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주름살 점점 많아지는 나이를 종종 불평할 때도 있다. 왜 이렇게 나이가 많아. 우리 이제 정말 늙었다 하며 투정과 한탄을 해보기도 한다. 사실 나도 종종 그런 말을 하곤 했다. 하지만 요즘 들어 나이가 들어간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가를 생각해 본다. 그건 주변인의 가족의 이야기를 듣고서부터였다.
또래 친구인 그녀와 그날도 커피를 나누며 나이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녀의 어머니는 병으로 나이 40을 못 넘기고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에겐 엄마의 40이 넘은 옛 모습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문득 우리의 삶이 마침표 없이 계속 흘러가고 있다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선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냥 살아가는 하루인 듯해도 누군가에겐 절실히 원하던 하루였다는 어디선가 들었었던 그 말도 오랜만에 떠올리게 되었다.
매일 시작되는 새로운 아침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닌 우리에겐 또 다른 새로운 하루와 기회가 허락된 것이 아닐까. 그렇게 무사히 하루를 잘 마치고 또 다른 하루를 온전히 보내온 그 나날들이 우리의 나이가 되고 그 나이의 숫자가 많아질 수도록 우린 감사히 잘 하루하루를 보내오고 있다는 기록이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나이가 들어간다는 거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나와 주변인들의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함께 하고 하는 것들 소소한 듯해도 참 큰 축복이다. 언제가 70이 되고 80이 된다는 게 혹은 내가 백발의 할머니가 된다는 게 한때 조금 두렵게 느껴졌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언젠가 노인이 된다는 것은 두려워해야 할 일이 아니라 언젠가 그 나이가 되도록 건강하고 온전한 삶의 행운들이 허락되길 소망해 본다. 나의 아이가 성장하고 어른이 되어 살아가는 모습 속에 함께 할 수 있기를 그 나이쯤의 나의 사람들과 종종 우리의 젊은 시간들의 소소했던 이야기들을 나누며 함께 웃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서 나이 먹어가는 것도 서러운데 이런 말은 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가 게임을 한판씩 이겨내고 나면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듯 우린 인생의 게임의 한판승을 계속 이겨낸 만큼의 나이라는 스테이지로 갈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나이 먹어가는 거 서러운 게 아니라 감사하고 자랑스러워할 일 아닌가. 인생의 다음 스테이지로 잘 넘어갈 수 있도록 모두의 건투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