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너와 나_H.O.T.(1997)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애를 향한 마음이 커졌다.
하지만 겉으로 티 내진 않았다. 부끄럽기도 하고, 원래 이성과 말수가 많은 편도 아니기에.
그러던 어느 날, 이상하게 그날따라 그 친구에게 나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때 딱 눈에 들어온 것이 아버지가 주말에 사신 '삼성 컬러 프린터'였다. 워드인지 훈민정음인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 당시 그림 파일(이미지/아이콘) 중 '큐피드의 화살'이 있었다.
붉은 하트의 중간을 이쁜 화살이 뚫고 있는 그림.
그것을 A4용지 가득 채워 인쇄를 하였고, 아래에 '00에게 00가'라고 적었다.
평소에는 쪽지를 친구들을 통해서 전달을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성! 큼! 성! 큼!
그 아이의 반에 들어가서 손에 직접 쥐어주고 나왔다.
돈 한 푼 안 드는 그게 뭐가 좋았는지 그 아이는 그날 하루종일 종이를 쥐고 다녔다.
쉬는 시간에 축구하는 나를 저 멀리 스탠드에서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행복했다.
그런데 사건이 터졌다.
학년 주임이자 그 아이의 담임 선생님이 나를 찾는다.
골방으로 가 차렷자세로 서라고 하더니...
"학생이 신성한 학교에서 연애질을 하니! 너는 착실한 아이인 줄 알았는데!"
그리고 선생님의 손에는 '큐피드의 화살'이 들려 있었다.
그 당시에는 혼나는 것이 꽤나 무서웠다.
하지만 나의 행동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아니 오히려, 내가 그 아이에게 했던 가장 잘한 일인 것 같다.
그날 하교 후 그 아이의 집 앞에서, H.O.T 의 '너와 나(You&I)'를 함께 들었다.