사실은 모두에게 감동적이겠지만 특히 외국생활을 하는 한국인들에겐 만감을 교차하게 한다.


출처 BBC


2005년도쯤 캐나다에 갔을 때의 일이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신기해하며 우연히 만난 캐나다인이 한국에 대해 질문을 시작했다. 북한과 남한에 대한 질문 등등을 재미있게 대답을 해주고 있다가 난 곧 실망을 하고 만다. 그건 "한국에도 맥도널드 있어? 한국에도 버스가 다녀?" 등 한국을 오지로 보는듯한 좀 충격적인 질문들 때문이었다. 난  "네가 쓰는 LG랑 SAMSUNG 폰들이 다 한국 회사들 꺼야". 라며 한국에 대한 부가적 설명을 더 해주었지만 사실 많이 속상했었던 기억이 있다.


뿐만 아니라 영어공부를 하고 싶어 언어교환 친구를 만나보려고 해도 해외에서 한국어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던 때라 쉽게 캐나다인 언어교환 친구를 구하는 일본인 혹은 스페니쉬 친구들을 보면 부러웠던 적도 있었다.


그 느낌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대화를 똑같이 신나게 시작하다가 난 한국에서 왔어 다른 한쪽은 난 일본에서 왔어 그러면 " 오! 나 일본 애니메이션 정말 좋아해! 일본 수시 먹는 것 정말 좋아해 하면서"

대화는 자연히 일본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간다. 거기에 어정쩡하게 끼여서 둘이 급 친밀감을 쌓아가는 공간에서 왠지 외면당하고 있는 것만 같은 느낌. 그들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그때만 해도 정말 한국에 대한 사람들의 지식이 웬만큼 아시아나 한국에 관심이 있지 않고서는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런 상황이 종종 생기곤 했었다. 이런 순간 국가가 개인이고 개인이 국가라는 생각을 들게도 한다.


외국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한국의 드라마들

10년 전쯤 처음 유럽에 왔을 때도 사실 상황은 좀 비슷했다. 한국에서 왔어라고 하면 미국과 으르렁 거리는 북한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알고 있는 듯한데 한국에 대한 정보는 유럽인들에게 거의 없는 듯했다. 조금 이전과 다른 점이라면 그때쯤 조금씩 한류의 바람이 살랑살랑 유럽으로도 불어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영국인 친구가 박찬욱 감독의 영화 올드보이를 인상 깊게 보았다며 한국 영화를 추천해 줄래라고 처음 한국 영화에 대해 내게 물어보는 일이 생긴다. 와우! 한국영화를 좋아하는 영국인이라고? 그땐 그게 좀 신선한 경험이었으나 그 이후 그런 경험은 더 자주 생기기 시작하게 된다. 한국의 음악, 드라마, 영화 등이 점점 해외에서 인기가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한국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덕분에 한국에 대한 무지의 상태를 벗어나 한국의 대한 문화, 패션, 음식 등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외국인들이 많아지게 된 것이다.


출처 : wikipedia 강남 스타일 싸이


  오빤 강남 스타일!


그러던 어느 날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바로 싸이의 강남 스타일이 바이럴 비디오 돌풍을 일으키며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사랑을 받게 된다. 영어로 만든 곡도 아닌 한국어로 만든 한국 노래가 세계 여기저기서 울려 퍼졌다. 난 그때쯤 런던 소호의 한 바에 친구들과 놀러 갔다가 스피커에서 강남스타일이 나오자 갑자기 다들 테이블에서 일어나 " 오빤 강남 스타일"을 다 같이 떼창으로 외치며 말춤을 추는 영국 사람들을 목격하게 된다. 정말 기이한 광경이 아닐 수 없었다. 한국 가요가 영국의 핫플레이스인 소호에서 토요일 밤에 흘러나오고 그 음악에 맞추어 한국어를 외치고 한국 안무를 따라 춤을 추는 영국인들이라니.


출처 BBC : BTS
하지만 더욱 엄청난 일이 곧 일어나게 된다.
바로 21세기의 비틀즈 라 불리는 BTS의 출현!!


