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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라로 Oct 27. 2024

어쩌다 스위스의 상류층들과 살게 되었습니다.

남편이 제네바에서 직장을 구하면서 우리 삶은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제네바는 단순한 도시가 아닌,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어우러진 국제적인 공간이었다. 아이는 제네바에서 가장 유명한 국제학교에 다니게 되었고, 덕분에 나는 전 세계에서 온 중산층과 상류층의 다양한 가족들을 만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제네바에 도착한 첫날, 나는 제네바만의 독특함을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함께 국제기구들이 밀집해 있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고 유엔 같은 국제기관에서 일하는 사람들, 금융과 투자 분야의 전문가들, 대대로 부유한 가정의 부모들로 이루어진 학부모들이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각자의 배경과 경험을 바탕으로 자녀 교육에 대한 열정도 느껴졌다. 종종 외국에서 생활하면 아이들이 학교생활 훨씬 자유롭고 널널하게 하는줄 아신는분도 있는데 이곳에서도 학부모님들의 자녀교육에 대한 지대한 관심과 경쟁이 엄청나다. 


하지만 국제학교에서의 경험은 나에게 새로운 시각도 열어주었다. 수업은 영어를 기본으로 진행되었지만,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혼합된 환경에서 이루어졌다. 우리 아이는 주로 프랑스어로 수업을 듣지만, 일주일의 40%가량이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불어와 영어를 함께 쓰며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제네바의 국제학교 학생들은 다양한 국가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서로의 문화등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는데 학부모들 역시 자녀 교육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며 경쟁보다는 협력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무래도 다들 세계 이곳저곳에서 온 외국인들이라 서로가 서로를 도우며 윈윈하는 길을 택한 듯했다. 아이의 학교 학부모 그룹 채팅창에는 자녀 교육 관련 정보 외에도 좋은 소아과 의사나 아이들 생일 파티 장소 등 낯선 제네바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서로 열심히 돕는 모습을 쉽게 볼수 있다. 아이들의 교육에는 ‘글로벌 시민’이라는 교육 이념이 있는데, 이는 각국의 장벽을 허물고 모두가 평화를 위해 협력하는 태도를 키우는 것이다. 사실, 나는 이 개념이 아이들의 교육을 넘어 서로 열심히 도와 타지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자신이 아는 정보와 경험을 아낌없이 나누는 학부모들의 모습에서 이미 잘 구현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국제기구들이 밀집한 제네바라는 도시가 이러한 사고를 가능하게 하는 환경이 아닌가 싶다. 물론 IB 커리큘럼으로 운영되는 국제학교에서는 전 세계 어디서든 글로벌 시민 교육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IB가 바로 이곳 제네바에서 탄생한 교육 커리큘럼이기에, 제네바는 더욱 그 사상이 스며들어 있는 듯했다.


나는 국제학교의 학부모 모임에서 만난 여러 부모들과의 대화 속에서 그들이 자녀 교육에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는지를 자주 실감한다. 제네바에서 만난 상류층 가족들은 방학이나 주말을 활용해 아이들과 함께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며, 다양한 문화와 전통을 직접 경험하게 해주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이들은 다양한 국가를 여행하며 얻는 경험이 아이들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 믿고, 또한 유럽의 여러 나라뿐만 아니라 북미, 아시아까지도 자주 다녀오는 경우가 많았다. 경제적 여유가 있어 가능한 것이기도 하지만, 이러한 다양한 여행 경험이 아이들에게 여러 문화를 경험하게 해주고, 국제적 감각을 길러주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제네바라는 국제적인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나 역시 많은 도전과 배움을 경험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와 사고방식을 접하며, 나는 상류층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어떻게 접근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얻게 되었다. 이들은 단순히 성적 향상이나 학위 취득만을 목표로 하지 않고, 자녀가 인간으로서 성장하고 글로벌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는데 예를 들어, 외교관 부모를 둔 우리 아이의 반 친구는 세계 뉴스에 대한 이해가 깊고, 생일 때는 선물을 받는 대신 자신의 이름으로 나무를 심어달라고 요청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환경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하며,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들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가끔 아이 친구 엄마의 초대를 받아 간 집에서 개인요트를 보거나 제네바 호수가 한눈에 보이는 끝없이 넓은 마당을 가진 집을 접할 때면 나 같은 보통 사람은 살짝 적응이 안 될 때도 있지만, 그런 것들을 떠나 제네바에서의 새로운 생활은 내가 상류층의 글로벌 생활 방식을 이해하고, 그 속에서 부모로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좀더 깊게 생각하게 해주었다. 특히 이곳에서 국제학교 교사로 일하면서 제네바의 교육 철학에 대해 더 깊이 성찰하게 되었는데 스위스에서의 생활을 통해 학부모로, 그리고 교사로서 느낀 점은 교육이란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기르게 해주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과 타인과 긍정적인 타협속에서 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는 사람으로 커나가는것이 교육의 핵심이다. 이부분에 대해선 언제가 이기회가 되면 이부분만 따로 깊고 심도 있게 따로 책하나라로 역어서 써 나아가보고 싶다. 좀 더 짬밥과 전문성이 더욱 쌓인후에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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