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Forever_안재욱(1997)
Forever_안재욱
길게는 아니지만, 꽤나 자주 쪽지를 주고받았다. 그녀가 직접 준 적은 손에 꼽는다. 매번 그녀의 친구들이 번갈아 가면 전달을 해주었다. 그렇듯 따르는 동성 친구들이 참 많았다.
"오늘 하루도 잘 보내~"
"시험 잘 쳐~"
"오늘 마치고 같이 친구들이랑 아트박스 가자~"
나는 좋은 티를 막 내지도 않았고, 그냥 호응을 해주는 정도로 간단한 답장을 하였다.
"응 그러자~ 너도 좋은 하루 보내"
지금의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절대 저렇게 짧은 답장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애를 어떻게 하면 기쁘게 할 수 있을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하고 하루종일 고민 하였을 텐데...
그때는 '학교에서 학생은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강했다. 정말 터무니없고 말도 안 되는 생각이다. 그때의 나를 만나면 뺨을 세게 갈겨주고 싶다.
하지만 그 덕에 어떻게 보면 내가 더 매력 있어 보였을지도 모른다. 다른 남자애들처럼 좋다고 헤벌레 하지도 않고, 인기 많은 이쁜 아이가 나를 좋아한다면서 주변에 자랑하지도 않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도 않는 모습. 묵묵하게 있으면서... 성의 없어 보일 수도 있는 짧은 쪽지지만 답장은 늘 하는 아이.
가끔씩 그녀는 나에게 선물을 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너무 웃기다. 학교 후문에 있는 아트박스나 세븐일레븐에 가서...
"5,000원 정도 사도 되니까 사고 싶은 거 골라~"
'아니 너희 집이 잘 살아도 그렇지... 이게 머냐!!!'
라는 말을 한 적은 없다. 단 한 번도.
그냥 금액에 맞춰서 잘 골랐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것이 연예인 사진이 있는 수첩도 고르고, 편의점에서만 파는 세련된 캔디를 골랐다.
가끔씩 우리는 친구들의 장난으로 여자 화장실에 갇혔다.
그렇게 갇혀 있을 때 서로 눈도 마주치고 얘기도 했어야 했는데.
왜 그랬는지... 계속 문만 두드리며 어서 열라고 소리만 쳤다.
부끄러웠나 보다.
가끔씩 그녀는 친구들과 우르르 와서는 우리 집 벨을 눌리고 튀었다.
아주 열심히 뛰는 뒷모습을 매번 지켜보았다.
우리 집은 복도식 아파트라 중간 계단까지 뛰어가려면 꽤나 멀었다.
가끔씩 그녀의 집에 가서 그녀가 악기 연주 하는 것을 보았다.
대충 치기만 해도 그 소리는 아름다웠고, 그녀의 손가락은 하얗게 빛났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여러 친구들과 노래방을 갔을 때다.
당시 가장 인기가 많은 노래는 당연, 안재욱의 'Forever'였다.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의 주제곡이었고, 어른은 물론 초등학생까지도 다 따라 부를 정도의 인기.
(최근으로 치면, '사랑을 했다_아이콘' 정도였으려나...)
다른 친구가 선곡해서 잘 부르다가 2절이 시작되는 순간, 갑자기 나에게 마이크를 건넸다.
1절은 마이크를 들고 있지 않은 다른 아이들도 모두 함께 떼창을 해놓고선, 내가 노래를 부르려니 다들 조용하다.
나는 맞은편에 앉은 그 아이만을 바라보며 노래를 불렀다.
"사랑했던 너를 잊지 못해"
"너의 사랑만이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유였는데"
평소에는 눈도 잘 마주치지 않던 나였는데... 그녀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어딘가에 홀린 듯 그 아이 밖에 보이지 않았고, 우리 둘을 위해 그 공간을 마련해 준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직도 이 노래를 들으면 그때 그 장면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다.
나를 바라보고, 그녀를 바라보던 그 눈빛을 떠올릴 때면 여전히 심장이 떨린다.
그 날 이후 이 노래는 나의 애창곡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