그들은 전 세계적인 팬들의 지지와 사랑을 받으면서 저스틴 비버 같은 미국 팝가수의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고 있다. 최근 기사엔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미국 빌보드 ‘소셜 50’ 차트에서 가장 오랫동안 1위를 지킨 가수가 됐다고 한다. 한국어로 부른 노래를 가지고 미국 빌보드 " 소셜 50" 차트에서 가장 오랫동안 1위를 지킨 가수가 되었다니 정말 대단하고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BTS


이런 BTS와 기생충과 같은 문화 콘텐츠 파워 덕분에 확실이 한국에 대한 이미지와 국격이 상승을 했음을 해외생활 중 더욱 느낄 기회가 많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외국인 친구들이 먼저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의 가수, 드라마 등을 이야기하며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는 말을 한다던지 한국말을 공부하고 있다면서 나에게 한국말을 건네는 외국인들도 정말 많아졌다. 한국인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도 예전과는 달라짐을 느낀다. 심지어 한국인 남자 친구를 사귀는 게 꿈이라 영국의 생활을 모두 정리하고 한국 어학당에 공부를 하러 갔다는 영국인 여자의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어쩌면 우리가 예전에 미국 혹은 홍콩 영화 등을 보며 동경했던 그런 미지의 미국과 홍콩의 이미지 같은 것일까?


확실히 한국의 패션 등을 선망하는 외국인들도 많아졌고 이젠 이곳 백화점 혹은 화장품 스토어에서도 어렵지 않게 한국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 예전엔 서구권 문화가 유행과 문화를 선도했다고 한다면 사실 이곳에서 요즘 내가 체감하는 것은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큰 성공을 기점으로 한국의 뷰티, 패션, 투어리즘 등 다양한 방면의 산업들이 탄력을 받아 함께 굉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Made In Korea가 주는 굉장히 세련되고 역동적인 국가적 브랜드의 무게를 느낄 수도 있다.


출처 LA Times 오스카 4관왕 기생충 팀


기생충의 전 세계 영화 시상식의 트로피 모으기 놀이는 비현실적인 경이로운 기쁨과 함께 알 수 없는 통쾌함을 주기도 한다. 특히 해외에서 생활을 하다 보면 불쑥불쑥 인종차별을 당하기도 하고 은근히 백인들의 우월 주위를 느낄 때도 있는데 기생충이란 영화가 저렇게 전 세계의 혹은 백인들의 잔치라는 몇몇 영화 시상식들에서 마저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 보면 참 만감이 교차한다. 이런 날이 오는 것을 내 눈으로 보게 되는 날이 오게 됐다니.. 감동적이고 감사하다.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이방인으로써 텃새가 무엇인지 알기에 그 들만의 리그에 들어가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그리고 그들이 얼마나 힘든 일들을 보란 듯이 잘 해내고 있는지 알기에.


기생충의 경이로운 수상정보


난 이번 기생충의 시상식을 보며 아래와 같은 메시지들도 얻게 되었다.


 어떤 것이든 불가능이라는 것은 없다.

그걸 이 영화가 보여주었다. 무엇이든 "에이 설마 그게 말이 돼"라고 생각하는 거 내가 먼저 이런저런 안될 이유를 합리화시키며 뒤로 물러나는 패배주의적 사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내가 가능하다고 믿는다면 어떤 것이든 가능할 수 있다. 불가능은 없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

이 말은 봉준호 감독의 수상소감에서 언급이 되었는데 같이 감동상 후보에도 올랐었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말을 책에서 읽은 것이라고 한다. 이 한마디에 참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것 같다. 특히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영감을 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않고 가장 나다운 글을 써 내려갈 때 그 글도 가장 창의적인 글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느꼈다.


기쁨은 나눌수록 더욱 기쁘다.

사실 기생충 수상의 감동이 더욱 극대화된 것은 봉준호 감독의 따뜻하고 재치 있는 수상소감들 덕분인 것 같다. 그의 수상소감은 자신의 영화에 대한 소감을 떠나 항상 자신과 함께 일을 해준 모든 사람에 대한 감사를 잊지 않았고 심지어 감독상을 수상했을 때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자신의 영화 세계에 미친 영향력을 언급하며 수상자 외에 다른 수상 후보를 향한 기립박수가 나오는 오스카의 역사에도 길이 남을 명장면을 연출하게 된다. 그 외에 다른 후보 감독들도 재치 있게 언급을 하며 그의 수상의 기쁨과 감동은 진심으로 모두의 것이 되는 마법을 보여주었다.


나는 오늘 아침 일을 하러 나가는 길에 이웃으로부터  기생충 오스카 상에 관련된 축하 인사를 받았다.

단지 한국인이란 이유로 말이다. 난 "내가 만든 영화도 아닌데 뭐" 하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솔직히 정말 기분이 좋았고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이 역사적인 순간의 감동과 기쁨을 오래 간직하고 다른 이들과 나누고 싶어 이곳에 글로 남기기로 했다.  


"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백범 김구 선생님은 위와 같은 말씀을 남기셨다고 한다. 나는 현재 한국의 문화가 나누어주고 있는 행복을 만끽하고 있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다. 김구 선생님의 말씀대로 앞으로도 계속 한국이 더 큰 문화강국으로 발전해 전 세계의 더 많은 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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